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이어 올해 역시 ‘글로벌 공략’에 박차…실적 부진 벗어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엔씨소프트에 있어 리니지 시리즈는 3N의 반열에 오르게 한 효자이자 현재까지도 엔씨소프트에서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이다.
하나의 장르라 봐도 무방할 만큼 게임 업계에 한 획을 그었으나 리니지의 아버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변혁을 외치며 과감하게 방향 키를 바꿔 잡았다.
장기간 지속되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담하게 모험에 나선 김 대표. 늘 걸어왔던 익숙하고 편한 길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거친 풍랑 속으로 뛰어들었다.
장르 다변화 꾀하며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면’ 보여
엔씨소프트는 2023년을 글로벌 공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2024년 역시 장르 다변화를 통해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 같은 배경엔 지난해 5월부터 지속된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주 성장 동력이었던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경쟁력이 약화됐고, 새롭게 유입된 2030 유저들이 리니지 게임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
이에 김 대표는 1998년부터 함께 걸어온 리니지 스타일 대신 장르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과감한 변신과 개혁을 선언했다.
‘탈 리니지’를 통한 새로운 생존 전략 모색에 나선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캐주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출시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퍼즈업 아미토이는 엔씨소프트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일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같은 해 11월에는 2023 지스타를 통해 현재 개발 중에 있는 ‘LLL’, ‘배틀크러쉬’, ‘Project BSS’까지 출시 예정작 3개의 시연을 준비했다.
이중 Project BSS는 아이온의 흥행 계보를 이은 ‘블레이드 앤 소울’의 IP를 차용한 게임이다. 리니지 스타일에서는 벗어났지만 IP를 활용해 기존 유저들에겐 익숙함과 반가움을, 새로운 유저들에겐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관련 게임에 대한 관심도를 함께 높이겠다는 ‘영리한 전략’이 돋보인다.
이 외에 ‘대체 역사’를 주제로 한 ‘오픈 월드 슈팅’ 장르의 ‘LLL’과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역시 엔씨소프트가 기존에 선보여 왔던 MMORPG 장르들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유저들의 기대를 높이는 모습이다.
2023 지스타 현장에서 김 대표는 “게임 분야는 상당히 빠르게, 많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 흐름에서 엔씨소프트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특히 ‘LLL’ 의 경우 콘솔 시장에 집중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어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콘솔 시장 도전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참 많고, 또 콘솔을 떠나 장르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영상으로만 공개됐지만 유저의 선택지와 행동에 따라 분기점이 갈리고 엔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랙티브 장르의 ‘프로젝트 M’과 RTS 장르의 ‘프로젝트 G’도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RTS 장르는 전략 게임의 일종으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2024년 내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유저들 곁을 찾을지 기대를 모은다.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으로 체질 개선 나서
지난해 말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 후보자로 내정한 것 또한 엔씨소프트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창사 이래 김택진 창립자의 단독대표 체제를 이어 왔던 27년간의 세월을 뒤로하고 ‘공동대표 경영 체제’라는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무 내정자는 VIG파트너스 대표로, 굵직한 합병과 기업 분쟁을 담당해 왔으며 엔씨소프트와도 연이 깊다.
김 대표와 고등학교 및 대학 동문으로 2007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경영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엔씨소프트와 함께해 온 만큼 회사 내부 사정에도 밝다. 그런 그가 오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인공지능 기반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셈버앤컴퍼니의 모든 지분을 정리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18일에는 AI 금융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고 관련 직원들을 타부서에 재배치했다.
출시 예정작들의 장르 다변화를 비롯해 공동대표 선임과 조직 개편까지, 미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김 대표의 과감한 결정에서 엔씨소프트의 부흥을 다시 한 번 이끌어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인다.
엔씨소프트의 CEO 겸 CCO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유저들에게는 ‘택진이 형’이라는 호칭으로 더욱 친근하다.
과거 게임업계에서 취직을 준비하던 이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는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위상은 여전하나 ‘택진이 형’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와 친밀도는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다소 낮아진 상황.
리니지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을 통해 많은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만큼 이번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다시 유저들 앞에 ‘택진이 형’으로 당당히 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김 대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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