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앞두고 군납 경력업체 찾아나선 우리銀
행사 훈련복·모자·팔토시 등 총 소요예산 6억
정부기관 영업담당 기관공금고객부에서 담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은행이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10월 1일)’을 앞두고 군(軍) 납품 경험이 있는 업체를 찾아 나섰습니다. 바로, 군 장병들이 입을 행사 훈련복 1만 5000벌 등을 제작해 군에 납품할 업체를 찾은 것이죠.
반팔 티셔츠 형태의 훈련복을 비롯해 팔토시와 모자, 선글라스, 그리고 선크림 등을 합치면 소요 예정금액(배송비 등 모두 포함)은 총 5억 8000만 원에 달합니다.
훈련복의 경우 국방규격에 기초해 제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방규격이란 군수품 조달에 필요한 제품에 대한 성능, 재료, 형상, 치수 등 기술적인 요구 사항을 말하죠. 우리은행이 반팔 티셔츠를 행사 훈련복이라고 명시하고 군납 경력업체를 찾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훈련복과 팔토시, 모자 등에는 ‘우리금융그룹 CI’도 함께 들어갈 예정입니다. 제품사양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방부 X 우리금융그룹’ 로고와 함께 ‘우리 국군의 힘을 믿어요’라는 글귀가 훈련복 등에 들어가게 되죠. 사전에 국방부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우리은행이 일방적으로 국방부 로고를 콜라보 형태로 넣을 리는 없으니까요.
납품장소도 서울공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서울공항은 오는 9월 26일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사실상 우리은행(우리금융)이 자비를 들여 국방부 행사를 측면 지원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왜 우리은행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일단 우리은행이 지원하는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습니다. 문재인 정권 때 사라졌던 시가행진이 윤석열 정부에서 10년 만에 부활했으니까요.
협찬을 고려했다면, 지금이 적기인 셈입니다. 여느 때와 달리 많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테니까요. 우리금융 로고가 붙어있는 훈련복을 입고 군인들이 훈련에 참여한다면 충분히 홍보가 될 것입니다. 사전에 꼼꼼한 동선 확인과 제식훈련을 위해 꾸준한 훈련이 반복되면 브랜드 노출 효과도 더해지겠고요.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부활한 시가행진 행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친(親) 정부 스탠스를 보다 확고하게 가져갈 수 있죠.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영업 목적도 있을 겁니다. 이유는 이번 훈련복 구매 담당부서가 기관공금고객부라는 점 때문입니다. 여기서의 기관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을 가리킵니다. 기관공금고객부는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영업부서라고 할 수 있죠. 우리은행의 경우 앞서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추진하는 차기 국방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 대표 금융주선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번 협찬을 계기로 국방부 사업 참여 시 플러스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오는 2025년 12월 31일자로 2차 사업이 종료되고 3차 사업 시작을 앞두고 있는 ‘나라사랑카드’도 있죠.
우리은행 관계자도 국방부의 선(先) 협조 요청 여부 질의에 대해 국군의 날 75주년을 맞아 은행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왜 우리은행이 국군의 날 협찬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하는 가에 대해 결론을 내려보자면, 결국은 기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기 위한 투자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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