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모두 마무리 지었다. 지난 9월 조기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을 시작으로, 11월 현대백화점그룹, 12월 롯데그룹 순으로 인사가 단행됐다. 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3사 모두 위기 속 변화를 중점에 두고 인사를 진행했다.

우선 신세계그룹은 가장 빠른 9월 인사를 발표한 것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큰 폭의 변화를 택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표이사의 약 40%가 바뀌었다. 주요 계열사 역시 수장을 교체했는데, 신세계 대표이사는 박주형 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이마트 대표이사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였던 한채양 대표가 맡았다.

조직 구성에도 과감한 변화를 줬다. 한 명의 대표가 여러 계열사를 맡는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고, 한 대표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모두 이끈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신세계푸드 대표인 송현석 대표가,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인 임영록 대표가 함께 맡는 식이다.

신세계 측은 “이번 인사는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며 “회사의 경쟁력 전반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일찍이 과감한 ‘신상필벌’ 인사를 단행하면서 경쟁사들 역시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대백화점과 롯데는 ‘안정 속 쇄신’을 택하면서 비교적 인사 폭이 축소됐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 인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확장하기보다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대표가 교체된 곳은 백화점과 홈쇼핑이다. 우선 지난 4년간 백화점을 이끌던 김형종 대표 대신 정지영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지난 2021년부터 현대홈쇼핑을 이끌어온 임대규 대표이사도 물러나고, 한광영 영업본부장(전무)이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선 변화를 선택하게 됐다”며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승진 발탁함으로써 안정을 바탕으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는 ‘세대교체’에 중점을 두고 인사를 실시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안정보다는 변화에 중심을 둔 ‘파격 인사’라고 할 만큼의 쇄신을 거듭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서는 전체 임원 규모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해 대비 주요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면서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60대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했고,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됐다. 이 중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로 우웅조 상무(승진)가 선임되면서 40대 대표이사는 기존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 에프알엘코리아 정현석 대표이사 포함 3명이 됐다. 사장 직급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5세 젊어졌다.

일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외부전문가를 수혈해 반전을 꾀한다. 대표적으로 롯데e커머스 사업부는 나영호 대표가 재신임을 얻지 못하고 물러나는 대신,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부사장)가 신임 수장으로 내정됐다. 박 부사장은 커머스플랫폼 기업 관리와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e커머스의 턴어라운드와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