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살롱·꽃집·옷집·헬스장·도서관에 빵집까지…“업무 중 네일 받아요”
바디프랜드 관계자 “경영진, 매년 매출 5~10% 임직원 복지에 투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취재원과 대화하다 보면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라는 말이 자주 오간다.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이란 뜻의 이 마법 같은 단어는 입에 오르는 순간 업계의 비밀 이야기들을 터트린다. 이 코너는 기자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오프더레코드’다. 정제된 기사 한 편엔 싣지 않은 현장 뒷이야기, 행간 사이 묻어 둔 경험담을 은밀하고 시시콜콜하게 풀어내려 한다.
“일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하고 네일 받고. 이 맛에 회사 다녀요.”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한 회사가 있다. 근무 중 사내 헤어숍이나 네일숍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삼시 세끼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는가 하면, 오트쿠튀르에서 맞춤 정장을 주문할 수도 있다.
임직원도 ‘동규모 기업 중 복지 끝판왕’이라 자부하는 곳. 바로 생활가전 기업 ‘바디프랜드’다.
서울 도곡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본사 지하 1층엔 작은 ‘마을’이 있다. 임직원의, 임직원에 의한, 임직원을 위한 ‘복지 마을’이다. 오직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름도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Village de bodyfriend)’인 이곳은 마치 마을처럼 한 공간에 꽃집, 빵집, 옷집, 의원, 뷰티살롱 등이 들어서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 책 400여 권과 안마의자를 이용할 수 있고, 최신식 기구들로 꾸며진 헬스장에서 체력 단련도 할 수 있다.
최근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어린이날 땐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었고, 꽃가게는 어버이날을 맞아 꽃바구니를 선주문받았다”고 전했다.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곳은 뷰티살롱 ‘르 블랑(Le Blanc)’이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방문이 어려울 정도다. 르 블랑에선 헤어 스타일링과 네일, 속눈썹 연장 등을 거의 ‘공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약 10년 동안 근무한 헤어 디자이너 A 씨는 “매일 임직원 25명 정도가 방문한다”면서 “헤어 커트나 드라이를 1000~3000원 수준에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염색도 재료 값만 받는 수준”이라며 “경영진들이 기구나 재료를 최고급으로만 쓰라고 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헤어디자이너, 네일 아티스트도 정직원…모두가 행복한 ‘신의 직장’
인상깊은 건 서비스를 받는 임직원들만 행복한 게 아니란 점이다. A 씨를 비롯,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에서 근무하는 35명은 모두 바디프랜드 소속 ‘직원복지팀’ 정직원이다. A 씨는 바디프랜드에 합류하기 전 청담동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였는데, 10여 년 전 바디프랜드 경영진에게 직접 연락을 받고 섭외됐다.
A 씨는 “보통 헤어숍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제일 바쁘다”며 “일반 직장인들처럼 6시가 되면 퇴근하고 주말에 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디프랜드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며 웃었다.
네일 아티스트 B 씨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약 7년간 근무를 이어온 B 씨는 “이곳에 한번 들어오면 다들 오래 일한다”면서 “서비스직은 경기를 많이 타는데, 노쇼 고객이나 매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뷰티업계의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바디프랜드 임직원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르 블랑은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곳”이라며 “업무가 많을 때 네일을 받으러 와 함께 수다를 떨고, ‘이 맛에 회사 다닌다. 열심히 일해야지’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아무나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복지팀 모두가 업계 최고 실력의 인재”라면서 “경영진이 직접 체험하고 손수 모셔온 분들”이라고 했다.
이용에 눈치는 안 보일까. 관계자들은 ‘전혀 눈치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는 만큼, 어차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서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전용 예약 앱을 보면 늘 예약이 가득차 있을 만큼 이용률이 높다”며 “퇴근 후에는 이용이 불가능해 전혀 눈치보지 않고 업무 시간에 네일, 헤어숍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매년 매출의 5~10%를 임직원 복지에 쏟고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함이다. 특히 1층 카페 등은 충분히 사업화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오직 임직원을 위한 문화로 남겨놓고 있다.
2030 젊은 구직자들은 인지도나 기업규모보단 복지와 워라밸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 면에서 바디프랜드는 젊은 층의 ‘신의 직장’ 대열에 오르기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고물가 시대에, 먹고 살 걱정 없이 삼시 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복지 중의 복지’ 아닐까.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1층 카페테리아에서 유기농 베이커리와 조식을 1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지하 2층 식당에선 3000원에 점심을 먹는다”며 “반찬과 샐러드도 3000원 정도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삼시 세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내 복지 공간이야말로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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