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2000억 원 달해…그로서리 경쟁력에 사활 걸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롯데쇼핑이 ‘오카도’(Ocado) 물류센터 착공에 돌입하며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승부수를 띄웠다. 오카도의 경쟁력 높은 배송 자동화 시스템과 함께 상품 구색·배송 처리량 등을 대폭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5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위치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 Customer Fulfillment Center) 부지에서 기공식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지 약 1년 만이다. 첫 번째 CFC 건립 지역으로 부산을 선정하고 부지를 마련, 시설 설계 등 준비기간을 거친 후 본격 공사에 들어간다.
부산의 CFC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롯데쇼핑의 첫 번째 물류센터다. 연면적 약 4만2000㎡(약 1만2500평) 규모로, 상품 집적 효율성을 높여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상품 구색을 2배 가량 많은 4만5000여 종으로 늘렸다. 배송 처리량 역시 약 2배 늘어난 하루 3만여 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비용은 약 2000억 원이다.
CFC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다.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는 물론,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로 진행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장보기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상품 변질, 품절, 누락, 오배송, 지연배송 등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쇼핑 편의성도 향상될 것이라는 게 롯데쇼핑 구상이다.
국내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최적화된 시스템도 마련됐다. 우선 냉장·냉동식품 구매 성향이 높은 점을 감안해 저온 환경의 상품 보관과 배송 체계를 강화한다. 또한 아파트가 많고 교통 혼잡이 빈번한 문화를 고려해 국내 배송차량에 적합하도록 맞춤형 프레임을 별도로 개발하고, 배송 상자 구성도 새롭게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2030년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CFC를 전국에 6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에 이은 두 번째 CFC는 수도권 지역에 건설해 서울, 경기권 고객들에게도 차별화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롯데쇼핑이 오는 2030년까지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을 완료한다고 해도, 2000억 원이라는 투자금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쿠팡은 지난 10여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면서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상황이다. 이밖에 컬리, SSG닷컴 등도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경쟁사의 선제적인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경쟁 강도까지 높아 후발주자로서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롯데 이커머스 사업은 아직 적자다.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1분기 200억 원 △2분기 210억 원 △3분기 230억 원으로 올해만 64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그로서리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공산품(40% 이상)에 비해 낮고, 반복 구매가 특징인 상품군인 만큼 향후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 원 규모다.
롯데 수장들은 이날 기공식에서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1번지로의 도약 의지를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의 새로운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첫걸음을 부산에서 내딛게 돼 의미가 깊다”며 “부산 CFC를 시작으로 롯데는 오카도와 함께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부산 CFC는 롯데의 새로운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초석이 되는 첫 번째 핵심 인프라”라며 “롯데쇼핑은 국내에 건설될 6개의 CFC를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1번지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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