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한눈팔다 발목 잡히나…신사업 실적 개선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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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한눈팔다 발목 잡히나…신사업 실적 개선 ‘잰걸음’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6.2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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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생계형’ 신사업 투자 늘어…간편식·화장품·반려동물 등
낮은 약가·복제약 시장 레드오션·R&D 비용 구축 때문…실적은 미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건강기능식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수입원을 늘리기 위해 신사업에 도전했다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낮은 약가, 복제약 시장 포화 등의 이유로 새 성장 동력 구축을 노렸지만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간 의약품에만 집중했던 제약사가 노하우 없이 타 업종에 뛰어들었단 지적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들은 간편식·화장품·반려동물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한창이다. 낮은 약가 때문에 의약품 하나로는 큰 수익을 벌기 힘들 뿐더러, 제약사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복제약(제너릭) 시장도 레드오션에 접어든 탓이다. 신약개발엔 큰 투자 비용이 드는 만큼, R&D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유동자산을 확보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들이 낮은 약가와 더 큰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M&A를 통해 신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었다”며 “타 업종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사업 부진에 빠진 제약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해 10월 간편식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밀키트 제조 업체 ‘푸드어셈블’을 54억 원에 인수, 약 50%의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회사는 1인 가구 증가 등을 근거로 기존 건기식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다. 

올해 1분기 푸드어셈블 매출은 24억 원으로 휴온스그룹 전체 매출(2019억 원)의 약 1%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8억 원을 기록해 적자 기조를 이었다.

경동제약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실적도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건기식을 취급하는 헬스·라이프 자회사 경동인터내셔널이 경동제약에 편입된 후 자본잠식에 빠질 만큼 수년간 손실을 쌓았다. 경동제약은 경동인터내셔널에 2018년엔 137억 원을 지원하고, 2020년과 2021년에도 유상증자로 자금수혈을 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올 초 비엘팜텍과 비엘헬스케어 지분 58.74%를 300억 원에 매수해 건기식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또한, JW홀딩스의 JW생활건강은 2021년 영업손실 8700만 원, 당기순손실 27억 원에서 2022년 영업손익이 4억6578만 원으로 흑자전환됐으나 당기순손실은 20억 원으로 적자 유지, 2023년엔 다시 영업손실 20억 원과 당기순손실 55억 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 및 적자 지속을 기록했다.

고마진으로 알려진 화장품 시장에 도전했다 손절한 제약사들도 있다. 최근 제약사들은 의약화장품인 ‘더마코스메틱’ 분야에 일제히 뛰어든 바 있다. 동국제약·동아제약 등은 견조한 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지 못 했다.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7월, 2019년부터 전개해 온 화장품 사업 ‘스피어테크’를 접기로 했다. 회사는 당시 성과가 미미한 뷰티사업에서 발을 빼고 본업인 제약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11월 400억 원을 투자해 2019년부터 적자 상태인 화장품업체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했다. 올 1분기 에스디생명공학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02억 원, 21억 원이다. 지난해 성적은 매출 469억 원, 영업손실 136억 원이었다. 이에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3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외 셀트리온의 화장품 부문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도 10년 넘게 적자다. 지난해엔 매출 278억 원, 영업손실 58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성에 각광받던 ‘펫(pet) 사업’도 기대 이하란 평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2022년 말 기준)로 전체의 25.7%를 차지한다. 한국농촌연구원은 국내 펫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 원대에서 오는 2027년 6조 원 대까지 클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제약기업들은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미 특정 해외 제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시장을 이끌 만큼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국내 브랜드도 찾기 힘들다.

보령의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2017년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 ‘쥬뗌펫’을 선보였지만, 2020년 이후 라인업을 늘리지 않고 있다. 광동제약의 반려동물 한방 영양제 ‘견(犬)옥고’도 사업 중단 상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한적인 현행 법 등으로 신사업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신약 개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제약사들의 시도가 눈물겹기도 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제약사치고 뜬금없는 시도들도 많다”며 “우주 관련 사업, 베이커리 사업 등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으면 수십 억, 많으면 수백 억에 이르는 투자비용을 지불하고도 신사업이 실패하면 손실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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