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서 매출 3만 원으로 시작한 ‘꼬마김밥’…33개 직영 오픈까지
“창업, 자기 자신 믿고 자신이 선택한 일에 올인해 꾸준히 할 것”
“장사에서 중요한 건 ‘손님과의 약속’…불만은 시스템 개선 계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2008년 강원도 홍천에서 하루 매출 3만 원을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디딘 장아연 아연푸드 대표이사의 ‘청춘꼬마김밥’은 현재 전국 33개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홍천·춘천에서 수원, 서울, 원주, 전주, 대전, 순천, 부안까지. 최근에는 백령도·대구 지역 가맹점 오픈도 논의되고 있다.
장 대표는 창업을 시작할 무렵 자녀의 소풍비용 5만 원이 없어 보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난에 시달렸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연푸드 본사에서 만난 그는 당시를 “좋은 말로 하면 ‘노력’이지만 무식한 게 약이라고, 그냥 부딪혔어요”라고 회상했다.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양양고속도로도 없던 때,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홍천에서 충청도까지 편도 5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갔다.
- 홍천에 첫 매장을 낼 때 상황은 어땠나요.
“당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케팅이 뭔지도 몰랐지만 사람들에게 팔고, 퍼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소문이 날 거라고 믿었죠. 무료 시식 가능한 행사가 있어서 홍보하러 갔는데 1시간 만에 음식이 다 나간 거예요. 왔던 아이들이 다시 와서 먹고 가고, 그 아이들 부모님이 손님으로 다시 찾아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장 대표는 창업 후 2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렸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손님과의 시간 약속’을 꼽은 그는 오전 6시면 무조건 가게 문을 열었다. 하루 매출이 80만 원에 이르자 새로운 꿈도 생겼다. 가게가 홍천에서 자리를 잡고부터는 서울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오고 원주, 횡성, 춘천, 홍천 등 주변 지역에서 방문하는 손님도 생기는 등 가게가 확장됐다.
2010년, 장 대표는 ‘춘천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춘천에 30년 된 유명한 김밥집이 있었어요. 춘천에 매장을 내기 전에 시장 조사 겸 그 집에서 먹어봤는데 ‘나는 확실히 된다. 자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의 원천은 ‘맛’이었나요?
“그렇죠. 홍천에서 춘천으로 옮기는 2년 동안 메뉴를 계속 개발했어요. 쌀 그램 수·밥 물 맞추는 것부터 어묵 맛을 유지하는 법까지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체크해서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처음 기술 배운 것의 2~3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거예요. 음식에 들어가는 밥, 김, 단무지, 기름, 떡볶이 소스 하나하나가 다 직접 터득한 기술이에요.”
-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있었죠. 하루 매출 20, 30, 50만 원으로 늘려갔는데, 홍천보다 더 안된 거죠. 2년 만에 겨우겨우 60만 원을 팔았어요. 그러다 세월호 사건 터지고 단체 행사들이 전부 올 스톱 됐어요. 가게 주변엔 프랜차이즈 분식점인 고봉민 김밥이 들어왔고요. 사람들이 줄 서서 먹더라고요. ‘브랜드 파워란 이런 것이구나’ 느꼈죠.”
- 어떻게 극복했나요.
“한 번 매장을 내놓은 적 있어요. 매출이 80만 원 이상으론 안 올라가던 때였어요. 매장이 안 나갔던 게 결과적으론 운이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주변 동네 사람들과 관계가 좋았거든요. 매장이 안 나가서 포기한 상태였는데, 아는 분이 새로운 자리에서 가게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오셨어요. 그 자리에 들어가서 인테리어도 새로 하고, 장사를 시작했죠. 첫날 130만 원을 팔았어요.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 프랜차이즈로의 전환은 언제부터 생각했나요.
“중간에 떡볶이와 꼬마김밥을 파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한 적 있어요. 그때 점주들과 소통을 참 많이 했어요. 동업을 그만두고 나와서는 ‘청춘꼬마김밥’이라는 현재 매장 상호로 가게를 냈어요. 한 개, 두 개 늘어가며 33개가 됐죠. 함께 열심히 해준 직원들도 매장을 인수했고요.”
장 대표는 프랜차이즈 매장 관리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 점주들의 불만을 직접 들었다. 물류부터 재료, 조리 문제 등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경영진 모습에 점주들의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도 목격했다. 그녀는 ‘내 가게는 직영점만 운영한다’는 다짐을 했다.
- 가맹 문의도 들어오나요.
“나도 모르게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우선 먼저 면접부터 봤어요. 이 사람이 진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지, 없는지. 프랜차이즈는 본사도 잘해야지만 점주의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저는 매장 하나가 제 손가락이라고 봐요. 일일이 신경 써서 시스템을 만들고, 동선을 잡아가며 오픈했는데 매장을 함부로 다뤄서 문 닫는 일이 생기면 가슴이 아프거든요.”
- 점주와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하나의 불만이 들려오면 저는 그 불만을 개선해요.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요. 점주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한 것을 보여줘야 소통도 잘 할 수 있죠. 문제가 생기면 직접 나서서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 직원도 계속 늘어났을 텐데요. 인사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회사가 성장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회사가 그 사람들의 말을 존중해서 듣고 실행에 옮겨야 해요. 성장하는 젊은이들 발목을 잡으면 회사가 성장할 수 없어요. 믿어주고 밀어줘야 하는 거예요. 또 실제 업무효율성에 대해 생각하고 업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출근했다고 퇴근 때까지 완전히 집중하는 건 아니거든요. 회수 재무 담당 직원이 본사 근처에서 청춘꼬마김밥 매장을 운영하는데, 할 일 다 끝나면 매장 가서 일해요. 내년엔 주 4일제 도입도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가 커지면 함께 열심히 일해준 직원에게 사업을 운영하게끔 돕고, 직원이 또 들어오고, 이렇게 회사를 같이 키워가고 싶어요.”
-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마인드입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 손님과의 시간 약속은 변해선 안되는 거예요. 정직해야 합니다.”
- ‘꾸준함’도 강점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무식하지만, 확고한 목적,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면 저는 밀고 가요. 계산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금전적 계산을 하다 보면 사람이 되게 힘들어져요. 계산에 치우치다 큰 것을 놓칠 수 있거든요. 춘천에 갈 때도 ‘매장 3개를 내자’는 목표는 있었지만 자금이 있는지 없는지는 생각 안 했어요. 금전적인 것보단 자신의 목표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의 도전은 끝이 없어요. 목표 하나를 달성하면 또 하나 생기고. 아연푸드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하나하나씩 하면서 무너지지 않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잘 일어서는 회사가 됐으면 해요. 홍보를 해도 정직하게 홍보할 거예요. 제일 오래가는 게 정직함이라고 생각해요. 최종적으로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돈이라는 게 돌고 돌잖아요. 많이 주다 보면 또 많이 들어와요.”
- 마지막으로, 13년 전 창업 당시를 돌이켜 이제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사실 나약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못 믿죠. 모든 것이 자신을 믿고 자신이 선택한 일에 올인해서 꾸준히 하는 것. 그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남 탓하면 안 돼요. 본인이 만들고 본인이 선택한 거예요. 해결 방법도 본인 몫이죠. 후회하면 안 돼요. 사업이든 뭐든 하나의 일을 선택했을 때는 1%도 후회감을 느끼지 말고 최선을 다해 꾸준히 공부하고 개발하며 가야 해요.”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