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자더니 이젠 민생지원…누굴 위한 상생금융?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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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하자더니 이젠 민생지원…누굴 위한 상생금융?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2.1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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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兆 이자캐시백 은행 차주에게만 혜택
실적 악화 제2금융권도 프로그램 마련
자체아닌 정부예산으로 필요재원 조달
은행권 300만원…2금융권은 150만원
이자캐시백 시행 데드라인 올 1분기말
소상공인·자영업자만 캐시백 혜택받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서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캐시백을 제공한다.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전 금융권 이자 환급에 역차별, 총선용 포퓰리즘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사오늘 이근

상생(相生).

사전적으로 둘 이상이 서로 북돋으며 다 같이 잘 알아감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최근 금융과 결합해 ‘상생금융’이라는 말로 더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상생금융의 취지는 고금리로 힘든 시기에 은행만 잘 살지말고 금융취약계층과 취약차주와도 함께 잘 살수 있게 해보자였습니다. 지난해 은행권이 잇따라 내놓은 상생금융정책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최근 나온 은행권 민생금융지원책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ESG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책임 수준을 넘어 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이자캐시백 형태로 직접적으로 환원하는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많은 수익을 거뒀으니 그만큼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정부와 은행권이 수차례 만남과 논의를 통해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은행이 지난해 벌어 들인 당기순이익의 10%, 약 2조원을 이자캐시백 등의 형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되돌려주자는 것이죠.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자장사 비판에 상생금융정책을 내놓았음에도 추가적으로 수익 환원을 압박하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상생’이란 대의에 공감했기 때문에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생겼습니다. 바로 2금융권 차주들이죠. 1금융권인 은행을 이용한 차주들은 이자 캐시백을 받게된 반면 2금융권(캐피탈, 카드사, 저축은행 등) 취약차주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된 것입니다. 통상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당한 차주들이 2금융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고금리와 고물가로 더 힘들어하는 취약차주들이 정작 지원을 못받는 셈이죠.

당초 주요 논의 대상이었던 은행권 외에 2금융권에게도 이자캐시백 등 민생금융 압박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은행 외 2금융권의 현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상생이 ‘서로 잘 살자’는 의미라는 걸 감안하면 생존 문제에 직면한 2금융권에 이자캐시백 등 지원을 요구하는 건 상생금융 취지와 어긋나보입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듯 제2금융권 자체 재원이 아니라 나랏돈을 투입하기로 했죠. 올해 3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중소금융권 이차보전 사업(중진기금)’ 예산을 활용해 제2금융권 차주들에게 이자캐시백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처럼 ‘이자캐시백’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정부예산이 투입됨에 따라 은행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혜택이 제공됩니다. 돈을 정부가 대고 신청이나 관련 절차 등은 2금융권과 유관기관이 맡는 형태죠. 이때문에 은행과 달리 별도 신청이 필요합니다. 은행권에서 이자캐시백 등을 담은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을때 가장 우려하고 강조했던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범죄 악용 우려’가 2금융권에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을 발표할때 별도 신청이 필요없으니 신청 관련 문자 등은 피싱 사기일 수 있다는 주의를 강조해달라고 전했었죠. 반면 2금융권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은 정말로 신청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선 차주들 사이에서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세부적인 혜택부터 절차까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은행권의 경우 2023년 12월20일 이전 금리 4%를 초과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들에게 1년치 이자 90%(최대 300만원)을 지급하지만 2금융권은 2023년 12월31일 이전 금리 5%이상 7%미만 대출을 받은 차주들에게 최대 150만원을 환급해줍니다.

2금융권은 해당 금리 범위내에서 차등구간을 두고 있는데 5.0이상~5.5%미만인 경우 일괄 연 0.5%포인트 이자 환급, 5.5%이상~6.5%미만인 경우 연 5% 금리와의 이자 차액 환급, 6.5%이상~7.0%미만인 경우 연 1.5%포인트 이자 환급이 이뤄집니다. 혜택 대상 대출금 한도가 최대 1억원이기 때문에 이자캐시백 최대 지급액은 150만원인 셈이죠.

이처럼 2금융권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을 은행권과 비교하면 마치 잘 닦여진 철도와 급하게 마련한 가도(假道)를 보는 듯합니다.

상생의 취지도 빛이 바랬습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차주들간 형편성을 맞추려다보니 2금융권이 억지로 끌려나온 모양새죠. 재원이나 혜택 규모 등을 보면 2금융권은 사실상 은행권 들러리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민생지원 일정이 4.10총선을 앞두고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총선용 포퓰리즘에 금융권 곳간이 동원됐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실제로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민생금융지원 방안 모두 1분기말, 즉 3월말을 데드라인으로 못을 박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1차적으로 이뤄진 은행권 이자캐시백은 말할것도 없고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 자율프로그램 집행계획은 3월말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죠. 2금융권 역시 3월말 이자캐시백 프로그램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상황이니 전(全) 금융권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바빠진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자가 아닌 취약차주와의 형편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전히 시끄러운 분위기입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이같은 이자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상생’이란 대의를 내세워 금융취약계층을 돕고자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금융권과 서민이 서로 잘 살수있는 상생금융정책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그 대상이 정부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서민이라면 말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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