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람 잘 챙겨야 더 성장할 수 있어”
“후발주자의 성장 비결은 기술력과 품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시장이 협소한 제과제빵장비 업계. 이미 확고한 1위 업체가 존재하는 상황. 라진플로베는 레드오션에 뛰어든 후발주자였다.
“사업이 참 힘들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어요. 그래도 직원들한테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제 신용등급이 안 좋으니까 같이 일하는 직원한테 부탁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적도 있었어요.”
그로부터 10년. 라진플로베는 1위를 위협하는 제과제빵장비 업계의 혜성이 됐다. 비즈니스 업계에선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 10년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사오늘>은 11월 16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라진플로베 본사를 찾아 최영태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대왕카스테라·동네빵집 붐 타고 성장”
밑바닥. 최영태 대표이사가 자신의 젊은 날을 반추하며 떠올린 표현이다. 군 전역 후 제과제빵장비 기술로 1억 원 넘는 돈을 모은 그였지만, 건물주에게 속아 빈털터리가 됐다. 한순간의 실수로 꿈이 사라져버린 30대. 최 대표는 당시를 ‘암흑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소문’이 그를 일어서게 했다. 제과제빵장비 업계에서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유명했던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새출발이었다.
-어떻게 회사를 창립하게 됐나요.
“어렵게 모은 돈을 잃고 한동안 방황을 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돈을 모아 보자’ 해서 낮에는 직장 생활 하고, 저녁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주말에는 주유소 가서 기름 넣고 세차까지 했는데도 돈이 안 모이더라고요. 그래도 업계에는 착실하다는 소문이 났는지, 한 회사로부터 공장장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원래 공장장으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나중에 공장을 줄 테니까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3년 뒤에 공장을 받고 사업체를 내게 됐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기존 모델 베이스 위에 기술 개발을 해서 업계에 조금씩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러던 중에, 2016년 대왕 카스테라 붐이 크게 일었어요. 제빵기계 수요가 많아지니까 저희한테도 주문이 밀려들더군요. 6개월 동안 밤낮 없이 일을 했어요. 직원들은 12시에 퇴근시키고, 저는 3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갔다가 6시에 다시 출근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기한을 다 맞추려고. 그때 회사가 성장을 많이 했습니다.”
-대왕 카스테라 붐이 오래 가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식용유로 카스테라를 만든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대왕 카스테라 가게들이 금방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사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아무튼 ‘아 이제 힘들어지겠구나’ 싶더군요. 그래도 직원은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유지를 했습니다. 직원들한테 ‘걱정하지 마라. 일이 없으면 사장 잘못이다. 일이 없다고 사람 내보내는 사장은 사업하지 말아야 된다’ 그랬어요. 18명쯤 되는 직원을 그대로 다 데리고 갔습니다. 다행히 이듬해 식빵 붐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렇게 또 규모가 커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도 위기였을 것 같습니다.
“그때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2020년 초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건물도 짓기 시작했거든요. 상상도 못할 전염병이 도니까 ‘이제 죽었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집에 있으니까 부모들이 아이들한테 간식을 줘야 되고, 그러니까 동네 빵집이 성행을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베이커리 카페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어요. 덕분에 오히려 매출이 120~150%까지 급등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희 매출은 계속 상승만 했어요. 내년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겨낼 겁니다.”
“자재비 안 아끼고 품질 높인 게 성공 동력”
최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운’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하지만 그저 운만으로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상향 성장 그래프를 그릴 수는 없었을 터. 그에게 경영 철학에 대해 물었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도 감원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저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람들을 잘 데려가야 성장도 더 할 수 있어요. 저는 직원들한테 더 나은 복지,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욕구가 커요. 이번에 재무이사가 새로 왔는데, 그분한테도 ‘직원들 복지를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도 해주려고 합니다. 그래봐야 한 달에 몇 백만 원 쓰는 거거든요. 회사 경영을 하다 보면 1000만 원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엉뚱하게 새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새는 돈을 아껴서 직원들에게 돌려주면 됩니다. 솔직히 어렸을 때 힘들게 살았던 제가 지금은 좋은 집에서 살면서 좋은 차도 타는데,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어요. 제 노력도 있지만, 결국 일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을 한 거거든요. 그러면 직원들이 단 몇 퍼센트라도 가져가게 하는 게 맞는다고 봐요.”
-일반적인 기업가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네요.
“저는 기업하는 사람들도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에서 과세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번만큼 내는 거잖아요. 기업하는 사람들이 자기 거 자꾸 챙기지 말고 기술 개발하고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하면 자동적으로 절세가 되는 거예요. 자기 거, 자식들 거 챙기다 보면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저는 어렵게 살아봤잖아요. 이제 건물도 하나 가지고 있고 집도 있으니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닌데. 나중에 돈 많아 봐야 다 쓰지도 못해요. 60대 중반 넘어가면 한 달에 500만 원도 못 써요. 힘들어서. 하하. 내가 먹고 살 만큼만 해놓으면 나머지는 그렇게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회사 성장의 비결이 있다면 뭘까요.
“품질입니다. 저희는 돈 벌면 무조건 기술 개발에 투자합니다.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하지 않아요. 또 자재비나 부속품 같은 걸 일체 아끼면 안 돼요. 저희가 만 원짜리 부품을 쓰는 게 있는데, 한 번은 우리 직원이 ‘여기 8800원짜리를 쓰면 어떻습니까’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가 기존 제품으로 잘 하고 있는데 부품을 바꿨다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가서 수리해주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무엇보다도 우리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다. 더 비싸더라도 우리는 좋은 부품을 써야 한다’고 했어요. 저희가 후발 주자인데도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기술력과 품질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오는 비싼 제품보다 우리 기계 성능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향후 계획이 뭔지 궁금합니다.
“기술 개발을 해서 회사를 발전시켜 놓고, 그 뒤엔 직원들한테 베이커리 같은 걸 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퇴직하는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플로베 베이커리’ 같은 걸 열 수 있게 기계 지원도 해주면 좋겠어요. 회사가 더 탄탄해지면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다른 회사 직장인들이 우리 직원들을 부러워하는 회사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