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마케팅 줄이고 해외 진출·사업 카테고리 확장 등으로 활로 모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적자에 허덕이던 명품플랫폼이 새해 재도약을 준비한다. 무리한 광고·마케팅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성장동력이 될 만한 새로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발란은 창사 이래 첫 분기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발란은 지난해 9월 첫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시작으로 12월까지 4개월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창립 이후 8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발란 측은 명품 플랫폼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경영 혁신, 운영 효율화와 함께 신사업을 등을 통한 외연 확장이 동시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 추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해 구매 전환율을 급성장시켰고, ‘발란케어’와 ‘발송 책임 보상제’, ‘발란 익스프레스’ 등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30~50대의 진성 고객군을 확보한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발란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90% 이상 절감했음에도, 70%대의 견조한 재구매율로 수익성 개선의 성과를 봤다. 또한 파트너 동반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거래액을 극대화한 부분도 주효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실적이 40% 가까이 반등했다. 송호진 머스트잇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18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2023년부터 추진해 온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로, Growth Index, Product Index, Business Index의 3가지 축을 통해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을 구축해 왔다”며 “2024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서비스 커버리지 확장’과 ‘탐색과 발견의 고도화’ 전략을 통해 ‘퀀텀 점프’를 이뤄 나갈 것”이라고 했다.
명품플랫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데는 시장 상황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주요 명품플랫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중심이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중심 판매였던 명품 카테고리에도 온라인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당시 명품플랫폼들은 사업 초기인 만큼 인지도 제고도 중요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초기에 소비자들을 끌어모으지 못 하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쉬운 만큼 너 나 할 것 없이 유명 배우를 앞세운 광고·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엔데믹 전환과 함께 온라인 시장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지속되는 출혈경쟁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SSG닷컴과 롯데온 등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도 명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험난해지는 분위기다.
향후 명품플랫폼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트잇은 지속적인 성장 패러다임 구축이 올해 목표다. 커버리지 확장 측면에서는 유럽 명품 부티크 매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인 부티크 전용관을 운영한다. 탐색과 발견의 고도화 측면에서는 개인화, 큐레이션 등의 서비스와 더불어 자체 운영하는 ‘고객 연구소’를 통해 고객 경험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지난해 자금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자생할 수 있는 체력을 얻었고, 이러한 위기 속에도 C레벨 완전체 구축과 4분기 신규 입사자 두 자릿수 채용 등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신사업 확장을 탄탄히 준비해 왔다”면서 “요행 없이 정도를 걸으며 명품업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란은 올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낸다. 앞서 발란은 카테고리 확장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K-럭셔리’를 론칭, 또 다른 수익 창출의 창구를 마련했다. K-럭셔리는 첫 사업 확장 프로젝트로, 우수한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게 주요 골자다. 발란은 판로 개척,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최형준 발란 COO는 “경기 불황에도 발란이 성과를 거둔 것은 명품 플랫폼 본연의 사업 가치에 집중해 온 발란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해 명품 시장은 생존 여부가 화두로,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 둘 다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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