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께 드리는 편지…‘윤심에만 기대는 당대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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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께 드리는 편지…‘윤심에만 기대는 당대표는 안 됩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1.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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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③ 김기현 의원
스킨십·정치력으로 유력 주자 도약했지만 비전 안 보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본 기사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의 강점·약점 분석을 토대로 작성된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기사 형식상, 일반적 기사와 달리 존칭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주>

김기현 의원은 윤심을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대표로서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김기현 의원은 윤심을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대표로서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김기현 의원님께.

의원님. 최근 의원님의 당대표 지지율이 나경원 전 의원님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1월 12~13일 실시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의원님은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32.5%의 지지를 얻어 26.9%를 기록한 나 전 의원님에 앞선 1위로 나타났더군요.

놀라웠습니다. 의원님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인 지난달 23~24일, <폴리뉴스> 의뢰로 <에브리씨앤알>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수행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의원님 지지율은 13.4%였습니다. 나 전 의원님(31.6%)은 물론 유승민 전 의원님(21.3%), 안철수 의원님(13.8%)보다도 뒤진 수치였지요. 그런데 불과 3주도 되지 않아 ‘대역전극’을 이뤄냈으니 사람들이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할 겁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지지율은 의원님이 맨손으로 일궈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의원님은 ‘친윤(親尹)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권성동·장제원 의원님 같은 분들에 비하면 친윤 색채가 옅었지요. 게다가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당권 레이스 초반, 의원님의 출마에 ‘사람들이 누군지 알기나 할까’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윤 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후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의원님의 정치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의원님의 스킨십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쉴 새 없이 동료 정치인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당원들과도 계속해서 소통했지요.

한때 안철수 의원님과의 연대설이 돌던 장제원 의원님과 ‘김장 연대’를 만들어낸 것도 그 스킨십과 소통 능력 덕분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의원님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는 이처럼 뛰어난 정치력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을 돌파해내고,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달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의원님. 저는 정치란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을 설득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정치인은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그것에 공감하는 ‘동지’들을 모을 줄 아는 사람일 테고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의원님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친윤의 지지를 이끌어내 유력 당대표 후보로 도약한 정치력은 놀랍지만, 의원님이 ‘무엇을 위해’ 김장 연대를 성사시키고 친윤 후보가 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당대표는 당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준석 전 대표만 해도 당에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능력에 따른 공천을 하겠다는 등의 비전이 있었습니다. 안철수 의원님이나 유승민 전 의원님은 당의 이념을 중도보수로 옮겨 지지층을 확장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원님의 공약은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겠다는 게 전부입니다. 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는 아니지 않습니까.

의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비전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차피 이번 당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차기 총선 결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중도층, 나아가 진보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의원님의 정치적 미래도 열린다는 뜻입니다.

‘윤심(尹心)이 내게 있다’는 말은 당내 선거에선 유의미할지 몰라도, 총선에선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겁니다.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감별사’들이 설쳐댔던 2016년 총선 결과가 어땠는지, 그리고 선거에서 참패한 후 진박 감별사들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몰락했는지는 의원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결국 당원들이 원하는 건 ‘총선 승리’를 만들어낼 당대표입니다. 그러려면 윤심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어떤 여당을 만들어서 이 극한의 이념 갈등을 극복할 것인지,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을 가진 여당 당대표 후보가 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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