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네일 좀 받고 올게요”…‘신의 직장’ 찾았습니다 [김나영의 오프더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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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네일 좀 받고 올게요”…‘신의 직장’ 찾았습니다 [김나영의 오프더레코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5.0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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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본사 지하 1층에 복지 공간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 조성
뷰티살롱·꽃집·옷집·헬스장·도서관에 빵집까지…“업무 중 네일 받아요”
바디프랜드 관계자 “경영진, 매년 매출 5~10% 임직원 복지에 투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취재원과 대화하다 보면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라는 말이 자주 오간다.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이란 뜻의 이 마법 같은 단어는 입에 오르는 순간 업계의 비밀 이야기들을 터트린다. 이 코너는 기자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오프더레코드’다. 정제된 기사 한 편엔 싣지 않은 현장 뒷이야기, 행간 사이 묻어 둔 경험담을 은밀하고 시시콜콜하게 풀어내려 한다.

바디프랜드 도곡 본사 지하1층에 마련된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Village de bodyfriend)’.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휴게공간, 헬스장, 양복점, 도서관.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일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하고 네일 받고. 이 맛에 회사 다녀요.”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한 회사가 있다. 근무 중 사내 헤어숍이나 네일숍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삼시 세끼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는가 하면, 오트쿠튀르에서 맞춤 정장을 주문할 수도 있다. 

임직원도 ‘동규모 기업 중 복지 끝판왕’이라 자부하는 곳. 바로 생활가전 기업 ‘바디프랜드’다.

서울 도곡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본사 지하 1층엔 작은 ‘마을’이 있다. 임직원의, 임직원에 의한, 임직원을 위한 ‘복지 마을’이다. 오직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름도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Village de bodyfriend)’인 이곳은 마치 마을처럼 한 공간에 꽃집, 빵집, 옷집, 의원, 뷰티살롱 등이 들어서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 책 400여 권과 안마의자를 이용할 수 있고, 최신식 기구들로 꾸며진 헬스장에서 체력 단련도 할 수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정의 달 행사를 진행한 바디프랜드. ⓒ바디프랜드

최근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어린이날 땐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었고, 꽃가게는 어버이날을 맞아 꽃바구니를 선주문받았다”고 전했다.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곳은 뷰티살롱 ‘르 블랑(Le Blanc)’이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방문이 어려울 정도다. 르 블랑에선 헤어 스타일링과 네일, 속눈썹 연장 등을 거의 ‘공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약 10년 동안 근무한 헤어 디자이너 A 씨는 “매일 임직원 25명 정도가 방문한다”면서 “헤어 커트나 드라이를 1000~3000원 수준에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염색도 재료 값만 받는 수준”이라며 “경영진들이 기구나 재료를 최고급으로만 쓰라고 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헤어디자이너, 네일 아티스트도 정직원…모두가 행복한 ‘신의 직장’

인상깊은 건 서비스를 받는 임직원들만 행복한 게 아니란 점이다. A 씨를 비롯,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에서 근무하는 35명은 모두 바디프랜드 소속 ‘직원복지팀’ 정직원이다. A 씨는 바디프랜드에 합류하기 전 청담동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였는데, 10여 년 전 바디프랜드 경영진에게 직접 연락을 받고 섭외됐다.

A 씨는 “보통 헤어숍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제일 바쁘다”며 “일반 직장인들처럼 6시가 되면 퇴근하고 주말에 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디프랜드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며 웃었다.

빌라쥬 드 바디프랜드의 뷰티살롱 ‘르 블랑(Le Blanc)’. ⓒ바디프랜드

네일 아티스트 B 씨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약 7년간 근무를 이어온 B 씨는 “이곳에 한번 들어오면 다들 오래 일한다”면서 “서비스직은 경기를 많이 타는데, 노쇼 고객이나 매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뷰티업계의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바디프랜드 임직원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르 블랑은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곳”이라며 “업무가 많을 때 네일을 받으러 와 함께 수다를 떨고, ‘이 맛에 회사 다닌다. 열심히 일해야지’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아무나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복지팀 모두가 업계 최고 실력의 인재”라면서 “경영진이 직접 체험하고 손수 모셔온 분들”이라고 했다.

바디프랜드 사옥의 카페테리아.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이용에 눈치는 안 보일까. 관계자들은 ‘전혀 눈치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는 만큼, 어차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서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전용 예약 앱을 보면 늘 예약이 가득차 있을 만큼 이용률이 높다”며 “퇴근 후에는 이용이 불가능해 전혀 눈치보지 않고 업무 시간에 네일, 헤어숍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매년 매출의 5~10%를 임직원 복지에 쏟고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가화만사성’을 이루기 위함이다. 특히 1층 카페 등은 충분히 사업화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오직 임직원을 위한 문화로 남겨놓고 있다.

바디프랜드 사옥의 카페테리아.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2030 젊은 구직자들은 인지도나 기업규모보단 복지와 워라밸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 면에서 바디프랜드는 젊은 층의 ‘신의 직장’ 대열에 오르기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고물가 시대에, 먹고 살 걱정 없이 삼시 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복지 중의 복지’ 아닐까.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1층 카페테리아에서 유기농 베이커리와 조식을 1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지하 2층 식당에선 3000원에 점심을 먹는다”며 “반찬과 샐러드도 3000원 정도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삼시 세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내 복지 공간이야말로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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