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을 순 없다’…바닥 찍은 픽업 시장, 반등 가능성은 [장대한의 데:자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대로 죽을 순 없다’…바닥 찍은 픽업 시장, 반등 가능성은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5.1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2만 대도 못 판 픽업시장…코로나 이후 감소세 가속화
국산·수입 픽업 일제히 부진…올해는 신차 출시로 반전 노려
전기차 와도 연료효율 극복이 관건…판매 회복 시간 걸릴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픽업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이 처음으로 2만 대 밑인 1만8795대에 그친데 이어, 올해도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 놓였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인기가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KGM 렉스턴 스포츠 출시로 불 지펴진 픽업 시장은 수입차까지 가세해 그 판을 키워왔다. 하지만 그 인기가 오래가진 못했다. 모델 다양화가 이뤄졌음에도 지난해 판매량이 처음 연간 2만 대를 넘지 못하는 등 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 잔뜩 움츠린 픽업 시장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반등 기점을 마련하게 될 지 귀추가 쏠린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 및 KGM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4858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18.0%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2022년 대비 37.4%에 달하는 감소폭을 보이며 처음으로 2만 대 밑인 1만8795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부진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픽업 판매 부진은 시장 내 80% 비중 이상을 차지하는 렉스턴 스포츠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엔 렉스턴 스포츠 판매량이 1만5000대 수준으로 떨어지자, 픽업 시장 전체 규모도 2만 대 밑으로 동반 하락했다. 렉스턴 스포츠 출시 원년이었던 2018년 판매량이 4만2021대임을 감안하면, 6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음을 알 수 있다.

수입 픽업트럭 역시 안팔리기는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쉐보레 콜로라도는 2020년 5215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1731대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4월까지 단 76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픽업 시장 선점을 노렸던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판매량도 2021년 956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감소해 지난해 269대까지 줄었다.

연내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T(프로젝트명 O100)의 프로토 타입 모델 모습. ⓒ KG 모빌리티

업계는 픽업트럭의 판매 부진 요인으로 코로나19 특수 소멸과 경기 침체에 따른 구매 여력 감소, 친환경 트렌드에 반하는 차량 성격 등을 꼽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수혜가 소멸된 것이 픽업 시장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로나19가 고객들의 개인 공간 중시와 비대면 오토캠핑 활동 증가를 이끌며 픽업 트럭을 선택하게끔 이끌었는데, 이젠 일상 회복으로 관련 니즈가 줄어들었단 것이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여가 및 세컨드카 성격이 강한 픽업 모델을 고객들이 선뜻 구입하기 어려워진 점도 부진 요인으로 지목된다.

픽업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엔 디젤 한정적 선택지 제공으로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단 점에서 부진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젤차 신규등록대수는 29만2030대로 2022년 대비 12.4% 줄었다. 시장 차지 비중 역시 16.7% 수준까지 떨어졌다. 내연기관차의 감소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디젤차가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올해부터는 픽업트럭 시장의 판매 회복 가능성이 점쳐져 고무적인 분위기다. 픽업시장 분위기 반등을 이끌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될 전망이어서다. 그 첫 대안으론 연내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T(프로젝트명 O100)가 부상한다. 인기 모델 토레스의 픽업형 파생모델로 기대감을 모은다. 국내 픽업 시장에 선보여지는 첫 전기차로, 친환경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최근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의 위장막 모델을 공개했다. ⓒ 기아

내년엔 기아 타스만이 픽업시장에 가세해 시장 부흥기를 이끈다.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가 쌓아올린 성과를 이어갈 볼륨 모델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 픽업 시장 참여에 회의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단 점은 시장 성장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한단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기아 중형 픽업 타스만은 완전 신차란 점에서 신차효과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 출시도 염두에 둔 모델이어서, 픽업시장의 제2 전성기를 이끌 첨병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기아 타스만은 오는 2025년부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여질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야외 활동 중심의 가족 여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타스만 출시로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겠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픽업 트럭이 전기차 전환을 거치더라도 '기름 먹는 하마'의 오명을 벗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큰 덩치와 무게로 인해 높은 연료 효율을 발휘하기 어렵고, 큰 배터리까지 요구해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것이다. 픽업 트럭 시장의 전망을 마냥 좋게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코로나때만 하더라도 오토캠핑 수요가 늘고, 경상용 수요도 뒷받침됐다"면서 "다만 전기차로 넘어가면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밖에 없고, 당면 경기 침체 상황에선 관련 수요가 뒷받침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픽업 시장 수요가 여전히 존재해 기아도 시장 진출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예전만큼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기란 어려울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한 편에선 픽업 시장이 차별화된 프리미엄 수요만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 고객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선택지가 더욱 늘어나고 전기차까지 추가된다면 50대 이상 연령층이 주를 이뤘던 픽업 트럭 고객층은 젊은 연령층으로까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