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세단 라인업 정리 수순…CT5·고성능 블랙윙 단종 가능성
‘사실상 안 팔아도 그만’…올해 전기차 리릭·XT4 판매 확대 주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캐딜락이 '연 1000대도 못 파는 브랜드'의 오명을 떨치고자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다. 판매량이 저조한 캐딜락 마지막 세단인 CT5를 시판 라인업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브랜드 첫 전기차 리릭을 들여와 럭셔리 SUV 브랜드 지위를 굳힐 전망이다. 대표 모델 에스컬레이드로 수익 및 외형을 지켜내면서도 신형 전기차 리릭을 통해 전기차 시대 전환에 빠르게 발맞추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캐딜락은 CT5 판매를 지난 2월 마무리하고, 추가 물량 도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CT5 판매는 중단된 상황이다. 거듭된 판매 부진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 데이터를 살펴보면 CT5는 지난해 62대의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2월동안 단 7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된다.
CT5는 CTS 후속 모델로 지난 2020년 9월 선보여진 이래 당해 4개월 간 93대를 판매하며 시장 안착을 이룬 바 있다. 2021년엔 159대를 판매하는 등 캐딜락 세단 라인업인 CT시리즈를 이끄는 역할을 해냈다. 다만 2022년 들어선 63대로 고꾸라지더니 2023년에도 62대를 파는데 그치며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같은 기간 캐딜락 전체적으로도 세단 판매 부진이 심화됐다. 2020년 868대 수준이던 세단 판매량은 2021년 256대로 급감하더니, 2022년 93대, 지난해 65대로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었다. 캐딜락 SUV 판매량이 2020년 631대에서 2023년 910대 수준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때문에 업계에선 CT5의 이번 물량 소진 조치를 단종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볼때 손해볼 게 없는 결정인 셈이다. 워낙 판매 볼륨이 적어 시장 내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점은 해당 가능성에 힘을 실는다. 다만 캐딜락 측에선 "단종은 아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세단 모델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진 점은 단종설을 부추긴다.
같은 맥락에서 고성능 CTS-V의 후속모델 격인 'CT5-V 블랙윙'(이하 블랙윙)의 입지도 불안해졌다. 블랙윙은 지난 2022년 3월 출시 때만 하더라도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는 소식 등이 전해졌지만, 현재는 1200만 원 현금 할인 프로모션이 주어질 정도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량은 출시 당해 13대, 2023년 3대, 올해 3월까지는 2대가 팔렸다. 최고 677마력, 91.9 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하이 퍼포먼스 머신이란 점에서 극소수 매니아층을 위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재고 할인 판매를 마치면 블랙윙 역시 추가 주문 없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캐딜락이 대표 고부가모델 에스컬레이드를 필두로 SUV 중심의 사업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세단 모델을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딜락은 플래그십 에스컬레이드와 롱 휠베이스 모델 에스컬레이드 ESV에 더해 XT4부터 XT5, XT6로 이어지는 촘촘한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SUV 판매 전략은 올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캐딜락 판매량의 60% 차지하며 높은 수익성과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기여하는 에스컬레이드 외 XT4 부분변경 모델의 사전계약 돌입, 첫 순수전기차 리릭 출시 예고 등 SUV 라인업 중심의 호재가 줄지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3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XT4 부분변경 모델은 이르면 6월 출고를 시작한다. 최근 3년간 연 판매 1000대 고지를 넘지 못했던 캐딜락 입장에선 이번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 확대 효과가 큰 기대를 모은다. 상반기 중 출시를 확정지은 리릭 역시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럭셔리 기준을 제시할 모델로, SUV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일조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딜락이 선보일 신차들이 SUV 모델들이다보니 고객 관심도를 잘 팔리고 인기있는 SUV 차종에 더욱 집중시키려는 듯 보인다"며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재편은 긍정적이다. 한동안 부진했던 캐딜락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음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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