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광고로 인지도는 높였지만
IMF 타격에 역사속으로 아쉬운 퇴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자유기고가)
011, 016, 017, 018, 019.
이 중 식별번호 017을 사용하던 신세기통신이 2001년 사라졌다.
018을 사용하던 한솔엠닷컴은 신세기통신과 같은 시기인 1990년대 말, 개인휴대통신(PCS) 춘추전국시대에 짧고 굵게 등장했다 사라진 회사다.
1996년 8월 1일 설립돼 2001년 4월 30일까지 대한민국 이동통신 시장에 머물렀다.
한솔엠닷컴은 1996년 6월, LG텔레콤과 함께 PCS사업권을 따내면서 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PCS사업자 LG‧한솔 선정
LG그룹과 한솔그룹이 개인휴대통신(PCS) 신규사업자로 선정돼 98년 1월부터 통신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오후 통신위원회를 소집, 기간통신사업 신규허가 심사결과에 대한 심의를 거쳐 선정업체를 발표했다.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주목을 끈 PCS 장비업체군에서는 LG그룹이 주도하는 LG텔레콤이 삼성 현대 연합인 에버넷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비장비군에서는 한솔PCS가 중기연합인 그린텔, 금호-효성 연합인 글로텔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1996년 6월 11일자 <매일경제>
PCS사업자들은 1998년 1월 통신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LG텔레콤이 조기 시범서비스 도입을 발표하면서 가입자 유치전도 격렬해졌다. 1월로 예정됐던 통신서비스를 10월로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8월 조기 시범서비스 도입으로까지 앞당긴 데 따른 결과였다.
한솔PCS도 부랴부랴 9월로 시범 서비스를 당겼지만, 8월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 한국통신프리텔과 LG텔레콤이 이미 예약가입을 시작한 후였다.
정용문 한솔PCS 초대 사장은 ‘원샷018’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PCS 3사의 가입자 유치전쟁은 광고전으로도 이어졌다. 016, 018, 019 3사가 1년간 광고에 쓴 돈만 800억 원에 달했다. 업계는 PCS 3사가 향후 10년간 10조 원으로 추산되는 무선통신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묻지마, 다쳐”
한솔PCS는 젊은 광고로 사랑받았다. 당시에도 ‘올해 최고의 광고’로 선정될만큼 인기를 끌었고, 한솔PCS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솔PCS가 20대에서 30대를 수요 계층으로 분석하고 광고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솔 ‘원샷018’ 인지도 ‘넘버원’
PCS(개인휴대통신) 3사 광고 중 한솔PCS ‘원샷 018’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이 이달 초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4개 도시에 거주하는 20~39세 남녀 4백명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맨 처음 생각나는 광고를 들라’는 질문에 한솔PCS광고가 34%로 1위를 차지해 한국통신프리텔의 ‘PCS세상’과 LG텔레콤 광고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별번호 인지도는 한솔의 018이 57%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통프리텔 016은 31%, LG텔레콤 019는 25%로 집계됐다.
-1997년 8월 16일자 <조선일보>
하지만 한국통신프리텔의 마케팅 공세와, LG그룹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있는 LG텔레콤 등과의 경쟁 속에서 한솔PCS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솔PCS는 통신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합병설에 휘말리기에 이른다. 한국통신프리텔이 한솔이 가지고 있는 한솔PCS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형태로 전해졌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됐다.
정용문 사장이 직접 사실무근임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당시 정부에서는 대기업들의 사업이 겹치는 게 많다며 중복 투자가 이뤄진 사업을 정리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기업들의 ‘빅딜’이 진행된 이유였다.
이동통신 업계도 그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정부 주도 빅딜에 이동통신사들이 포함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구체적으로 신세기통신과 한솔PCS의 빅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동전화 빅딜 필요하다”
남궁석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정보통신분야의 구조조정 문제도 앞으로 업무를 파악해 개입해야 할 부문에는 개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궁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임식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개인휴대통신(PCS)을 비롯한 이동전화 빅딜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이동전화의 경우 5개사가 경쟁하는 다자경쟁구도여서 4,5위 업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도 정보통신 빅딜과 관련해 21일 “이동통신사는 3개 정도로 압축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추가 ‘빅딜’과 관련해 “PCS를 포함해 이동통신업체가 3개로 정립되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폭발적인 경쟁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현재 PCS업체 중 사업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회사가 있으나 명분이 없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빅딜이 이뤄질 경우 이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해 PCS업계에서 추가 빅딜이 이뤄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1998년 12월 22일자 <매일경제>
이후 남궁 장관이 직접 나서 이동통신 업체에 빅딜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솔엠닷컴의 인수합병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분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인수합병을 심사하면서도 한솔엠닷컴의 매각 소식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그 사이 한솔엠닷컴은 코스닥에 상장했고(1999년 12월) 사명을 한국통신엠닷컴(2000년 1월)으로 바꾼다.
하지만 사명변경후 두 달만에 매각을 추진 중인 사실을 시인한다.
그렇게 한국통신엠닷컴은 상장 1년 5개월만에 한국통신프리텔에 합병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통신, 한솔엠닷컴 인수(종합)
한솔엠닷컴이 한국통신으로 넘어갔다.
한국통신은 현재 59%에 달하는 정부의 한국통신 지분을 올해안에 33.4%까지 낮추고 2002년 상반기까지 정부지분을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솔엠닷컴의 지분 47.8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인수방식은 한솔엠닷컴 주식의 47.85%(한솔제지 12.9%, BCI 20.97%, AIG 13.98%)인 7천500만주의 대금을 25%는 현금, 35%는 어음 그리고 인수대금의 약 40%는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 주식과 맞교환하기로 했다.
한국통신은 또 한국통신 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을 당분간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적정시기에 IMT-2000사업과 연계해 양사의 합병을 검토하고 한솔엠닷컴 지분 15%를 해외사업자와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매각하는 등 1조5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 한솔엠닷컴을 묶는 유‧무선분야의 강자로 부상, 통신업계 구도를 바꿔놓게 됐으며 향후 IMT-2000 사업권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하나로통신‧파워콤‧온세통신 등에 대한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의 인수‧합병을 더욱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6월 15일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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