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왜 官治서 자유롭지 못하나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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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왜 官治서 자유롭지 못하나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1.2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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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정권 교체 때 지주회장 물갈이
금융당국, 구두개입 통한 사퇴 종용도
우리금융, 손태승 이전에도 관치 논란
반복되는 모피아·낙하산 논란 소모전
감독 권한 통한 민간금융사 인사 개입
권한행사 투명성 제고·감독체계 개편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BNK부산은행 노조가 마련한 'BNK금융그룹 낙하산 반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세대교체 흐름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지주 회장 물갈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모피아’와 ‘관치금융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금융지주 회장 교체 때마다 관치금융 논란은 ‘항상 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실제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개혁과제 중 하나로 ‘관치금융 청산’을 언급할만큼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논란이다.

이보다 앞선 1983년 한국은행의 소관이었던 은행감독원을 분리하는 것과 관련해 ‘관치금융’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983년 5월 11일 한은은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은행감독업무를 포함한 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업무를 관장하게 할 경우 옥상옥(屋上屋)의 결과만 초래하고 관치금융 폐단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은이 걱정한 금융권 감독체계는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란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는 ‘낙하산’, ‘모피아’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금융권 노조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우리금융지주 역시 관치금융 우려가 과거부터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내정되자 금융노조가 관치금융 우려를 키우는 낙하산 인사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금융공기업 CEO들의 줄사퇴와 관련해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정권 교체기마다 기관장을 교체해 법률취지가 무색해지고 관치금융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외 다른 금융지주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을 향해 국민은행 노조는 “황(영기)씨의 회장 선임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 금융회사 ‘알박기’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1조 6200억 원 상당 손실을 낸 데 대해 금융위가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리자 취임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물어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시민단체 경실련은 황 전 회장 후임 인사 선임과 관련해 “금융위가 이런저런 개입을 통해 KB금융의 회장 인선에 간섭하려는 것은 이미 청와대 측근인사나 자신들과 친화적인 관료출신 인사를 인위적으로 외압을 통해 인선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 관치 금융 논란은 여전하다. 우리금융지주 손 회장 후임 후보군(롱리스트)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우리금융노조는 “우리그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기재부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돼 노조의 우려를 키웠다. 손병환 전 회장이 농협 내부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금 외부인사가 회장 자리를 차지한 셈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현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사퇴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 금융권 인사 기조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NH농협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관치 논란과 관련해 과거부터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권한 행사에서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의 정책과 권한 분리, 또는 감독 권한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자신의 권리를 축소하는 일에 적극 나설 일도 없다.

실제로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따로 분리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금융소비자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이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길이라도 가야만 한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막고 관치의 폐단을 떨쳐내야 할 때이다.

정치권과 노조도 소모적인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금융감독권한을 통해 지주 회장을 압박하는 현재의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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