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꼼수’ 잡는다…식품업계 ‘가격 인상’ 후폭풍
스크롤 이동 상태바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잡는다…식품업계 ‘가격 인상’ 후폭풍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11.17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단체 “원재료가 하락, 소비자가 반영 안 돼”
“슈링크플레이션은 꼼수 인상”…정부 실태조사 착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10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또 한 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중량을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꼼수 인상과 다를 바 없다는 정부 지적까지 나오면서 소비자 여론도 악화되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가 최근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등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식품 기업들이 호실적을 나타내면서, 수익을 챙기기 위해 가격 인상을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빙그레(전년 동기 대비 153.9%), 삼양식품(124.7%), 농심(103.9%), 오뚜기(87.6%) 풀무원(55.2%), 대상(50.1%), 롯데웰푸드(40.9%) 등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 사이 물가도 뛰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집계 결과, 지난달 기준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뛰었다. 그 외 설탕은 17.4%, 아이스크림은 15.2%, 커피는 11.3%, 빵은 5.5% 각각 올랐다.

라면 물가는 1년 전 대비 1.5% 하락했지만 2년 전보다는 10.0% 높으며, 스낵은 1년 전보다 0.9% 내렸지만 2년 전보다는 1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과 스낵의 경우 정부 압박에 식품 기업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내리면서 최근 물가가 소폭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슈링크플레이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팩의 1캔당 용량을 375mL에서 370mL로 5mL 줄였으며,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한 봉지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g 줄인 378g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풀무원도 핫도그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둔 채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사실상의 가격 인상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용량이 줄어든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기업은 소비자에게 제품 용량 변경을 고지할 법적 의무가 없어 이 같은 사실은 대체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단체와 정부는 식품업계를 겨냥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는 지난 10일 ‘국제 곡물 가격 하락과 국내 식품 가격 성명서’를 냈다. 소협은 성명서를 통해 “식품기업들은 원재료가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 원인으로 주로 꼽고 있으나 많은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비해 소비자가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며 “원재료가 상승엔 민감한 기업들이 원재료가 하락은 소비자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협이 국제 곡물 가격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밀과 팜유 모두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소협은 “그럼에도 라면 3사는 원재료가 하락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3년 누적 평균 인상률은 21.1%에 달했다”며 “원재료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고통 속에서 기업 자신만의 이익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우선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0g 들어가던 것을 90g 들어간다고 충분히 공지하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슬그머니 (중량) 표기만 바꾸는 것은 꼼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 통제가 슈링크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왜 우리만’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계속 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다가 중량을 줄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분간 물가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돼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부처 차관들은 각자 품목을 맡아 직접 가격과 수급 현황을 관리한다. 농식품부는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 등의 가격을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