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맡은 뒤 16대·17대 대선 도전했지만 패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대장동·위례 비리 의혹으로 성남지청에 출석합니다. 지난 10일 성남 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 18일 만입니다.
이 대표의 지난 10일 검찰 출석길에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함께 동행한 것과 달리 28일에는 변호사 한 명만 대동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정적 제거 목적 수사’, ‘야당 탄압’이라며 이 대표를 보호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변호사만 대동하고 혼자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28일 검찰 출석길에 동행하겠다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이재명을 지지하는 깨시민 여러분은 서울 중앙지검 정문 인근 잼잼자원봉사단 깃발 아래로 모여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올렸습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도 동행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한 이 대표가 설 연휴 직후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 ‘처럼회’와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는데요.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처럼회 오찬 다음 날인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연히 부결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의혹 등 이 대표가 앞에 산적해있는 사법리스크가 많습니다.
이 대표가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재보궐 선거에 출마에 계양을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당대표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본인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용 출마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았습니다. 실제 이 대표는 취임 이후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성남FC후원금 의혹, 대장동·위례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세 차례나 검찰 소환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시사오늘>은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에서 최소 표차로 패배한 만큼 여전히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본 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례와 비교해 봤습니다.
20대 대선은 역대 최소인 0.73% 득표율 차이, 득표수로는 24만7077표 차이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이 대표는 역대 대선 패배자 중에는 가장 많은 1614만 표를 얻었죠.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직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나온 민주당 공식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선 경쟁자였던 현직 야당 대표 죽이기, 전 정부의 정책과 인사에 대한 마구잡이식 지우기, 야당 국회의원만 먹잇감으로 삼는 기획 수사에 이르기까지, 검찰권을 이렇게까지 무소불위로 남용한 사례는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대에도 없었다.”
-2023년 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제62차 최고위원회의, 박홍근 원내대표 모두발언 中
“0.7% 차이로 패배한 자신의 대선 경쟁자를 유치하게 치졸하게 악랄하게 선거법으로 기소하고 이미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죽은 사건을 다시 되살려 어떻게든 죽이겠다는 정적 제거, 정적 숙청을 하려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2023년 1월 9일 더불어민주당 제56차 최고위원회의, 정청래 최고위원 모두발언 中
“지난 대선에서 0.8% 차이로 현 대통령과 경합했던 독보적인 차기 대선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인 정적을 아예 제거해버리려는 정략적 목적 말고 무엇입니까?”
- 2023년 1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 中
위 발언들을 모아보면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는 대선에서 0.73% 차로 패한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자’라는 인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5대 대선 패배에도 불구, 강력한 대권 주자로서 다음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1.53%p라는 작은 차이로 패했기 때문에 다음 선거도 노려볼만했기 때문입니다.
이 전 총재는 15대 대선에서 38.74%를 득표해 김대중 전 대통령(40.27%)에 1.53% 차로 패했습니다. 신한국당 내 경쟁자였던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한 뒤 국민신당 간판으로 대선에 출마해 보수 진영 표를 갈라놨음에도 39만 표 차이밖에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이 전 지사가 득표한 492만 표(19.2%)가 합쳐졌다면 승리했을 거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이 전 대표는 패배 이후 4개월 만인 1998년 4월, 한나라당 명예총재로 재추대됩니다. 그해 8월과 2000년 5월 전당대회에서 각각 55.7%, 66.3%라는 높은 득표율로 연이어 총재로 당선됩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선출할 때까지 독주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몰고 온 노무현 전 대통령(48.91%)에 2.33%p 차이로 패했습니다. 이 전 총재는 46.58%를 득표했습니다. 15대 대선의 표 차이보다 더 벌어졌지만 약 57만 표 차로 여전히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10년간 야당으로 생활한 한나라당은 16대 대선 이후 당 재정비를 합니다. 이 전 총재는 17대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15.07%를 얻어 3위를 기록한 끝에 정치권에서 물러났습니다.
18대 대선 경우를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3.53% 차이로 패했지만, 48.02%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던 만큼 차기 대권에 도전할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취임했고요.
현재 이 대표에게 과거 성남시장·경기지사 재직 시절에 벌어진 개인의 범죄 의혹을 왜 민주당 전체의 문제로까지 끌고 오느냐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에게 77.77%의 지지를 보내줬고, 이 대표로서도 자신의 지지층이 있는 한 끝까지 가보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기 어려울 듯합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요.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뒷담화’는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함께가는 이유를 직전 대선과 결과와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례를 비춰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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