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안팔리는데 수입차는 ‘쌩쌩’, 왜?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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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기차 안팔리는데 수입차는 ‘쌩쌩’, 왜?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10.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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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가성비’ 국산 지고, ‘럭셔리’ 수입차 활개
수입 전기차 시장, 33.8% 성장세…국산은 전기트럭 빼면 두자릿수 감소율
아우디 e트론·벤츠 EQS 등 인기…“국산 EV9 실패 교훈 삼아 대책 찾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수입 전기차는 올해 1~9월 동안 1만8423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수치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모두 급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올 들어선 국산 전기차들이 예상치 못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전기차시장 수요가 가격 중심에서 점차 프리미엄·럭셔리시장으로 옮겨가는 만큼 고객니즈에 대한 기민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동안 판매된 수입 전기차(GM 한국사업장 포함)는 1만8423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33.8% 증가했다. 대수로는 지난해보다 5000대 가량 늘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함께 두드러진 상승세를 잇는 양상이다.

해당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1.2% 감소한 19만7742대로 집계됐다. 시장 전반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환경차만큼은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다.

수입차 시장에선 전기차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점유율부터가 어느새 10% 문턱에 근접했다. 올해 9월까지 9.3%를 기록 중이다. 특히나 디젤 수입차(9.0%) 점유율을 추월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하더라도 디젤 수입차는 12.5%로, 전기차 점유율 6.9%를 크게 앞섰는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국산 전기차는 올 들어 판매 기세가 주춤해졌다. 9월까지 4.1%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 트럭을 제한 승용 모델만 따지면, 감소세는 두자릿수로까지 오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반면, 국산 전기차 시장의 처지는 위태롭다. 그간 호조세를 누려 온 국산 전기차 시장은 올 들어 처음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1~9월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감소한 8만6944대로 집계됐다.

상용 1톤 트럭인 현대차 포터EV와 기아 봉고EV를 제외하면 해당 낙폭은 더욱 불어난다. 해당 기간 전기 트럭을 제외한 국산 전기차 시장 규모는 15.1% 줄어든 5만2063대로 확인된다. 신규 진입 및 트럭 모델을 제외한 국산 전기 승용 모델 중에선 기아 아이오닉6만이 유일한 판매확대를 이룬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높았던 수요가 빠르게 사그라들었음은 위기감을 높인다. 

업계는 수입차 시장과 달리 국산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전기 신차들을 선보이지 못한 점을 부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급속한 성장기엔 가성비 모델들이, 성숙기엔 남들과 차별화된 럭셔리 모델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을 지니는 데, 수입차 대비 국산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준비가 미흡했단 지적이다.

수입 전기차 시장의 경우엔 지난 1~9월 기준 1억 원 이상 모델만 5883대가 팔렸다.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31.9%에 달하는 비중으로, 올해 판매된 수입 전기차 3대 중 1대는 1억 원 이상 고가 모델인 셈이다. 아우디 e트론부터 BMW iX 및 i7, 벤츠 EQE와 EQS 라인, 포르쉐 타이칸 전기 모델들이 그 주역으로, 비싸도 인기다.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 '더 뉴 EQE'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럭셔리 비즈니스 전기 세단 '더 뉴 EQE'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를 감안할 때, 국산차도 프리미엄 전략이 빠르게 뒷받침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입차는 기존 내연기관 시장에서 일궈놓은 럭셔리 및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전기차 모델에도 손쉽게 전이돼 경쟁 출발점부터 앞서는 경향이 강하다. 국산차의 경우엔 다소 열악한 게 사실이다. 가성비에 집중한 볼륨 확대 전략에서 이젠 벗어나, 다변화된 선택지 제공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국산 전기차를 꼽으라 할 때,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용 전기차 GV60 말고는 쉽게 떠오르는 차종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도 제네시스급의 전기차 선택지를 빠르게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 선보여진 기아 플래그십 전기차 EV9의 시장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 고객 니즈를 면밀히 살펴야 함도 강조했다. 그는 "기아 전기 전용 EV 시리즈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1억 원 달하는 대형 고가 모델 EV9을 내놓으니, 소비자들은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결국 제네시스처럼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 운영이나 특화된 네이밍 모델을 새로 갖추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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