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는 법인세 인상, 복지 주력한 오바마는 대폭 인하…예상과 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올해 미국의 중간선거 개표가 시작되기 전, 공화당의 상·하원 승리가 점쳐졌다. 이른바 ‘레드웨이브’다. 이에 주식시장은 다양한 이유에서 주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대통령과 다른 성향의 정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 대통령이 과격한 정책을 진행할 수 없어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유동성 공급 확대 기조가 공화당의 긴축 재정으로 축소 국면에 들어서며 물가 상승 압력이 감소하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포함돼 있던 법인세 인상 규제가 풀려 시장 자율성이 증가하리라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뉴욕증시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법인세 관련 정책이 제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지수를 떠받쳤다.
2022년 11월 9일 자 <디지털타임스> 뉴욕증시, 공화당 승리 기대감에 ↑...엔비디아 2% 오르고 테슬라 3% 하락
공화당, 즉 보수가 정책 결정에서 조타수가 되면 법인세가 인하되는 등 기업의 자율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이다. 이는 한국 정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식시장에 속설이 있다.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코스닥 지수가 상승한다는 말이다. 속설의 배경은 이렇다. 보수세력은 대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태게 돼 대기업 상장이 많은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다.
2017년 4월 5일자 <파이낸셜 뉴스> [긴급제언] 너도나도 경제대통령 외치면서 왜 주식시장은 모른체 하나
정부가 법인세 및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등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략) 다만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적인 세제 정책을 들고 나온 만큼 향후 5년간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 25일자 <이데일리> 정부 감세 정책 증시 부양할까...증권가 “긍정적이긴 한데...”
<시사오늘>은 일반적인 기대처럼 보수 정당이 집권할 때, 법인세가 인하되고 진보 정당의 경우, 그 반대인지 한국과 미국의 집권 정권의 정책을 통해 알아보았다.
첫 번째 편은 미국 역대 정권의 사례를 살펴봤다. 미국의 경우, 시장의 기대처럼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법인세 인하가 보장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 법인세는 연방 법인세와 주 법인세로 나뉘는데, 해당 기사에서는 연방 법인세를 다룬다.
레이건 행정부, 화끈한 법인세 인하…후반기엔 후퇴 (공화당)
레이건 행정부는 1980년대 초·중반 ‘공급주의 경제학’에 근거해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무려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대폭 인하했다.
2006년 2월 16일자 <한겨레> 감세, 고소득층 혜택 집중 경제 활성화 효과도 의문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임기 후반 법인세를 인상했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46%에서 34%로 인하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1986년 두 번째의 야심적인 조세개혁 작업에 착수하는데, 그 노력은 1986년의 Tax Reform Act(이하 TRA86)로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 소득세 수입을 줄이는 대신에 법인세 수입을 늘려 전반적으로 조세수입에 변화가 없도록 만든, 즉 세수중립성(revenue neutrality)을 갖도록 만든 데 이 법안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준구(2012). 미국의 감세정책 실험: 과연 경제 살리기에 성공했는가?. 경제논집, 51(2), 207-262.
조지 H.W. 부시, 세금 인상 정책 추진한 듯…재정적자 탓 (공화당)
‘아버지 부시’의 경우, 구체적인 세금 관련 정책을 찾기 어려웠다.
그는 “Read my lips: no new taxes”라며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대외적 여건으로 세금 인상 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1990년의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에 따르면, 최고 소득세율은 28%에서 31%로 올라가는 한편, 각종 물품세가 새로 도입되거나 기존에 비해 세율을 더 높이기로 되어 있다.
이준구(2012). 미국의 감세정책 실험: 과연 경제 살리기에 성공했는가?. 경제논집, 51(2), 207-262.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인상폭은 1%포인트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이 제시한 구체적인 증세 계획을 보면 (중략)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중과 방침은 기업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법인세의 경우, 연간 과세 대상 소득이 1천만 달러를 넘는 기업에 대해 최고세율 현행 34%로 돼 있는 것을 36%로 올리게 된다.
1993년 2월 18일자 <매일경제> 공약으로 끝난 「중산층 감세」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핀셋 증세’를 하리라 보였던 클린턴은 목표와는 다르게 최고세율을 34%에서 35%로 인상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The 1993 Clinton tax increase raised (중략). In addition, it removed the cap on the 2.9% Medicare payroll tax, raised the corporate tax rate to 35% from 34%, increased the taxable portion of Social Security benefits, and imposed a 4.3 cent per gallon increase in transportation fuel taxes.
2012년 7월 16일자 <Forbes> The Dangerous Myth About The Bill Clinton Tax Increase
조지 W. 부시, 경기 침체‧국제 경쟁력 강화…법인세 인하 카드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가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했다.
2015년 2월 12일자 <조선비즈> [세제 바로잡기]② 법인세 MB前 수준으로 vs 투자위축
In 2001, through the Economic Growth and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President George W. Bush reduced the highest marginal tax rate from 39.6% to 35% and cut corporate taxes, which many believe aided in increasing the pace of economic recovery and job creation.
2019년 11월 14일자 <Unitedsettlement> Which President Passed the Largest Tax Cuts?
이후에도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세계화 흐름에 맞춰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한 것을 알 수 있다.
폴슨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를 인하하는 작업을 추진해왔고 이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일관되게 반대해 온 민주당의 반발로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2008년 1월 4일자 <서울경제> 부시 ‘낙관론’ 접고 ‘경기부양 카드’ 꺼내다
미국 하원이 17일(현지시간) 해외판매법인(FSC)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되 법인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 이 법은 오는 2008년까지 법인세율 최고한도를 현 35%에서 32%로 낮추고, 해외에서 1년 동안 운용한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5.25%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4년 6월 18일자 <파이낸셜 뉴스> 법인세 감면안 통과...‘2008년까지 3%P 인하안’ 하원 가결
버락 오바마, 법인세는 대폭 감면…他 기업세금은 인상 (민주당)
오바마 정부 역시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세제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연초 시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에는 법인세 개혁 카드를 꺼냈다. ...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의 해외 수익에 과세하는 동시에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는 방안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2015년 2월 2일자 <한국경제> 오바마 “법인세 내리고 해외수익에 과세”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동안 ‘법인세 인하 카드’를 지속적으로 제시했지만, 이에 상응한 대응책도 함께 내놓았다. 기업이 해외에서 번 수익, 해외에 쌓아둔 수익유보금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법인세율 35%를 28%로 낮추는 감세 의사를 밝혔다. ... 반면 기업이 해외에서 올린 수익에 대해 19%의 세금을, 해외에 쌓아둔 수익유보금에 대해서는 14%를 과세하는 등의 세금 구멍 방지로 법인세 감세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15년 2월 6일자 <경향신문> 부자는 증세·기업은 감세...오바마의 ‘균형 과세’ 실험
도널드 트럼프, 기업인 출신 대통령…통 큰 법인세 인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7일(현지시간)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2017년 9월 28일자 <서울신문> 트럼프 “법인세 20%로 인하”...부유층만 배불리냐
기업인 출신 대통령인 트럼프는 ‘Anything But Obama’ 기조와 더불어 법인세 대폭 인하 방안을 추진하며 정책적인 차별화를 추구했다.
미국 상·하원은 20일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2017년 12월 21자 <한겨레> 레이건·부시도 ‘초대형 감세’했지만 투자·고용 효과 없었다
조 바이든, 최소 법인세율 15% 카드…대기업 정조준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등에서 30년 만에 증세를 추진한다. 코로나19 관련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이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1993년 이후 30년 가량 만에 처음으로 포괄적인 연방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21%에서 28%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2021년 3월 16일자 <머니투데이> 부양책 쓴 ‘바이든호’ 미국, 30년 만의 증세 추진한다
‘큰 정부’를 외치는 바이든답게 취임 후 대대적인 증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역시 큰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15% 최소법인세율이 일부 대기업들에 적용될 전망이다.
2022년 8월 17일자 <파이낸셜뉴스> 내년부터 美 인플레 감축법 시행...15% 최소법인세율 대기업 적용
미국 연방 법인세율은 현재 21%이지만 기업들은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실효세율은 이보다 더 낮은 편이다. IRA 시행에 따라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기업의 실효세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최소 법인세율 15%가 적용되면 “수익성이 있는 기업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26일자 <뉴시스> “美 최소 15% 법인세 부과에 버크셔해서웨이·아마존 타격”
미국의 역대 정권별 법인세 정책을 살펴보면 의외의 결정을 발견할 수 있다. ‘세금 구제'를 강조했던 부시의 아버지인 H.W.부시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Read my lips: no new taxes” 어록을 남겼음에도 세금 인상 정책을 펼쳤다. ‘오바마 케어’로 이름붙인 대대적인 복지 정책을 펼친 오바마는 반면에 통 큰 ‘법인세’ 인하 카드를 선보였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공화당(보수)은 법인세 인하, 민주당(진보)은 법인세 인상’이라는 공식이 ‘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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