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허용 추진…역대 정부 사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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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허용 추진…역대 정부 사례 어땠나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2.2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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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략산업 조건…환경평가 1·2등급지도 가능
尹정부, 그린벨트 정책 지자체 반영 움직임
“무분별 해제하면 지역소멸 부작용”…“지역산업 육성 본질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이 2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해제키로 했다. 지역전략산업의 경우는 환경평가 1·2등급 대지도 대상이다. 지역별로 산업을 육성하기 복안인셈이다. 하지만 산업 육성이 아닌 난개발을 초래하거나 녹지를 확충한다는 그린벨트의 의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에 <시사오늘>은 윤석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전략과 역대정부 사례를 되짚어보고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봤다.

 

‘해제 불가’ 1·2등급지도 전략사업으로 풀 수 있어


정부가 20일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 ⓒ국토교통부
정부가 21일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 ⓒ국토교통부

정부와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울산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비수도권의 그린벨트를 대폭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전략사업뿐아니라 지역전략산업도 해제가능 총량과 상관없이 풀겠다는게 요점이다.

또한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평가 1·2등급 대지에 국가·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해제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1·2등급지는 전체 그린벨트의 79.6%를 차지해 해제 범위가 대폭 넓어진다. 대신 해제한 면적만큼 그린벨트를 새로 지정하게 된다.

그린벨트 해제의 관건은 지역전략산업이다. 지역전략사업은 지방균형 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주도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자체가 정부에 신청하면 국토연구원의 사전검토와 중앙도시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그린벨트 정책에 지자체의 개발수요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국토부는 지역전략산업 선정을 위해 먼저 국토부 훈령의 광역도시 수립지침과 그린벨트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수립지침을 늦어도 5월까지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도권 그린벨트는 해제되지 않는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수도권은 여전히 집중돼 있고 과밀문제가 있어 당분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본격 해제…尹정부 지자체 해제권한 확대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윤석열 정부뿐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경제활성화와 주거·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됐다.

그린벨트 제도는 당초 한국의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박정희 정부가 197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에 5397㎢ 규모에 지정됐고 이후 수차례 해제를 거쳐 현재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경남창원 일대에 3751㎢만 남았다.

제도완화는 노태우 정부때 처음 시도됐다. 서울태릉선수촌, 과천경마공원, 하남미사리 조정경기장 등 공공시설을 짓기 위해 해제됐다.

대규모 해제는 외환위기 이후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과 주거안정을 내세우고, 1999년에는 개발제한구역 관련 제도가 소유주 보상체계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추진됐다. 이에따라 춘천권, 청주권, 제주권, 여수권 등 중소도시권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되는 등 총 781㎢가 풀렸다.

이후 노무현 정부때 전주권, 진주권, 제주권 등 또다른 중소도시권이 해제되고 서울송파와 경기성남 그린벨트가 일부 해제돼 택지로 공급됐다. 이때 해제된 면적이 653㎢이다. 이명박 정부도 서울 강남과 강동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등 88㎢를 풀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각각 20㎢, 61㎢를 풀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 그린벨트 해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개발제한구역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비수도권 지자체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30만㎡에서 100만㎡로 확대됐다.

또한 권역별 광역도시계획으로 정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능 총량의 예외를 둘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국가산업단지 또는 물류단지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농경지에 흰 눈이 쌓인 모습. ⓒ연합뉴스
농경지에 흰 눈이 쌓인 모습. ⓒ연합뉴스

 

‘공공목적 제한적 활용’ 목소리…지방소멸 대책 기여 의문


이번 그린벨트 규제완화책은 1·2등급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나왔다. 그린벨트 해제가 원천적으로 안 되는 1·2등급지의 지정 요건 중 하나가 나무의 연령이다. 그런데 1998년 마련된 그린벨트 환경평가 기준에 따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 그린벨트 지역 가운데 1·2등급지 비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생토론회에서 “1990년대 후반 마련된 환경평가 등급 기준이 20년간 유지돼 현재 불합리한 지점이 나타났다”며 “나무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환경평가 기준으로 삼다보니 지방은 80%가량(1·2등급을 받아)이 해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그린벨트의 전면적 해제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녹지를 보존하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여론이 아직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상반기동안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의 72%, 전문가의 93%가 도시 주변에 개발제한구역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국민의 63.4%, 전문가의 67.0%가 ‘공공의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그린벨트 해제로 얻는 공익이 무엇인지 잡은 뒤 도시 및 산업계획을 꼼꼼하게 짜지 않으면 난개발과 환경파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계획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면 인구와 자원이 대도시 외곽으로 이동해 원도심이 힘이 빠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부작용을 불러오지 않으려면 지역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짜놓은 뒤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마 교수는 “지역소멸 방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그린벨트를 어떻게 푸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가령 부울경은 그린벨트를 어떻게 해제해서 첨단산업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큰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큰 그림’에 관해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대도시권 광역 협력 체계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남, 대전권 등 다른 대도시권에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선례처럼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실무적용단계에서 집지을 땅을 확보하자는 등 개발이익을 우선으로 무분별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는 식으로 엇나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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