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기조 원인…금리 하방 압박
파월 의장은 빅스텝 가능성 시사
한은, 4월 금통위 앞두고 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ilicon Valley Bank, 이하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경제당국도 국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13일 한국은행은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美) SVB 사태 이후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는 SVB 사태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SVB 사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긴축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SVB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도가능증권(AFS) 대량 매각에 따른 손실 규모가 18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증자 계획도 실패로 돌아가 결국 파산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긴축정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스타트업들이 돈을 인출하면서, SVB는 채권가격 하락기임에도 손실을 감수하고 팔 수 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SVB 사태의 경우 미 기준금리 상승압박보다는 하방압박으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단, 미국정부가 SVB 예금자에 한해 예금지급 보호 조치를 발표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VB 파산 사태 외에도 한은이 고려해야할 변수는 또 있다. 바로, 이달 초 나온 Fed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반기 통화정책 보고 의회 연설에서 “최근 나온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했으며, 이는 우리가 예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궁극적인 금리수준이 더 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 최종금리가 5.50~5.75% 수준 도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이달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빅스텝)도 단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FOMC에서 빅스텝이 단행됨에도 한은이 또 한 번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차는 사상 최대치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는 지난 2월 23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당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들이다.
당시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식의 해석은 금물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일종의 ‘쉼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행방은 3월 FOMC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OMC가 SVB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긴축 기조를 완화하면서 베이비스텝(25bp 인상)으로 갈 지, 아니면 파월 의장이 열어둔 빅스텝 가능성이 현실화될 지에 따라 한은도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2월 미국 CPI 발표 결과와 SVB 파산사태 여진, FOMC 결정 등을 지켜봐야한다는 관망론이 우세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 전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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