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던 포스코 회장 인선 잡음…내부 발탁으로 씻어낼까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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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 되던 포스코 회장 인선 잡음…내부 발탁으로 씻어낼까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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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마다 바뀌는 회장들
정부 등쌀에 외부 인사 선임 전례도
정권 외압 넘으니 이사회 리스크 발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포스코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유독 국민 기업 또는 공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선조들의 고통과 희생이 기반이 된 대일청구권 자금을 통해 정부 주도로 설립된 역사가 큰 몫을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회장 선출 과정에서만큼은 국민 기업의 눈높이를 맞춰내지 못해 지탄받기 일쑤다. 최근엔 장인화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시사오늘〉은 회장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포스코의 굴곡진 역사를 들춰봤다.

 

그땐 그랬지…정부 등쌀에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포항제철 회장에 金滿堤(김만제) 前부총리가 선임된 것은 `포철 회장은 내부에서 올라간다'는 전통을 깬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략) 대주주인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 丁회장과 趙末守(조말수)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외부인사를 회장에 기용키로 한 것은 丁.趙 두사람 사이에 표출됐던 연초의 실세싸움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정부가 포철회장을 외부영입한 것은 강력한 경영권 확보를 통해 국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기간산업체 포철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철강 비전문가로서의 약점도 적지않게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94년 3월 8일자 〈연합뉴스〉 “포철회장 내부승진 전통 깨져 주목”

포스코 회장 선임 잡음의 역사는 포스코(구 포항제철) 3대 회장을 지낸 정명식 회장과 그를 보좌하던 조말수 사장간 내분이 발생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는 박태준 초대 회장의 정치권 입성과 그 과정에서 비롯된 권력다툼, 퇴진 등의 풍랑을 마주했으나 지금과 같은 회장 선임 논란까진 겪지 않았다. 박태준의 사람들로 평가받던 내부 철강맨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음으로써 경영 안정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정명식 3대 회장 집권기엔 그렇지 못했다. 정 회장이 실세로 평가받던 조 사장의 경영 권한을 축소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정 회장은 조 사장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해 회장 중심 경영을 전격 선포했고, 조 사장은 갑작스런 경영권한 위축 및 상실에 맞서 반목했다.

내부 불화는 당시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에 대한 정권 개입을 부추겼다. 정부는 최고 임원진인 회장과 사장의 동반 퇴진 강수를 뒀고, 김만제 부총리라는 외부 해결사까지 투입시켰다. 포스코에겐 최고 임원진들의 강제 퇴진과 초유의 외부 인사 영입이란 굴곡진 생채기를 남겼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선 포스코 민영화 추진 계획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내부 임원진간 불화는 당시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에 대한 정부 개입을 부추겼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갈무리 

(중략) 두 사람의 불화에 정부는 대단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이 직접 나서 두 사람을 따끔하게 질책할정도였다. (중략) 김 장관은 이날 포철의 신임회장 내정사실을 밝히는 자리에서 "회장과 사장이 경영권을 둘러싼 불화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이들을 그냥 두먄 다시 내연의 소지가 있어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략)김만제 회장의 발탁에는 좀더 복잡한 배경이 깔려있다. 김회장은 김영상 대통령이 신임하는 몇 되지 않는 경제관료 출신이다. (중략) 그는 철저한 개방론자이자 시장중시론자이다. 그런 그가 포철 경영의 새 사령탑으로 오른데에는 이같은 점들이 두루 감안되지 않았겠느냐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994년 3월 9일자 〈경향신문〉 “개혁 낙하산, 浦鐵(포철)용광로 접수”

 

외부 인사도 희생양 전락…박태준 라인의 득세와 몰락


1997년 12월 20일 자 <매일경제> ‘김대중을 만든 사람들 JP·박태준 킹메이커 위력 발휘’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본
1997년 12월 20일자 매일경제 ‘김대중을 만든 사람들 JP·박태준 킹메이커 위력 발휘 기사. 본문과 무관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다만 외부 인사였던 김만제 회장조차도 포스코에 발을 들인 이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인물이었던 김 회장은 박태준 명예회장으로부터 '아마추어식 운영' 등의 강도높은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입지 회복 영향이 컸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로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며 정권 실세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때 박 명예회장은 포철의 정상화를 전면에 내걸고 철강 전문가인 유상부 전 포항제철 부사장을 내세운다. 포철 공채 1기인 유 전 부사장은 황경로 전 회장, 박득표 전 사장, 이대공 전 부사장과 함께 'TJ 4인방'으로 불리며, 신임을 받았다.

'박태준(TJ) 사단'인 유상부 전 포항제철 부사장이 신임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포철 임원진의 대폭적인 물갈이와 경영에 한바탕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유씨의 포철진입은 전적으로 박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중략) TJ측은 17일 주주총회를 계기로 임원급을 대폭 교체하는 등 김회장 체제 청산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98년 3월 16일자 〈동아일보〉 “TJ사단 복귀로 새판짜기”

 

유 회장은 박 명예회장과 함께 정치적 외풍을 겪은 서사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삼성그룹으로 적을 옮겨갔다가 다시 포철에 금의환향해 입성했다. 유상부 회장은 취임 후 철강 본원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으며, 과잉설비 조정과 신세기통신 지분매각 등을 단행하며 공과를 남긴다.

물론 유 회장조차 정권의 희생양으로 남게 된다. 정치 권력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하면서 비리 관련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임에 나서려던 계획은 틀어졌고, 결국엔 자진사퇴 형식으로 포스코를 떠나게 됐다. 해당 공석엔 당시 2인자 이구택 사장이 오른다.

(중략)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김만제 전회장 후임으로 TJ에 의해 발탁된 유상부 회장은 5년간의 재임기간에 6시그마 등 업무혁신(PI)을 통한 경영 투명성 및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때마침 찾아온 세계 철강경기 호황에 힘입어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타이거풀스 스캔들은 그에게 치명적인 흠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TJ와도 완전히 갈라섰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2003년 3월 14일자 〈문화일보〉 “포스코 ‘따나는 사람 남는 사람’”

 

노골적인 권력 개입 의혹들…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


이구택 회장과 정준양 회장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엔 잡음이 일어난다. 2009년 임기 1년을 남긴 이구택 회장이 돌연 중도사퇴하면서 정권교체기마다의 CEO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했다.

특히 정준양 후임 회장 선임과 관련해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았다. 포스코 내부에서 이구택 회장 후임으로 윤석만 사장 카드를 만지작 거렸는데, 권력 실세들의 개입으로 인해 정준양 회장 선임에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말 많았던 정준양 회장 체제는 2009년 2월 주총을 통해 공식 출범한다.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현 정권 실세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한 꺼풀씩 벗겨가다 보니, 권력과 실세들이 정부 지분 한 푼 없는 포스코의 인사를 쥐락펴락한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포스코 고위층들도 앞다퉈 권력에 줄대기를 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중략) 하지만 정권의 힘이 실린 ‘정 사장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1월29일 오후 2시에 열린 포스코 CEO추천위 회의에서 윤 사장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며 어렵게 입을 연다.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인사 개입 폭로는 15분가량 이어졌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충격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첫 투표는 4 대 4 동수였다. 하지만 최종 투표에서 정 사장이 낙점됐다.

2009년 5월 15일자 〈한겨레21〉 “정권 핵심 ‘포스코 접수’ 원격조종”

MB 정권기에 득세한 정준양 회장 체제도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이유는 간단했다. 또 다른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민영화를 이뤘음에도 정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굴곡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일각에선 정 회장이 재임 기간 동안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평도 내린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 뉴시스

정준양 회장의 뒤를 이어선 권오준 회장이 나선다. 포스코 대표 기술통이었던 권 회장의 선임은 정권 눈치보기를 벗어난 자유로운 결정으로 평가받지만, 그마저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다. 권 회장 체제 출범 초기의 기대감은 위기로 급변했다. 연임 성공에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패싱 논란과 잇다른 검찰 수사로 코너에 몰린다. 결국엔 사의를 표명하며 최정우 회장에게 지휘봉을 넘긴다. 

권오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 활동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포스코 잔혹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중략) 결국 권 회장의 사임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 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부분 등에 부담을 느껴 현 정권과 동행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2018년 4월 18일 〈뉴시스〉 “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중도하차 잔혹사 언제까지”

 

최정우 회장 임기 완주에도…차기 회장 공정성 리스크 ‘부담’


현 최정우 회장과 장인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잡음은 일었다. 최 회장 선임 당시의 경우엔 승계 카운슬의 깜깜이식 후보 선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정했다는 설(說)까지 나돌았다. 포스코 바로 세우기 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도 공정한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논란은 지속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포스코맨들로 구성한 후보 압축으로 정권 외압과의 거리를 뒀다는 것이다. 철강업에만 국한하지 않는 신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비엔지니어 출신인 최정우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 역시 눈에 띄었다. 최 회장이 전임 권오준 회장의 사람으로 불리긴 했어도, 크게 공통 분모가 없었던 만큼 회사 안팎에서 기승부렸던 외압 논란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최정우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 등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회사 성장과 연임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나아가 2연임 임기 완주까지 눈 앞에 두면서 중도 사퇴했던 이전 회장들과는 다른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정권 외압에서 버티기에 성공한 유일한 포스코 회장으로 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재임 시절 캐나다 호화 출장 논란의 당사자로 아름다운 이별에 오점을 남겼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뿐만 아니다. 호화출장 논란에 연루된 이사들이 최 회장의 후임을 선임하는 CEO후보추천위 활동을 강행해 공정성 논란을 자초한 점은 큰 부담을 안긴다. 장인화 회장 내정자를 선출했지만 그 출발부터 체제 정당성이 흔들리게 돼서다. 더불어 장 내정자가 앞선 호화 출장과 별개의 건인 중국 호화 출장 의혹의 당사자라는 점은 경영 리스크로 지목된다.

(중략) 장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장인화 차기 회장이 공식 취임한 이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 이사회의 '캐나다·중국 호화 출장' 논란을 포함해 모태 산업인 철강업의 경쟁력 제고, 미래 신사업인 이차전지의 정체기 극복 등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2024년 2월 8일 〈연합인포맥스〉 “포스코 차기 회장에 내부출신 확정…내우외환 위기 속 리더십 시험대”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사진 왼쪽)과 김인철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이 1일 포항 본사에서 '2020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포스코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사진 왼쪽)이 지난 2020년 9월 포항 본사에서 '2020년 노사 임금협약 조인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본문과 무관. ⓒ 포스코

기대를 모으는 점도 있다. 장인화 회장 내정자가 내부에서 인정받는 덕장형 리더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별도 참고 자료까지 만들어 "장 내정자가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경영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내에서도 인자하고 넉넉한 품성으로 구성원들을 아우르며 부드러운 듯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평가 받고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민영화 역사도 이젠 20년이 다 되어간다. 다만 회장 퇴진과 인선 과정에서의 외풍 및 잡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3월 새롭게 출범할 장인화 회장 체제부턴 포스코가 굴곡진 역사와 이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들은 그저 국가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 기업 포스코가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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