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듣고 싶은 말 위주로 하는 게 소통”
“소통을 위해선 ‘내키지 않아도’ 언론 활용해야”
“대통령 멘토와 참모들, 1년5개월 직무유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형식과 내용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길 기대한다.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라 모습이 제대로 잡히기를 위해 하는 말이다.
국민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지지율이 오를 수 없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당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민주주의 체제 상식 아닌가?
대통령이 정치 초년병이라 그 점을 간과했다면 정치 고수라는 주변 ‘멘토’와 참모들은 도대체 그동안 무슨 역할을 했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낙선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도 제안하며 소통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소통의 일부분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도매시장’은 언론과의 만남, 즉 기자회견장이다.
기자나 언론이 특별히 유능해서가 아니다. 그게 국민에게 위임받은 그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방면 ‘프로 선수’들이다.
비서실장 임명사실보다 직접 브리핑에 역점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많은 언론사가 대통령의 직접 발표 사실과 함께 기자들과 문답 내용에 비중을 두어 기사를 내보냈다.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한 것도 처음이고 기자 질문을 받으며 기자회견 형식을 취한 것도 오랜만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11월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이 중단된 이후 1년 5개월 만이었다.
22일의 기자회견은 주목받을 정도로 이례적인 게 아니었다. 당연했던 기자회견이 주목받은 건 그동안의 대통령실 관행이 잘못됐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왔다. 도대체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대통령이 어떤 방법을 통해 국민들과의 본격 소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은 대국민 소통에 진심인 것만으로도 소통을 위한 일차적 역할은 다했다고 보면 된다. 그들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일이나 국민 목소리를 그들이 전달받게 하는 일은 대부분 언론 몫이다. ‘매스 미디어’라고 하지 않는가.
벼슬 높은 이들은 ‘노이즈 마케팅’이 됐든, 아니면 정상적인 방법이 됐든 언론을 잘 이용해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으면 그 방면에선 유능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껄끄러운 상대’인 언론과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론 순기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인 의회주의자였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언론을 잘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간 사례로 꼽힌다. 반세기도 더 이전인 1960년대부터 정치활동을 했던 그들과는 당연히 소통방식도 차별화해야겠지만, 어쨌든 언론정책을 몸으로 체득했던 ‘양 김’ 행적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잘 참고해볼 일이다.
尹 대통령 소통 이끌어갈 정 실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명 정치인이기 전에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수습기자로 출발해 15년가량을 일선 기자로 보냈기에 대통령 소통이 각별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비서실장으로 제격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기자를 마친 후 정치인으로서 더 긴 세월을 살긴 했지만, 사회초년병 때 몸에 익힌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이 윤 대통령 보좌에 제구실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과거 언론계 동료들에게 “잘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소통의 문을 제대로 열어갈 자세를 보여줘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잘 지켜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윤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지금부터는 국민들과 야당에 더 다가가 우리가 나가는 방향에 대해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 의원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소통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정 실장에 대한 기대도 읽힌다.
사실 윤 대통령은 언론으로부터 응원을 엄청나게 많이 받은 것에 비해 대언론관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인 것으로 보였다. 기자회견 생략도 그렇지만 이런저런 언론정책을 통해 그런 정황이 드러난다.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또 대통령과 ‘맞짱 뜨는’ 강력한 검찰총장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언론에 대해서도 일방통행식 습성이 몸에 배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에 뒤늦게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젠 스타일을 바꿔야 할 때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주목한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거의 매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때 그 장면을 매우 즐겼다. 대통령이 선 채로 국정 전반에 관해 직접 설명하는 것도 신선했지만 출근길 대통령이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주고받는 그 광경이 신기하고도 흥미로웠다.
지금 다시 여론조사를 해봐도 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출발은 좋았으나 중단은 일방적이고도 과격해 더욱 큰 실망을 주었다.
MBC 기자 복장 상태나 큰 소리가 무례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어 스테핑과 공식 기자회견을 즉시 중단해 버린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제라도 기자회견을 다시 정례화해야 한다.
꼭 도어 스테핑 형식이 아니라도 좋다. 그동안 밀린 기자회견을 어떤 형태로든 보충하면 지금 그렇게 아쉬운 국민과 ‘소통 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다가오는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형식과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끝으로 다른 얘기 하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동에서 다른 사안은 몰라도, 전 국민에 대한 공짜 돈 25만 원 지급이라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은 수용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국가 부채가 1000조 원을 훌쩍 넘어 위험수위로 치솟는 시점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공짜 돈을 지급하자는 야당 요구에 대통령과 정부가 응한다면 ‘그 짓’은 소통이나 협치가 아니라 자신 안위만을 위해 차세대에게 빚을 물려주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야합일 뿐이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