올 초 윤석열 대통령 금투세 폐지 발언 이후 큰손들 PB에 문의하기도
KRX은행·증권 등 저PBR 주가지수 일제히 하락…밸류업 상승분 반납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은 여전…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 가능성 존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제22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여당이 추진하려던 증시 우호적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여당이 추진하려던 국정 과제 상당수 입법이 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선 이후 하락세를 띠고 있는 저(低)PBR주에 대해선 향후 상승 반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 모습이다.
22대 총선 끝 ‘여소야대’ 국면…밸류업·금투세 폐지 등 추진력 약화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총선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 금투세 폐지, 공매도 개선 등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올 들어 민생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정책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그중에는 밸류업 등 국내 증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정책 추진력이 힘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의 중심에는 ‘여소야대’가 있다. 야당이 커지게 되면서 여당이 내걸었던 정책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금투세는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을, ISA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국내 증시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입법부 동의가 필요한 세제 개편, 상법 개정 등의 사안이 존재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력 약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앞서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될 시 정책 추진력에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여소야대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진행된 KBS 대담에서 “여소야대가 워낙 심하다 보니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달 4일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에서는 22대 국회가 구성되고 나면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관련 법안들을 바로 제출한 뒤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형국으로 인해 당장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게 됐고, 무엇보다 추진 가능성조차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했다.
올 7월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의견 차이가 뚜렷했던 만큼 가장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상품 투자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제도다. 국내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은 연간 5000만 원 이상, 해외주식·채권 등은 연간 250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 20%(3억 원 초과 시 25%) 비율로 분리 과세한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해 왔다. 현재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보다는 ISA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금투세 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큰손이 국내 증시를 떠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HNW(고액자산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한 증권사의 센터장은 올 초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 이후 기자에게 “실제로 VIP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몇몇 고객은 이르면 상반기 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 했지만, 당장 급하게 매도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고, 주식 비중을 늘리려는 고객도 생겨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하락세 두드러진 저PBR주…반전 가능성은 존재
정부가 추진하려던 경제 관련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코 증시다. 정치와 증시는 상관관계가 적지 않다. 정치적 안정성이 높을수록 증시가 안정되고, 낮을수록 불안정한 경향이 짙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른바 정치테마주라 불리는 한동훈 테마주 ‘대성홀딩스’와 조국 테마주 ‘화천기계’ 등의 급등락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마감 기준 대표적 저PBR주로 구성된 KRX 은행, KRX 증권, KRX 보험 등의 지수는 732.43, 673.43, 1721.71을 기록, 전일 종가 대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지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됐던 지난 2월 26일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2월 26일 KRX 은행, KRX 증권, KRX 보험의 주가지수는 각각 770.80, 736.29. 1885.87이었다.
저PBR주의 반전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금투세 등 국정 과제의 전체적인 추진력 자체는 약화될 수 있지만, 저PBR주의 상승세를 이끈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이 부자 감세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왔던 만큼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나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박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도 소액주주 권리 강화 규제를 옹호하고 있다”면서 “소액주주 증시 참여가 확대되며 나타난 결과가 밸류업 정책이라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기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회의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밸류업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금융투자협회도 오는 5월 밸류업 세미나 개최를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상태다. 여기에 더해 밸류업 프로그램 최종 가이드라인도 기존 6월에서 5월로 한 달 앞당겨지는 등 현재 진행형이다.
나아가 밸류업 수혜주들에 대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 시점이 확실해지고, 밸류업 최종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충분히 2차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관련 주는 3월 동안 조정을 받았으나 조정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5월 가이드라인 확정안 발표 시점이 2차 랠리의 시작으로, 올해 내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원은 향후 수혜주로 주목받던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적은 결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호실적은 자연스레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연구원은 “실적이 잘 나오면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실적 상승은) 주가 반등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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