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리딩뱅크 도약”
이석용 농협은행장 “粒粒辛苦 정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해 초 은행장에 취임한 5대 시중은행장 새내기 3인방이 올해로 임기 2년차에 접어든다.
2년차 행장 3인방인 이승열 하나은행장(63년생), 정상혁 신한은행장(64년생), 이석용 NH농협은행장(65년생)은 취임 시기(2023년 초)는 물론 모두 6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상생금융이 일종의 덕목이자 의무로 자리잡으면서 이들 모두 ‘고객’을 최우선 가치에 둔다는 동일한 경영방향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차별화 지점이 존재한다. <시사오늘>은 이들 3인방의 취임 후 성과와 향후 비전 및 과제 등을 살펴봤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인비저블 뱅크 기반 마련…첨단기술에 역량 집중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진옥동 전(前) 행장(現 신한금융그룹 회장), 고(故) 한용구 전 행장이 강조해온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 기반을 다지는 등 단기적 재무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성장 먹거리를 찾고 있다.
앞서 전임 행장의 건강이상으로 급작스레 지휘봉을 잡은 정상혁 은행장은 잔여임기를 이어받은 탓에 올해 말이면 임기가 끝난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를 보유한 정 행장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하는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정상혁 행장은 전임 한용구 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1달여만인 지난해 2월 물러난 뒤 바통을 넘겨받아 어수선한 신한은행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정 행장은 별다른 취임행사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고 취임사 역시 밝히지 않았다. 새 행장의 경영전략과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단기성과 치중 우려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후 정 행장의 행보를 보면 ESG 확대, AI기반 기술 역량 제고, 금융산업 미래 경쟁력 확보, 상생금융 등 단기적 재무성과와는 거리가 먼 미래먹거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 행장은 취임 후 단행한 첫 조직개편에서 △기본 △신뢰 △미래라는 3개 키워드를 주요방향으로 내세워 진행했다. 특히 향후 인공지능(AI)이 데이터 기반의 금융솔루션을 창출하고 업무 자동화에 기여하는 등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디지털솔루션 그룹 내 ‘AI연구소’를 신설했다.
AI는 미(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핵심 키워드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해당 행사에 참여, 단독 부스를 내고 AI은행권 등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정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할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타업종과의 적극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적에서 KB국민은행은 물론 하나은행에도 밀리면서 단기적 성과를 둘러싼 압박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PF 리스크와 대출자산 연체율 증가에 따른 부실 리스크 등도 최근 잇따라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 행장은 앞으로 11개월여 남은 임기 내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 지표 관리 역시 새로운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한층 더 어깨가 무거워졌다. 영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단행한 조직개편이 어느정도 성과를 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위기대응 역량 강화…리딩뱅크 왕좌 넘보다
지난해 1월 취임 일성으로 ‘리딩뱅크 도약’을 내세운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재무통’답게 숫자에 기반한 실적 성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재무 전문가로 불린다. 은행장 취임 이전에 하나금융그룹 재무총괄(CFO)을 맡으며 탁월한 분석력과 기획력을 갖춘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행장 취임 이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2파전 리딩뱅크 경쟁에서 한때 2강(强) 모두를 제치고 1위(당기순이익 기준)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기록하며 3파전 양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7664억원을 시현하며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2조8554억원, 신한은행은 2조599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은행 실적 개선의 반작용으로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앞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민생금융지원 규모는 총 2조+α로, 개별은행이 부담하는 자금은 2023년 한해간 거둬들인 누적 당기순이익의 10%로 책정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에 2194억원, 은행 자율 프로그램 1363억원 등 3557억원 규모 ‘민생금융지원방안’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별도 은행장 신년사를 배포하지 않지만,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새해 경영전략을 봤을 때 은행권 ‘상생금융’은 여전히 유효한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며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자 중심 수익구조에 대해 합리적 금리체계가 반드시 뒷반침돼야한다는 당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의 새해 목표는 비이자이익 강화와 금리산정체계 합리성 확보 및 고도화가 될 전망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NH올원뱅크 고도화…금융권 슈퍼앱 경쟁 가세
3인방중 막내인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5대 시중은행 말단에 위치한 농협은행의 경쟁력 및 역량 제고를 선명한 경영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취임 당시 이 행장이 강조한 입립신고(粒粒辛苦) 정신과도 연관이 있다. 낟알 하나하나가 모두 농부의 피땀이 어린 결정체라는 말로,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고심해 애를 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임직원들에게 ‘도전정신’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강조한 셈이다.
이 행장의 취임사를 보면 이대로 안주하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보인다.
그는 “외부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기업의 영역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만성적인 자본 부족과 비이자 사업의 열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고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의지와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전략 방향성은 올해 신년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금융 생태계 구축을 통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핵심역량을 제고해 농협은행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량차주·유망분야의 신규 주거래기업 확대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시장 중심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제공을 통해 WM 사업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라면서 “NH올원뱅크의 슈퍼플랫폼 도약, 데이터 활용 강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핵심기술 내재화의 4가지 핵심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우리가 주도하는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슈퍼앱을 구축한 KB금융(KB스타뱅킹), 신한금융(신한 슈퍼SOL), 그리고 오는 11월 슈퍼앱 ‘New WON’을 우리금융이 선보이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및 고객 편의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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