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금리 인상·카플레이션 겹쳐 구매부담 늘어…대중화에 장벽
장년층 수입차 구매는 ‘역대급’…엔트리 확장 및 가격 정책 고민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수입차 시장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가운데, 젊은 2030 고객층의 수요 이탈 현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를 거치며 발생한 경기 침체와 카플레이션(차량 가격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해 가격 장벽이 두터워지면서 젊은 층의 구매심리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 갈 미래 고객층 이탈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개인 고객(법인 제외) 판매량은 2022년 대비 5.4% 감소한 16만3357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법인 고객을 포함한 수입차 시장 연간 판매량은 4.4% 줄어든 27만1034를 기록했다. 그간 기세등등했던 수입차 시장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셈으로, 개인 고객 수요 감소세가 시장 전체 하락폭을 웃돌면서 부진을 이끌었다.
수입차 개인 고객 판매량과 전체 판매량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이룬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의 일이어서 위기감을 높인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 한계치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굳건했던 수입차 성장세가 되려 엔데믹 시점에 타격을 받았다는 점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만 수입차 시장이 부진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대와 30대의 젊은 고객층 이탈 심화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2030 개인 고객 판매량은 4만8178대에 그치며, 직전 2022년 대비 1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판매 대수로 따지면, 1년새 1만 대 넘게 줄어든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20대 고객층이 2022년 대비 24% 줄었고, 30대 고객층은 16.6% 떨어졌다. 연간 1만 대 가까웠던 20대 수요가 약 7500대로 떨어졌고, 5만 대를 넘나들던 30대 고객 수요 역시 4만 대를 겨우 넘긴 게 현실이다.
2030 고객이 개인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마저 3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2030 고객 점유율은 29.5%로, 최근 5년새 최저치에 해당한다. 앞서서는 △2019년 38.8% △2020년 37.3% △2021년 36.0% △2022년 34.0%를 차지해왔다.
정반대로 40대 이상 고객층부터는 수입차 구매 수요가 굳건한 것으로 확인된다. 40대층 판매량은 5만5056대로 연령대별 가장 큰 볼륨을 차지했다. 4.1% 감소세를 기록하긴 했으나, 2030세대 하락세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인다.
특히 50대 고객층부터는 수입차 구매 수요가 일제히 오름세다. 50대의 경우엔 지난해 3만8738대의 수입차를 구매하며 사실상 주요 구매층이었던 30대 판매량(4만743대)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2022년 대비 증가세는 5.5%다. 이외 60대는 6.6.% 오른 1만7328대, 70대 이상은 10.9% 늘어난 4017대로 집계된다. 수입차 시장 고객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젊은 세대의 수입차 수요가 줄면서, 5000만 원 이하 가격대의 수입차 판매량 역시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의 경우엔 3000만 원 이하 수입차 판매량(개인 고객 기준)은 2022년 대비 99.9% 감소한 단 1대를 기록했고, 4000만 원대는 41.7% 급감한 5308대, 5000만 원대 차량은 26.4% 줄어든 1만9945대에 그쳤다.
지난해 5000만 원 대 이하 수입차 판매량을 모두 더하면 2만5254대로, 직전 년도 대비 33.4% 감소세다. 대수로는 1만2500대 넘게 줄었다. 젊은층 고객들이 저렴한 엔트리 수입차 모델을 주로 구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5000만 원 대 이하 수입차 판매량 감소는 2030세대의 이탈 현상과 직접적으로 맞물린다.
나아가 개인 고객 구매 비중이 가장 큰 5000만 원~7000만 원대 가격 구간에서마저 20.0%의 판매 감소가 나타났다. 1년새 7만1685대에서 5만7366대로 줄은 것. 오히려 7000만 원~1억 원 가격대 수입차는 38.8% 늘어난 5만3612대를 기록했다. 내연 기관 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차 판매 확대와 함께 럭셔리 수요가 지속 늘어나는 소비 양극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수입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를 거치면서 인식과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점, 카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할부 부담 증가 등의 요인이 젊은 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경제력 여력을 갖춘 장년층 사이에서만 수요 증가가 집중되고, 7000만 원 이상 모델의 판매 확대가 뚜렷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폭스바겐과 푸조, 일부 일본차 모델들을 제외하면 5000만 원 이하 가격대에선 마땅한 모델을 찾기 힘들다는 푸념마저 나오는 현실도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전만 해도 닛산 알티마가 2000만 원 대 구매 가능한 수입차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었다"며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값이 싼 수입차를 강조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력셔리 모델이 수익성을 내는 측면에서도 유리한 만큼, 브랜드들이 엔트리 모델 확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의 럭셔리화 현상과 차량 판매가 인상 등의 여파로 구매 부담이 늘면서 젊은 층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차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경차와 소형 SUV 등의 인기가 그 예가 될 수 있다"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신차 및 가격 정책 운영과 관련해 브랜드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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