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2023년은 고물가와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 기업의 생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 해였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 인상이 빈번히 이뤄졌고, 오프라인 매장은 새 단장을 통해 소비자를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트렌디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까지 국내에 새롭게 상륙하면서 경쟁 강도는 더욱 세졌다. 올해 유통·식품업계의 주요 이슈와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기업은 가격 인상, 정부는 통제
식품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한 해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연초부터 각종 식음료와 과자, 아이스크림, 술을 비롯해 햄버거 등 외식업체도 가격을 올렸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정부는 기업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으름장을 놨고, 일부 기업은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되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미래형 점포 새 단장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올 한해 노후 점포를 리뉴얼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온라인 소비가 일상이 되며 상대적으로 대형마트, 백화점 등은 이에 따른 소비자 이탈이 나타났고, 그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공간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먹고 즐기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을 선언했다. 공통적으로 식료품 공간을 크게 넓히고 다양한 테넌트도 확대하는 등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식품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아스파탐은 제로콜라·막걸리·과자 등에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쓰이는 인공감미료로, 설탕보다 약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행 아스파탐 사용기준이 안전성에 큰 위해가 없다고 판단, 기준치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식품업계는 일부 소비자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대체 감미료를 찾는 등 아스파탐의 함유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관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추석 대목을 앞둔 시기였던 만큼 유통·식품 기업들은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곧바로 먹거리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 대형마트는 오염수 방류 전 국내산 수산물을 최대한 비축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식품업계도 자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외부기관에서도 검사를 받는 등 안전성 검사 수준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줄 잇는 희망퇴직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기업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시니어 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롯데홈쇼핑도 지난 9월 창사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근 매각 협상이 불발된 11번가도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1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신청 대상은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이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유업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지난 8월 강제성이 없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파리크라상도 법인 소속 14개 브랜드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이커머스의 공습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외국계 기업들이 침투하면서 새로운 균열을 내고 있다. 싱가포르계 플랫폼 큐텐(Qoo10)은 지난해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 5월과 6월엔 각각 인터파크와 위메프까지 품에 안았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저가 중국산 상품을 앞세워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속에서 나머지 업체들이 무한경쟁을 이어가는 구도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큐텐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얼마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 상륙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의 상륙도 이어졌다. 우선 한화갤러리아가 국내에 들여온 미국 버거 ‘파이브가이즈’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점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열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팀홀튼’도 한국에 진출한다. 팀홀튼은 오는 14일 플래그십스토어인 신논현역 1호점을 열고, 이달 28일에는 2호점인 선릉역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나를 위한 소비’가 이뤄짐에 따라 한국 외식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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