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티션·회의실·박물관·명품관…모든 곳이 광고판으로 변한다
고대 문자 해독하는 '똑똑한 유리창'…쇼케이스 터치시 칼로리 정보
"투명 OLED, 中은 10년도 더 걸려…투명도 높여 자동차 적용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같은 미래 도시가 펼쳐진다.
LG디스플레이는 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특별 전시회 ‘투명한 미래전(展)’을 개최하고, 투명 OLED가 바꿀 도시·산업·예술 현장을 선보였다. 해당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창문이 광고판으로…파티션 대신 '서브 모니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방문객들을 맞아주는 ‘티 콘솔’(T-Console)은 곡선 모양으로 휘어진 투명 OLED다. 특별전 내용을 요약 소개해주는 티 콘솔을 지나면 미래형 지하철이 설치된 ‘모빌리티 존’이 나온다.
지하철 인포메이션 카운터엔 거대한 모니터가 설치돼 광고 영상과 승강장 안내도 화면 등을 보여준다. 가까이 다가가니 뒤의 안내원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카운터로 변한다. 안내원에게 이것저것 질의를 하면서 투명 OLED를 터치하면 표를 예약하거나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표를 끊고 지하철 승강장에 입장했다. 기존엔 선로만 내비쳤던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어 심심하지 않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지하철이 왔다. 지하철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보이다가, 유명 랜드마크와 관광지에 도착하니 관련 정보가 유리창에 AR(증강현실)처럼 띄워져 소개된다. 운행 관련 내용과 날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워크 플레이스 존)에 도착했다. 책상 사이마다 설치됐던 파티션을 투명 OLED가 대체하고 있다. 파티션을 모니터로 활용하거나 노트북과 연결해 서브 스크린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회의실 역시 유리벽 대신 ‘이 크리스탈’(E-Crystal)이 설치돼 별도의 TV나 모니터 없이도 유리벽 자체를 화상회의·프레젠테이션 등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바깥 공간과의 차단을 원할 땐 ‘블라인드’ 기능을 켜면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퇴근 후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박물관(컬쳐&엔터테인먼트 존)에 갔다. 박물관용 ‘슬라이딩 T-도슨트’ 솔루션이 미닫이문처럼 좌우로 움직이면서 각 전시품에 적합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박물관 유리 너머로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던 유물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유리창 위에 펼쳐졌다. 해독하기 어려운 고대 문자의 내용과 오래돼 희미해진 유물의 복원된 모습도 창 위에 떠올랐다.
신기한 점은 바닥에도 각종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바닥에 적용된 투명 OLED ‘매직 티 워크’(Magic T-Walk)가 유물을 몰입감 있게 보여주고, 소실된 유물들도 가상으로 띄워준다. 기존엔 단면만 감상할 수 있었던 유물의 360도 모습들을 터치스크린 OLED를 통해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식사와 쇼핑을 하기 위해 매장(리테일 존)에 갔다. 투명 쇼케이스 너머 전시된 케이크를 주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자 음식의 재료와 영양 성분, 할인 정보 등 각종 정보가 쇼케이스 위에 떠오른다. 직접 쇼케이스를 터치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배송을 신청할 수 있다.
양복을 사기 위해 명품 매장에 들어서니 제품의 각 부문별로 적용 가능한 여러 디자인이 투명 OLED에 노출됐다. 원하는 디자인을 하나씩 터치해 나만의 제품을 미리 만들어보고 주문할 수 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메타버스 쇼핑’도 가능하다. 메타버스 쇼케이스를 터치해 나만의 아바타에게 명품 구두를 신겨 보고 만족감에 실물도 사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명 OLED를 적용하면, 승강장 스크린 도어처럼 하루에 수백만 명의 시선이 머무는 유리창을 새로운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 있다”며 “매장에 설치되면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이목을 끌어 방문을 유도할 수 있고, 광고와 홍보를 위해 불필요하게 종이를 낭비할 필요도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투명 OLED, LGD 미래 먹거리 될까…과제는 인지도·투명도 높이기
투명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에 성공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은 데다 얇고 가벼워,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측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의 첫 번째 과제는 시장 확대다. 전 세계에서 투명 OLED를 양산하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해, 아직 ‘밸류 체인’을 갖추진 못했다. △부품 △소재 △투명 OLED 위에 띄울 콘텐츠 △유통 등 전 과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전무는 “투명 OLED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고객사로부터 ‘이걸 어떻게 활용하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실사용 현장을 연출하고, 사용처 아이디어에 대해 고객사들과 소통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중국 업체들이 가격적 우위를 기반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명 패널은 당사만 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쟁업체가 들어와도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거라고 본다”며 “그동안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힘을 합쳐 ‘투명 OLED 산업은 대한민국의 산업이다’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투명도가 40%에 머물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통상적으로 LCD의 투명도가 약 5%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자동차 유리에 적용하려면 70% 이상까지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준호 LG디스플레이 SCX그룹장 상무는 “투명 OLED의 개방감이 높다 보니 일반 고객들이 보기엔 투명도가 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지만, 자동차 규정을 감안했을 땐 70%대를 기록해야 한다”며 “내년엔 투명도 45%를 달성하고, 향후 70%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명 OLED는 아직 중국 내 일부 지하철·박물관을 비롯해 판교 파리바게트 등에만 설치된 상황이다. 현재 한국 지하철공사 관련 업체와 협의 중에 있으며, 이르면 오는 2023년부터 국내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투명 OLED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1000억 원대에서 2025년 3조 원, 2030년 12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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