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순혈주의’ 맞서는 행동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헌정 사상 네 번째로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의원의 임기 말 거취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 “진보정치 전체를 상대로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같은 부정적 평가와 “운동권 기득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긍정적 평가다.
비판의 내용은 이렇다. 류 의원이 이끄는 내부 의견 그룹 ‘세 번째 권력’은 이달 8일 ‘새로운 선택’과의 통합을 확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적을 유지한 채 신당에 합류하는 행위가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행위라는 것.
류 의원은 ‘세 번째 권력’에서 함께 활동하며 당 노선 투쟁에 뛰어들고도 잔류를 선언한 장혜영 의원에게도 비판 받았는데, 이달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류 의원이 탈당하지 않은 것을 두고 “새로운 세력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그 곳에 가서 하는 게 누가 봐도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의당 전 관계자는 “당을 망치고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역구 당선은 가망이 없으니, 비례대표를 한 번 더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인 김종대 전 의원은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류 의원이 “진보정치 전체를 상대로 패륜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권 순혈주의’에 맞서는 행동일까?
이러한 비판과는 다르게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한국 진보정치 30년을 지탱해오던 ‘운동권 순혈주의’에 맞선다는 것인데, 그간 정치권에서는 운동권 세력의 권력 나눠먹기식 행태가 지적받고는 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탈당한 케이스는 안철수·손학규·이언주 등 여럿 있는데 이들 모두 환경을 변화시킬 엄두는 내지 못했다.
류 의원은 이달 15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운동권 세력을 향해 “헤게모니 싸움을 하고 있다”며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당내 정파들의 비례대표 순번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류 의원은 비판에만 그치는 것 아니라, 당 내부 주류인 ‘운동권 순혈주의’에 반대하는 세력까지 규합한 후 탈당하겠다는 행보다. 이 지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
28일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 정치를 비판하며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을 규합했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수 있었다”며 “정의당 내 파벌이 많은데 변화를 위해서 사람을 규합하는 몸부림은 류 의원 입장에서 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정치의 절반은 운동권인데, 순혈주의를 비판하며 맞서 싸우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좌우명 :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