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주요 청년 사업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 상품이 오는 15일 시중은행 11곳에서 출시됩니다.
이는 만19~34세 청년들에게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자 정부와 은행권이 함께 선보이는 중장기 적금상품입니다. 매월 70만 원 한도 내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만기 5년(가입 후 3년 고정금리, 이후 2년 변동금리) 상품으로, 납부한 금액에 따라 기여도 매칭을 통해 정부가 기여금을 추가 지원하는 형태죠.
곧 출시를 앞둔 가운데 청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아무래도 ‘금리’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은행연합회를 통해 11개 은행의 ‘청년도약계좌’ 금리 비교공시가 이뤄졌습니다.
11개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로 한 곳은 IBK기업은행입니다. 무려 6.50%죠. 기본금리 4.50%에 소득 우대금리 0.50%포인트. 은행 우대금리 1.50%포인트를 포함해 최대 6.50%의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도 5.50%에서 6.00%의 금리 혜택폭을 보이고 있죠. 평균치를 내보면 5.90%로, 6%대에 근접해있습니다.
청년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를 살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금리 산정 과정에서 ‘청년’과 ‘상생금융’의 취지가 퇴색되고 정부와 타 은행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죠.
그 단면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 8일 이뤄진 청년도약계좌 금리 비교공시입니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이날 오전 10시 공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같은날 오후로 공시 일정을 미뤘죠.
왜 그랬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공시 당일 오전까지도 일부 은행들이 금리 산정 작업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이유를 들여다볼 차례죠. 일부 은행이 금리 산정을 제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걸 단순히 ‘게으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뤄졌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중간’만 가자는 묘한 흐름이 은행들 사이에서 감지된 탓이죠.
실제로 은행 현업부서에서는 금리 산정 과정에서 고충이 컸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일단, 너무 높은 금리를 내걸었을 경우 가뜩이나 수익성이 부족한 ‘청년도약계좌’에서 역마진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시중금리가 하락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사실상 동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커진 상황에서 은행은 3년간 고정금리라는 부분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너무 금리가 낮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현(現)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청년도약계좌’에서 유독 다른 은행과 달리 너무 낮은 금리를 내세울 경우 소위 ‘찍힐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겠죠.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전날 은행연합회 공시 일정이 미뤄지자 관련된 문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며, 아무래도 은행 간 금리 산정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이 눈치보기를 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죠.
치열한 눈치싸움의 결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모두 동일한 6.00% 금리로 결정됐습니다. 지방은행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된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6.50%로 최고금리를 내걸었죠. 결과만 놓고 보면 딱 중간만 가자는 기조가 반영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청년도약계좌 금리 산정 과정에서 ‘청년’은 실종되고 정부 눈치만 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12일 확정 금리 공시를 공시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이번 1차 공시와 크게 달라질 내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청년을 위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때는 부디 ‘상생금융’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고심을 해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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