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강남 나름"…'공사비-건설불황' 악재에 재건축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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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도 강남 나름"…'공사비-건설불황' 악재에 재건축 양극화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3.2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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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로 여의도·압구정 공략
주요 재건축 사업장 유찰 사례 이어져
상징적 아파트 잡아 하이엔드 브랜드 인지도 높이는 전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시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들어 재건축·재개발시장이 양극화하는 모양새가 뚜렷해지고 있다. 압구정동이나 여의도 같이 상징성이 큰 지역에는 건설사들이 몰리는 반면 강남이라도 관심이 낮은 지역은 유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공사비 갈등과 건설경기 침체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견고한 입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건설사들의 딜레마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이엔드’ 내세워 여의도·압구정에 공들이는 건설사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이 재건축 매물이 있는 압구정동, 여의도 등지에서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장으로 불리는 한양아파트다. 오는 23일 시공사 재입찰을 앞두고 있는 한양아파트에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 2위를 다툰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앞서 작년 9월 현대건설은 입찰가로 3.3㎡당 약 881만, 포스코이앤씨는 799만여원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 에이치(The H)’를 걸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윤영준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수주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윤 사장은 “여의도 한양을 반드시 수주해 명실상부 여의도 최고의 랜드마크로 건설할 것”이라며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최고의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사업제안을 반드시 지키고 현대건설만의 하이퍼엔드 특화상품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에 맞서 하이엔드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로 맞불을 지르고 있다. 특히 사업비 1조원을 책임지고 조달하겠다며 분양수입금을 소유주에게 먼저 지급하고 사업비 대출을 은행에 상환한 뒤 공사비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이앤씨도 마찬가지로 전중선 사장이 수주전에 직접 나서고 있다. 전 사장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성공이 곧 오티에르의 성공이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아직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당장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지 않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우량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해말 압구정TF를 신설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 입안 주민설명회에는 현대건설측 직원들이 나와 자사를 알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유찰, 또 유찰…공사비 올려도 마찬가지


반면 대부분의 정비 현장은 시공사 입찰이 여러차례 유찰되고 있다. 그동안 인기지역이던 강남3구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잠실동 잠실우성4차아파트는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지만 참여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조합은 공사비로 3.3㎡당 760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조합은 지난달 29일 공고를 다시 내면서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올렸지만 입찰 참여자격을 얻은 업체가 1곳에 불과해 또다시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 19일 4번째 입찰공고를 내고 5월초까지 시공사를 다시 찾기로 했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잠원동 신반포아파트 12차와 27차도 시공사를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12차는 단독입찰로 유찰돼 5월7일 마감하는 재입찰을 공고했다. 공사비는 3.3㎡당 897만원으로 유지했다. 27차는 지난 1월 마감인 첫 시공사 입찰공고에서 1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된 뒤 재공고를 통해 공사비를 959만43원으로 약 50만원 올렸다. 하지만 현장설명회에 나타난 건설사가 두 곳이 안돼 재차 유찰되며 재입찰키로 했다.

서울시 가락동 가락삼익맨숀와 노량진1구역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가락삼익은 지난달 16일 입찰공고 마감에도 참여한 업체가 한군데도 없어 한차례 유찰을 거친뒤 4월15일을 마감일로 재공고를 냈다. 예정 공사비는 총 6340억9200만원으로 3.3㎡당 약 810만원이 책정됐다. 노량진1구역도 두차례 시공사 입찰에 실패한뒤 오는 22일 마감하는 수의계약 공고를 냈다. 하지만 공사비를 3.3㎡당 730만원으로 유지해 상황이 불투명하다.

 

상징적 사업장 잡아 브랜드 알리기…재건축도 양극화될까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에서 양극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압구정과 여의도 등 주목을 많이 받는 주거지는 아파트 브랜드를 내세우기가 좋다. 특히 주요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 브랜드를 넘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해 상징성 있는 지역에서의 선점 경쟁은 마다치 않는 것이다. 

상징성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는 과거의 주택단지 개발사업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압구정동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서 ‘현대아파트’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GS건설의 아파트브랜드 자이는 서울시 반포동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세운 계기로 입지를 대폭 확대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선별수주 기조가 두드러진 점도 양극화에 한몫하고 있다. 공사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사업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업계 공사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1월 154.64를 기록하며 큰폭으로 오르기 시작한 3년전(2021년 1월)보다 24.5% 상승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주택사업을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건설경기 침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에너지사업과 데이터센터, 순환경제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지만 주택은 여전히 건설업계의 중요한 먹거리다. 지난 3년간 건축부문 수주 가운데 주택사업 비중은 57%에 달한다. 주택사업이 건설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에따라 사업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선별수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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