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실패가 보여준 정치권의 민낯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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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실패가 보여준 정치권의 민낯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8.11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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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보다 잿밥에만 관심 갖는 정치권…치열하게 성찰하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은 우리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줬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실패는 우리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줬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을 두고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준비 부족을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 망신’을 당하고도 남 탓만 하고 있는 모습이 못마땅한 것과는 별개로, 이번만큼은 정치권이 ‘옳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준비 과정을 돌아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주장 모두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당도 야당도, 아니 우리 정치권 전체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작부터가 문제였다. 잼버리 유치 당시 새만금 내에는 매립한 지 10년 이상 지나 야영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갯벌과 다름없는 땅 8.84㎢를 농업용지로 전환한 후 새로 매립해 잼버리 부지를 조성했다. 매립 비용을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으로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물을 가둬야 하는 농업용지는 별도 배수장치 없이 최대한 평평하게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나무를 심을 수 없었고, 곳곳에 파인 물웅덩이로 인해 해충이 들끓었다. 전라북도와 농어촌공사가 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배수로와 펌프를 설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야영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웠다.

새로 매립한 땅을 부지로 선정하다 보니 후속 작업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잼버리 부지 매립 공사는 지난해 12월에야 마무리됐다. 화장실, 샤워장 등 영지 시설을 올해 3월에야 짓기 시작한 건 이런 이유였다. 여름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변수를 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대회 운영도 ‘아마추어’였다. 잼버리 준비·운영에 드는 예산 승인권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 파견 요청권 등은 모두 여성가족부 장관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여가부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해 본 경험이 없는 데다, 조직위 실무 총책임자인 사무총장마저 ‘양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맡았다. 준비부터 운영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잼버리 유치 후 새만금 지역에는 동서대로와 남북대로가 개통됐다.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새만금 신항만, 새만금 국제공항, 새만금항 인입철도 등 다른 SOC시설도 추진되고 있다. 치적(治績)을 위해, 지역 개발을 위해 ‘청소년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과하지 않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 과정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대회를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한 현 정부여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10월, 준비 부실에 대한 야당의 지적에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놨다”고 큰소리 친 건 다름 아닌 김현숙 현 여가부 장관이었다.

우리 정치권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잼버리를 이용했을 뿐, 정작 ‘어떻게 해야 이번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를까’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은 여당 야당이 ‘네 탓’을 하며 싸울 때가 아니다. 본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진 정치인, 이를 당연히 여기는 정치권의 삐뚤어진 문화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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