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앞두고… 친윤계 교통정리 한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황교안이 당권레이스에 뛰어든 상태라면, 나경원-유승민은 출마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친윤계가 김기현 의원 중심으로 교통 정리하려는 양상을 보면 묘하게 ‘MB(이명박) 정부 시절의 박희태-안상수 당대표 체제’가 생각납니다. 데자뷔가 맞을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도출될까요.
잠시 시계태엽을 돌려보겠습니다.
친이계 몰표로 선출된 범이계 朴
박희태 한나라당 신임 당대표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일입니다.
2008년 7월 3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안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합계 결과 박희태 신임대표는 6129표(29.7%)를 얻어 1위를 기록했으며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의원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박 신임 대표가 당선된 것은 친이계(이명박)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성진 의원도 친이계이기는 하나 주류는 朴(박)을 미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직후여서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였습니다.
정부 여당 내 전반적 분위기는 변화와 개혁보다, 안정과 관리형 리더십의 당대표를 원했고, 그런 연유로 후보군 중 5선 중진에 MB(이명박) 경선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 신임대표가 낙점될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당대표 선출 결과에 당시 청와대의 표정도 좋았습니다. 관계자들은 박 신임대표 선출 소식에 “당정청 연결고리의 최적임자”라며 입을 모았습니다.
“청와대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것과 관련, 공식 논평을 내지는 않았으나 "원만한 당정청 관계를 이끌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략> 박 신임 대표와 친분인 있는 한 참모는 "그동안 당 지도부가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못하면서 당이 정부나 청와대를 제대로 '백업'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이 안정되고 당청관계도 견고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2008.07.03. <연합뉴스> 기사 중-
친이계 安 선출로 계파 장악 굳혀
박희태 체제 다음의 전당대회는 MB 정부 후반기로 접어드는 2010년 7월 14일에 치러졌습니다. 박희태 대표 자체가 범이계인 상황에서 친이계 주류에서 표를 몰아줘 된 것이라면, 2010년 당대표는 아예 친이계 주자가 계파 내 전폭 지지를 받으며 당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강성 친이계로 분류되던 안상수 후보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4선의 안 후보는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는 3위에 불과했지만, 100여 개 넘는 당협위원장의 선택을 받으며 대의원 조직표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해 전체 합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라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 불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전당대회 결과는 계파와 조직표를 능가하지는 못한 채 이변 없이 안 후보로 귀결됐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2위는 같은 친이 성향이긴 하지만 조직표에서 뒤처진 홍준표 후보가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나경원·정두언·서병수 순으로 이어졌고 말입니다.
친이계들의 압승으로 끝난 전대에서 친박 후보들은 최고위원에 서병수 의원 한 명만 들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그만큼 당시 한나라당을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었음이 방증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당내 계파 갈등 역시 만만치 않아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새 대표 체제의 과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오늘부터 친박이고 친이고 없다’면서 강조한 당내 화합 역시 이루어야 할 과제다. 친이·친박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이 정부의 성공적 국정 수행을 뒷받침하는 집권당으로서 새출발 하도록 해야 한다.”
- 2010년 7월 15일 <문화일보> 칼럼 중-
3·8 전당대회, 친윤계로 교통정리?
최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윤석열)계 중심으로 교통정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핵심 친윤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은 김기현 의원이 전방위적으로 세를 넓혀가는 동안 출마를 위해 한창 몸을 풀던 또 다른 친윤계 맏형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버렸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범윤계 나경원 전 원내대표 경우는 출마 의지를 시사하고부터 그의 불출마를 유도하려는 보수 진영 일각의 움직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자리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수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유력 당권주자인 만큼 돕겠다는 인사들이 줄을 이어야 정상이지만 대통령실과 주류의 눈치를 보느라 좀처럼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반대로 친윤계 대리자임을 어필 중인 김기현 의원 경우 개소식에서만 3000명 인파가 몰려들었으며 지지한다는 원내 인사들만 수십 명에 이르고 있어 이미 대세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도 들립니다. 전당대회 룰도 당원 100%로 변경돼 조직력이 사실상 승패의 거의 전부가 된 만큼 이번 역시 ‘어게인(again) MB 시절’과 같이 ‘한나라당 전대’처럼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관련해 지난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친윤계 중심으로 교통정리가 된다 해도 게임이 끝났다고 쉽사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왜 그러냐면 예전에는 당원이 28만 명이었다면 지금은 78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203040 세대 비율이 전체 당원의 33%인 데다 수도권 당원이 37%, 영남 당원이 40%로 비등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모든 당심이 윤심으로 그 표가 다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 김행 비대위원 또한 대화에서 “여론조사 왜곡에 대한 최선의 방지 차원에서 전당원 100%의 투표 룰로 변경됐지만,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서 합종연횡 등 대결 구도상의 작용과 반작용까지 더해져 결과를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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