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은 디폴트옵션…투자자 자생능력 향상엔 ‘글쎄’ [주간필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취지‘는’ 좋은 디폴트옵션…투자자 자생능력 향상엔 ‘글쎄’ [주간필담]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3.08.13 12: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전에 짜여진 포트폴리오…자산구성 선택권 없어
자칫 금융사 배불리기 될 수도…경쟁 심화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디폴트옵션의 적용을 받게 될 ‘투자 무관심자’들이 차려진 음식만 먹게 됨에 따라 이들의 투자 관련 자생능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디폴트옵션의 적용을 받게 될 ‘투자 무관심자’들이 차려진 음식만 먹게 됐고, 이들의 투자 관련 자생능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시사오늘 이근

지난 7월 12일부터 원리금 보장상품 자동재예치 제도 폐지와 동시에 DC 또는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디폴트옵션이라는 사전지정 운용제도가 의무화 됐다.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는 돈을 활성화 시키고, 더 나아가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직접 구성자산을 꾸려 지정해놓는 것이 아닌, 각 금융사들이 사전에 구성해놓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각 금융사들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별로 포트폴리오를 보기 좋게 구성해놓고 가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증권사의 경우 초저위험 포트폴리오 1개, 저위험 포트폴리오 2개, 중위험 포트폴리오 3개, 고위험 포트폴리오 2개 등 총 8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현 디폴트옵션은 금융사들이 만들어 둔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음식들 중 하나를 골라 먹게 될 뿐이다. 투자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가입자들이야 디폴트옵션이 적용될 일 자체가 없겠지만, 우리는 디폴트옵션 발동 가능성이 높은 ‘투자 무관심자’들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을 굴리는 것조차 남에게 맡기는 모양새라면 오히려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을 위한 가속페달을 자물쇠로 묶어놓는 셈이다.

가입자들에게 건전한 투자지식을 전하고, 그들이 스스로 디폴트옵션 구성자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편히 골라 먹을 수 있게만 한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퇴직연금 시장 내 자금 활성화를 위해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특히 단순 자금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닌 노후를 위한 초장기투자인 퇴직연금에서는 수수료, 즉 운용보수의 중요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가 내놓은 고위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의 구성 상품들의 운용보수를 모두 합하면 1%를 훌쩍 넘는다. 이처럼 가입자들은 의도치 않게 많은 보수를 매년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각 금융사들의 경쟁 심화도 우려된다. 금융사들이 짜놓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곧 이들의 운용 능력이기에 무리하게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는 반대로 손실률 역시 크기 마련인데,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투자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금융사들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는 ‘디폴트옵션형 상품’이 편입돼 있기도 하다. 포트폴리오 내 구성 상품에 본인들이 만든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을 끼워넣은 것이다.

디폴트옵션 그 자체로는 대기성 자산으로의 전환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지만 나아가 투자자들 스스로가 퇴직연금 시장 내 자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투자 관련 지식 함양을 위한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본인의 미래 수익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펀디 2023-08-16 09:15:36
IRP로 개인들이 직접 운용한 수익률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낮습니다. 개인이 투자하는 것보단 펀드에 맡기는 게 낫다는 말입니다. 퇴직연금 같이 중요한 자산을 오랫동안 운용하려면 개인의 힘으로는 힘듭니다. 당연히 디폴트 옵션으로 지정된 상품을 고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