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부지출자 재원 확보 수단 특별법에 담아
불투명한 개발시장 극복하려면 지자체 사업성 확보 노력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최근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수익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해 오피스 등 상업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민간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지자체가 사업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수도권 경부선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대표적으로 경부선 지하화가 숙원사업이던 용산구는 이날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용산구는 철도 지하화를 통해 경부선 용산역~서울역 일대 4.5㎞ 구간을 국제업무 지원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그린네트워크 구축, 공공기능 강화 용도로 활용하고 경원선 용산역~서빙고역 3.5㎞ 공간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철도 지하화 특별법 통과는 도시공간을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편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철도지하화 특별법은 지하화 사업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재원 확보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과 인근 개발사업을 연계하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을 법제화해 개발이익을 지하화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민간자본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개발이익으로 충당할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채권을 발행하고 철도부지를 출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향후 정부 차원에서도 철도 지하화 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하화 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관련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지하화 대상 노선, 사업비 등은 향후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 건의를 받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의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매매시장이 위축된 상황으로 향후 경기 개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11월 내놓은 상업용부동산 시장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오피스 거래 규모가 2022년의 58.6% 수준인 5조9000억여원을 기록했고 상가도 소비 심리 회복이 더뎌 공실률이 3분기 기준 완만하게 증가했다.
부동산PF 위기로 부동산 개발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문제도 있다. 특별법이 제시한 재원 조달 방법 중 하나가 채권 발행으로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하지만 PF라는 금융제도의 위기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건설사 자금 조달 여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결국 사업성을 확보할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철도 지하화 사업이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문헌일 구로구청장, 최대호 안양시장 등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관련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도 대선 때 서울 내 지상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전까지는 사업 용역을 개별적으로 내 검토했을 뿐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을 내지 못했다.
이에따라 철도 지하화 사업이 말뿐인 정책이 아닌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지자체가 수립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는 공사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도심지 철도부지의 지상 공간의 경우 활용했을 때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부분으로 지하화 비용을 충당하는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안전연구팀장은 “철도부지 상부만 수십년 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유재산 출자로 민간이 부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며 “선로 주변부지를 선로개발 사업에 편입해 사업성을 높이고 주변 개발수익을 선로 위 공원 비용으로 기여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가 줄 수 있는 혜택은 현물로 출자하고 특별법을 시행하는 정도”라며 “지자체가 철도 지하화 개발을 잘 하면 유동인구가 늘고 상업이 잘 되면 지자체의 혜택으로 돌아가므로 지자체 책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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