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이상한 토론회 문화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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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이상한 토론회 문화 [주간필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8.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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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회 토론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기보다 특정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한쪽을 규탄하는 성격이 강하다. ⓒ연합뉴스
국회 토론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기보다 특정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한쪽을 규탄하는 성격이 강하다. ⓒ연합뉴스

국회에선 매일같이 토론회가 열립니다. 지난 7월에도 하루 평균 8건의 토론회가 개최됐는데요. 공동체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니 만큼,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토론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 ‘이상한’ 토론회 문화입니다. 흔히 토론이라고 하면 특정 이슈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와서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를 설득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꼭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면서 자기 생각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토론회의 역할이죠.

하지만 국회 토론회는 조금 다릅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른 의견을 가진 쪽을 비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컨대 여당 측이 탈원전에 대해 토론회를 연다면, 탈원전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학자들만 참석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반대로 야당 측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토로 가득합니다. 정부 측 인사를 참여시켜서 왜 정부가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듣고, 문제점을 보완해서 ‘조금 더 나은 제도’로 손질해보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토론회라기보다는 ‘정부 규탄대회’에 가까운 게 야당 측이 여는 토론회죠.

이러니 국회 토론회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는커녕, 자신이 가진 생각을 강화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마치 ‘입맛에 맞는’ 영상만을 추천함으로써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만을 더하는 겁니다.

세상에 좋기만 한 정책은 없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수혜를 입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국회의원이라면 이 모든 것을 파악해 피해를 입는 국민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그러나 이 역할을 해야 할 국회 토론회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작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요.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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