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3人 ‘기득권’ 발언에 ‘강성 노조’와 ‘정치 기득권’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중략)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 2023년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 中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기득권 타파’ 의지를 시사했습니다. 다음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도 “기득권 저항에 쉽게 무너진다면 우리의 지속 가능한 번영도 어려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기득권’은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요?
<시사오늘>이 4일 평론가들에게 물은 결과, ‘강성노조’, ‘정치기득권’, ‘제1야당’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기득권은 검찰과 보수정권, 재벌에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 노조 1980년대와 달라…국민 불만 많이 쌓인 것 사실”
“문재인 정부, 노조에 대한 국민 불만 쌓여도 손 못대”
첫 번째로 ‘노조’ 사례가 언급된 배경에는 지난해 8월부터 2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법과 원칙’, ‘강경 대응’을 강조하며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1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답변으로 ‘노조 대응’(24%)이 가장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강경 대응 발언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중에서 첫 과제로 ‘노동개혁’을 꼽았고, “노조부패는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라며 노조 회계 투명성 검토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첫 번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고 두 번째는 노조다. 노조 중에서도 대기업 노조와 민주노총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1980년대의 노조는 당시 시대나 국민 이익에 부합했고 박수받았다. 이들의 발전이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20~30년이 흐른 지금 귀족노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임금 상승, 자녀 취업 보장 요구 등 이들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해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쌓였음에도 손을 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재벌·언론 등 기득권도 있겠지만, 그동안 다른 차원의 기득권도 생겨났다. 윤석열 대통의 말은 지난 5년간 민노총이나 노조의 입김이 강해져 파업권 등 권한을 주어진 것보다 과도하게 사용해 남용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정상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최근 공정위 판결도 언급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기득권은 정치·경제·사회 어느 분야에나 있지만, 문제는 본인들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 발생된다. 노동계 쪽에도 ‘귀족노조’라고 하는 기득권이 있다. 지금까지 노조가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고, 대통령이 그런 측면도 생각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율 “중대선거구제, 정치 신인 진입 가능성↑”
박상병 “재벌·검찰·보수정당도 기득권 있지않냐”
‘정치 기득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는 ‘전부’(All) 아니만 ‘전무’(Nothing)로 가는 문제가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해 화제가 됐는데요. 윤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가 화두가 됐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관련 복수안(案)을 만들고 전원위원회를 열자고 제의해 논의에 불을 붙였습니다. 여당에서도 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현 소선거구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사표’ 발생입니다.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 호남은 진보 정당, 영남에선 보수 정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은 것도 갈등 이유중 하나입니다. 지역 갈등과 거대 양당 구조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중대선거구제’가 거론된 것은 오래전부터 진행됐습니다.
이 논설위원은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많다. 정치개혁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역 간 갈등, 사표가 다수 발생하는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는 “두 번째는 정치적 기득권이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할 경우 정치 신인이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진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재벌과 국가권력, 검찰, 보수 정당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민주노총 등 강성노조에 대한 국민적 규탄과 불만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시원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검찰과 재벌 개혁에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화법이 명확하지 않다며 “세계시민, 자유 민주주의, 시민의 자유 등도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기득권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는 “기득권은 상대적 개념”이라며 “넓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막대한 권력과 돈을 가진 기성 정치권과 재벌 대기업 문제를 빼고 기득권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교수는 정부가 노동 정책과 관련해 노조가 비판하면 ‘귀족노조의 반발’이라고 낙인찍는 방식을 취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계의 민원을 들어주면서 노동자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물타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는 설명입니다.
대통령이 타파하겠다고 시사한 ‘기득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향후에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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