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부분변경 효과 못 보고 뒷심 부족 노출
연말에 카니발 부분변경 위협까지…수요 다 뺏길 판
위기감 속 2025년 풀체인지 출시 전까지 ‘속수무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뒷심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지만, 판매 회복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2018년 말 첫 출시 이후 2년 간 카니발과 호각지세를 이뤘던 것과 천양지차다. 이제는 한참 뒤처져 승기를 완전히 내준 상황이다. 연말엔 카니발 페이스리프트 출시까지 예고돼 위기감이 감돈다.
14일 현대차 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팰리세이드의 올 1~8월 내수 판매량은 3만110대로, 전년 동기간 대비 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RV 부문 판매량이 8.4% 오른 15만4773대임을 상기하면, RV 인기 지속 상황에서 팰리세이드의 약세가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팰리세이드는 올해 연간 4만5000대 가량을 판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월 평균 판매량 3764대에 근거한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 4만393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2년 연속 내수 판매 5만 대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 입장에선 결코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처음 출시 때인 2020년만 하더라도 단숨에 5만 대 판매를 달성하며, 브랜드 플래그십 RV 모델의 위상을 다졌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이듬해인 2021년엔 6만4791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6만 대 고지를 가뿐히 넘었을 뿐 아니라, 패밀리카 시장 NO.1 모델인 기아 카니발을 600대 가량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다만 2021년부턴 판매량이 빠르게 줄기 시작하더니, 회복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 처지에 놓였다. 신차효과가 소멸된데다, 코로나에 따른 공급 부족을 겪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고객 수요를 다시 불러모으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판매량은 2021년 5만2338대, 2022년 4만5393대로 지속 줄었다. 2022년 5월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는데, 이마저도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판매 회복은 커녕 '지키기'도 버거워진 셈이다.
팰리세이드의 부진에는 앞서 언급한 카니발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3열 승객까지 배려한 '3열 SUV' 팰리세이드의 상품성이 공간활용성을 내세운 기아 대표 미니밴 카니발과 겹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카니발은 2020년 8월 4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통해 팰리세이드의 돌풍을 빠르게 저지해 나갔다.
업계는 카니발이 전형적인 미니밴 스타일에서 벗어난 SUV 디자인을 적용해, 대형 SUV 고객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했다고 평가한다. 미니밴과 SUV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RV'(레저용 차량)로 통칭되는 시장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팰리세이드는 당장 내년을 버티는 것도 만만찮아졌다. 판매 감소는 물론, 카니발과의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카니발은 올해 1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통해 승기를 굳건히 할 방침이다. 팰리세이드는 2025년에야 풀체인지가 이뤄질 예정이다. 카니발 신모델이 나오는 연말부턴 팰리세이드의 모델 노후화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기감이 중폭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니발은 MPV(다목적 차량)와 SUV 수요 모두를 타겟층으로 둘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팰리세이드보다 유리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며 "더욱이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엔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추가돼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니발은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뒀음에도,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이 6300대에 달하는 등 판매 호조를 누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월 평균 4900대 수준 대비 1400대나 앞선다. 팰리세이드의 경우엔 지난해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음에도 월 평균 판매량이 2021년 4360대에서 2022년 378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름 현대차 내 볼륨 모델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꾸준한 판매가 뒷받침되는 스테디셀링 모델로는 자리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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