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세단 기블리·콰트로포르테…지난해 신차 그레칼레도 목표 미달
마세라티, FMK 대신 한국 지사 통해 직접 통솔…전략 마련까진 ‘버티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마세라티가 럭셔리 수입차 시장 호황기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연간 판매량이 500대를 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지는 지경에 처했다. 글로벌 본사가 마세라티 코리아 출범 카드를 부랴부랴 꺼냈지만, 반등을 이루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2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마세라티의 연도별 판매량은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내리막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공식 회원사로 등록한 지난 2018년 당시 1660대의 판매량을 5년 후인 2023년 434대와 비교하면, 감소율은 73.9%에 이른다.
마세라티의 부진은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932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처음으로 1000대 판매선 붕괴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사정은 더욱 악화돼 연 판매량이 554대, 434대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부진 배경으로는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등 대표 세단 모델들의 인기가 급격히 꺾인 점이 꼽힌다. 자체 노후화와 SUV 선호 트렌드를 맞아 수요를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블리는 2022년 100대 판매를 넘겼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조차 지난해 22대에 그쳤고, 최상위 모델 콰트로포르테 역시 18대 판매에 머물렀다.
신차들의 활약도 기대 이하였다. 중형 SUV 모델인 그레칼레가 대표적이다. 그레칼레의 지난해 판매량은 238대로 연간 판매 목표 400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 회복까지 이끌어 낼 신차로 기대를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마세라티는 부진은 최근 럭셔리 수입차 시장의 호황과도 선명한 대비를 이뤄 위기감을 높인다. 실제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가 1억 원 이상 모델 판매량은 지난 2018년 2만6314대에서 2023년 7만8208대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성장률만 197.2%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마세라티 판매량만은 뒷걸음쳤다. 1억 원 이상 가격대의 마세라티 판매량은 2018년 1660대에서 2023년 364대로 78.1% 급감했다. 럭셔리카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 어떤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은 당면 어려움을 그대로 방증한다.
마세라티는 판매 감소에 따라 네트워크 경쟁력마저 약해지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개 수준이던 전시장 개수는 2019년 9개, 2021년 들어선 8개로 줄어들었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과 몇몇 대도시 위주로만 전시장이 겨우 유지되는 상황이다.
결국엔 마세라티 본사까지 한국 경영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연내 마세라티 코리아 출범을 통해 직접 통솔키로 한 것. 이를 위해 그간 한국 사업을 맡아 온 수입사 FMK(대표이사 김광철)로부터 관련 사업권을 이양받기로 합의했다. FMK는 기존 마세라티 서울과 분당 전시장 운영을 지속하며 딜러사 역할에만 전념하게 된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관련 소식이 전해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면 위기 극복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하반기 한국지사 출범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마련될 때까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단 이유에서다.
한 지붕 가족인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도움도 기대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세라티 사업 부문에는 일절 관여치 않을 방침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마저 가장 느린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혀, 획기적인 사업 전략을 내세우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며 심화된 소비 양극화가 경기 침체에도 돈 쓸 사람은 쓰는 등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포르쉐처럼 최근 몇년 새 인기를 누려온 럭셔리 브랜드들의 입지 역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마세라티는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졌다. 이러한 격차를 좁히려면 결국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