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상승 우려…사업비보험료는 업체 자율영역
“사업비보험료 수익 안 남기고 돌려주자는 취지”
일부러 보험금 타내려는 ‘도덕적 해이’ 감소 효과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여행자보험 무사고보험료 환급제의 상품구조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해외여행자보험에는 없던 새로운 성격이라 문제 소지가 없는지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보험업계의 신상품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이 해외여행자보험의 무사고보험료 환급제와 관련해 해당 상품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보사들이 비슷한 상품구조를 벤치마킹하면서 향후 보험사간 출혈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관련 업계는 상품구조의 문제보다 기존 보험체계에 없는 상품이라 당국이 해당보험에 부작용은 없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무사고보험료 환급제는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만일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손보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처음 선보인 무사고보험료 환급은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보험가입자 모두에게 보험료의 10%를 제공해 준다. 해외여행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의 효익을 누리게 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여행 수요가 커지고 해당상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 손보사들도 비슷한 특약을 출시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해외여행보험 가입고객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경우 축하 포인트를 지급하는 ‘안전여행 축하 포인트 지급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행중 사고가 없으면 보험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롯포인트로 최대 3만 포인트까지 지급해 캐롯 모바일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KB손해보험는 KB해외여행보험 가입자에게 사고유무와 관계없이 ‘귀국 축하금’을 지급한다. 보험기간이 종료된 후 보험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 3만 포인트까지 KB포인트리로 준다. 지급받은 KB포인트리는 KB스타뱅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들 상품을 주목하는 이유는 보험료를 환급해 준다는 이유로 비용을 높게 책정해 보험료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보험료는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보험료로 구성돼 있다. 보험사들은 상품을 판매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마케팅비,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사업비보험료내에서 충당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을 개발할때 해당 보험료 비율이 다 정해져 있다”며 “보험료는 이미 정해진 상태로 사업비보험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보험사들의 자율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비보험료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할인혜택을 제공하거나 해외여행후 무사고로 귀국했을때 보험료를 환급해 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사업비보험료를 수익으로 남기지 않고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기 때문에 보험료가 더 올라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당국의 판단을 예단할 순 없지만 이번 점검결과가 규제로 이어질 경우 보험업계의 새로운 상품개발과 성장을 방해하는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무사고보험료 환급제도가 소비자에게 선순환 효과를 불러오는데 이를 막으면 오히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보험료 환급제를 통해 일부러 보험금을 타내려는 움직임이나 보험사기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보험사들이 기존에 없던 상품체계를 출시하자 금융당국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 같다”며 “당국도 해당 제도에 문제가 있다거나 위법이라고 규정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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