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기술력 집약 ‘이노뷔’ 출시…아이온과 정면승부
유럽 신공장·광주공장 이전 계획 등 재도약 발판 마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 달성으로 양적 성장을 이룬데 이어 올해는 '기술의 명가' 지위를 굳건히 할 질적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위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를 출시하고 모빌리티 시장 혁신 주도에 나섰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선점해 온 한국타이어 '아이온'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그럼에도 금호타이어는 자신만만하다. 그 이유를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이노뷔 브랜드 출시 현장에서 들어봤다. 우수한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할 투자 의지, 향후 광주공장 이전을 통한 재도약 계획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기술의 명가’…시장 판 커지기만 기다렸다
우선 금호타이어는 '기술' 키워드를 앞세워,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노뷔 브랜드에 적용했다는 HLC(High Load Capacity, 고하중을 견디는 구조설계) 기술부터가 눈에 띈다. 세계 최초로 브랜드 제품 29개 전 규격에 HLC 기술을 적용해 우수한 승차감, 내마모성, 연비 향상 효과를 제공한다.
이같은 혁신을 위해 전기차 타이어 시장에서 10년 넘게 갈고 닦았다는 게 금호타이어의 설명이다. 윤장혁 글로벌 마케팅담당 상무는 전기차 타이어의 원조가 금호타이어임을 환기시키며, 전용 특화 브랜드 출시가 경쟁사 대비 늦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교체용 전기차 타이어 수요가 본격 도래해 시장 판이 커지길 만을 기다렸다는 게 그의 얘기다.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타이어의 원조(元祖)다. 지난 2013년 그 어떤 브랜드보다 일찌감치 전용 브랜드 와트런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다양한 전기차 브랜드에 OE(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경쟁사가 수요 태동기에 전기차 전용 제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기운을 소진할 때, RE(교체용) 수요가 본격 도래하는 시점을 기다렸다. 어떻게 하면 이노뷔 브랜드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지,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집중하고자 했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이 2020년 전기차 판매 급증에 발맞춰 신규 수요가 본격화됐음을 감안할 때, 교체용 타이어 수요는 2024년 올해부터 도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타이어가 올해 이노뷔 브랜드 출시가 결코 때늦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이유다. 시장에 입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특화 브랜드 구축 효과까지 더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는 앞서 다양한 외부 연구기관들과도 손잡고 스마트 타이어와 회전저항 해석법, 고도의 정보 센싱 시스템 개발 등을 이뤄온 바 있다. 해당 기술들은 사실상 이번 이노뷔 브랜드에 집약돼 상품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엔 가상공간에서의 설계 기술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윈'에 주력하고 있다. 최적화된 구조설계와 함께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와 빅데이터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하이엔드 타이어 등의 고부가 제품도 늘려 프리미엄 OE 공급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오는 2027년에는 OE 타이어 공급량 중 30% 이상을 전기차 타이어로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노뷔 브랜드의 기술력 입증이 이뤄지는 순간부턴 글로벌 카메이커들도 이노뷔를 수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타이어 아이온과 가격은 동일하지만, 자체 평가 기준상 마모성능 등에 우위을 보여 경쟁력도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어려워도 기회는 있다”…투자 의지 지속
금호타이어가 치열해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확고한 투자 의지가 꼽힌다. 유럽 공장 건설 추진과 광주공장 이전을 통한 재도약 발판 마련 등이 대표적 예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도 움츠리지 않고, 지속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계속해 그려나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당장 금호타이어는 유럽 공장 설립 추진을 위한 최종 부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 초기 600만 본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해당 유럽 공장은 2배인 1200만 본까지 생산 규모를 늘려가게 된다. 유럽 프리미엄 카메이커들에 대한 공급력 확대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미래 성장 새 교두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은 유럽 공장 추진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단 뜻을 전했다.
"최근 유럽 내 인플레이션 상황이나 고용환경 등이 좋진 않지만, 유럽 공장 건설 계획엔 변함이 없다. 4곳의 후보지를 추렸고, 최종 선택을 고민 중에 있다.
EU 국가로 갈지, Non EU지만 유럽 공급이 원활한 지역으로 갈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생산 케파는 초기 600만 본으로 시작해 2배인 1200만 본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생산 능력은 5660만 본 수준(사업보고서 상)이다. 지난해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한 추가 투자 및 효율화 작업을 통해 총 6200만 본에 가까운 생산 능력을 갖춘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엔 중국 공장에 200만 본 증설을 위한 설비 주문을 완료했고, 미국 조지아 공장 증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럽 공장까지 본격 가동되는 시점엔 중장기적으로 7000만 본 가까운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이전 문제 건과 관련해서도, 좋은 시기를 살피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 상황(PF)이 우호적이진 않지만, 전기차 타이어와 같은 혁신 제품들을 위한 신공장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공장 이전 문제를 광주시와 논의해 온 안재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관련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도 광주공장에선 프리미엄 OE와 관련 기술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전환 흐름과 혁신기술들이 더 많이 반영된 신공장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다.
광주공장 부지를 먼저 비워야만 용도 변경을 해주겠다던 광주시 입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받아 공장 이전만 확실하다면 부지를 비우기 전 용도 변경해주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별한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광주시 입장을 고려해 준비해 나갈 것이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은 "경기는 어렵지만 기회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과 제조원가 경쟁력만 갖춘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것이다. 내수시장에선 금호타이어가 양적으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노뷔 출시를 기점으로 최고 제품으로 포지셔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선 낮은 인지도 극복을 위한 마케팅 확대와 유통망 최적화 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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