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세트청구…침·부항·첩약 등 동시 처방
의학적 근거 없는 고액 한방치료 제한해야
뇌진탕 특성 악용 사례↑…상해급수 손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최근 10년새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진료비가 폭증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막대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경상환자 한방진료에 대한 규제 강화와 상해 급수 세분화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로 발생한 보험금 누수 규모가 지난 10년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5.5배 폭증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같은기간 약침은 143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10.8배 증가했으며 물리요법은 83억원에서 642억원으로 7.7배, 첩약은 747억원에서 2782억원으로 3.7배나 늘었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증가는 상해정도와 무관하게 일시에 침, 부항, 약침술, 추나요법, 첩약 등 다종의 한방치료를 동시처방하는 ‘세트청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세트청구를 제한할 규정이 미흡해 한방진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규모의 보험금 누수를 야기하고 결국 선량한 소비자의 보험료 전가로 귀결된다.
실제로 이같은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염좌 등 경미한 증상일 때 당일 기본진료만 하는 한의원이 있는 반면 한방비 급여 등 6~7가지의 진료를 당일 실시(세트청구)하는 한의원도 다수 발견된다. 세트청구(진료비 24만원대)를 하는 경우 진료비가 단독청구(진료비 2만원대)보다 12배를 넘는 경우도 있는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다종 한방진료가 자동차보험 영역에서 만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부산경찰청과 함께 10억원의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 일당 103명을 검거했다. 일당중에는 한의사, 전문의, 간호사, 보험설계사, 가짜환자가 포함됐으며 특정 한방병원에서 허위 도수치료를 이용해 실손의료보험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는 한방 세트청구를 억제하려면 한방세트 청구 정의나 유사 치료효과를 가진 항목에 대해 당일 진료를 제한하거나 치료시행 가능인원을 한정하는 등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경상환자가 의학적·임상적 근거없이 2~3가지이상의 고액 비급여 위주 한방치료를 일시에 시행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해급수를 하루속히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의 주관적 호소를 근거로 진단하는 뇌진탕(11급)의 특성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11급 뇌진탕의 경우 진단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상해급수를 하향 또는 12~14급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뇌진탕의 경우 뇌가 두개골에 부딪혀 구토·구역을 하지만 6시간 정도 지나면 호전된다. 상해급수 1~8급까지 뇌 손상과 관련된 상해는 수술여부, 신경학적 증상의 정도, 지속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11급 뇌진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
일부 한방병원 및 한의원이 경상환자에 대한 추가진단서를 비정상적으로 반복 발급해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염좌 상병은 3∼4주 진단이 일반적이지만 추가진단서를 20여차례나 발급해 약 40주의 장기치료 및 과잉 진료비를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해진단에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경우 경미한 사고에도 높은 등급의 상병을 유도해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는 경우 급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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