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투자 소득세 2023년 시행→ 尹정부, 보류·폐지 검토
금투업계 혼란… '울며 겨자먹기' 인력·비용들여 시스템 구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 세제 개편은 민감한 문제이다. 개편 방향에 따라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도 감안해야한다. 특히, 세금이 늘어나는 방향의 세제 개편은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환경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한다.
이처럼 세재 개편안은 민감한 문제라, 정권 교체 시기를 전후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보류되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금융실명제와 함께 도입된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도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기한 보류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금융 세제 개편과 관련해 시행, 보류의 우여곡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려하고 있다.
YS-DJ정부, 금융소득 종합과세 정책 오락가락
오는 96년부터 부부의 연간 금융(이자배당)소득이 4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되고 그 이하는 원천 분리과세된다. 또 원천세율은 현행 20%에서 96년 15%, 97년 10%로 점진적으로 낮아지며 재형저축 등 稅 우대저축 4종이 폐지된다.
-1994년 8월19일자 <매일경제> 금융소득 4천만원초과 종합과세
금융 관련 세제 개편이 추진된 건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주요 요지는 부부 합산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분은 다른 소득세와 합쳐 종합과세를 한다는 것이었다.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자는 현행(1994년)처럼 금융기관 창구에서 이자소득세 등을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1994년 YS정부와 민자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개혁안에 대해 합의하고 199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1997년 말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무기한 보류로 가닥이 잡혔다.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3당은 22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금융실명제 보완 입법과 금융개혁법안을 일괄처리하기로 했다. (중략)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금융실명제 관련 법 개정 내용의 골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무기한 유보 △무기명 장기채 발행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 등으로, 실명제의 본질과 관련된 것들이다.
-1997년 12월21일자 <조선일보> 금융소득 종합과세 무기한 유보
당시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 정책위의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무기한 유보 등을 담은 금융개혁법안에 대해 연내(1997년) 국회통과를 합의했다.
고액 금융소득자들이 국세청에 자신의 소득이 노출되는데 불안감을 느끼고 금융기관 거래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해 무기한 유보됐다.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YS 정부 말 불어 닥친 경제 불황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최대 실적으로 손꼽힌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투자심리 위축 등을 유발해 경제불황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1997년 말 경제불황과 외환위기는 결국 1998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금융시장을 비롯한 한국경제가 파탄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기한 보류 결정 1년여만에 또 한 번의 변화가 감지됐다.
정부는 시행 2년만인 작년말 유보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조기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내년중 소득세법 및 금융실명거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2000년 1월 이후 발생한 금융소득부터 종합과세 대상으로 적용해 2001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6일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조기에 재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98년 11월7일자 <동아일보> 금융소득 종합과세 2000년 再시행 추진
종합과세 재시행 검토는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서 과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경부는 이자소득세를 현재(1998년)와 같이 22%로 놔두고 기준 종합과세 적용 금융소득을 4000만원으로 할 경우 소득이 적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이자소득세를 낮추거나 기준 소득을 8000만원으로 높이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금융소득종합과세는 2001년 1월1일자로 전면 재시행이 이뤄졌다.
이후 200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부부합산이 폐지되고 인별과세로 변경됐다. 2013년에는 과세 기준금액도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변화를 겪었다.
이번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보류-폐지 기로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여부가 금융투자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오는 2023년 시행을 못 박고 추진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금융소득과 별개로 금융투자소득 부문을 신설해 과세하는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해왔다.
현행 금융소득 개념에 포함되지 않은 주식양도소득과 비과세소득(채권양도차익, 국내주식형펀드 환매차익, 국내주식형 ETF 양도차익 등)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3년부터는 금융소득에 이자소득(채권, 증권이자, 국내외 예금이자, 보험차익), 배당소득(이익배당, 출자공동사업자이익) 등이 포함되고 금융투자소득에는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 채권 양도차익, 파생상품 이익 등이 들어간다.
아울러 파생결합사채이익, 집합투자기구이익은 원본 손실 가능성 여부에 따라 금융소득이냐 금융투자소득이냐가 구분된다.
파생결합사채이익의 경우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타 파생결합사채(DLB)는 금융소득내 이자이익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상장지수증권(ETN), 주가연계워런트(ELW)는 금융투자소득으로 본다. 집합투자기구 이익은 이자, 배당분배 이익은 금융소득 내 배당소득으로, 상장주식 채권 등 매매차익 및 분배금, 환매, 양도는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대대적인 금융세제 개편을 앞뒀던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시스템 구축 및 인력 확보를 통해 금융 세제 개편에 따른 대응을 준비 중이었다. 단시일 내 만반의 대비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일부는 투자자들에게 관련 세법 변경 내용과 절세 전략을 담은 안내책자를 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여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로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이 경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가 금융투자소득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정책 백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투업계는 당장 혼란에 빠졌다.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보 등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해야하지만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보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상황을 주시 중이지만, 대부분은 시행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내년 시행을 감안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 중”이라면서 “보류 여부가 결정이 확정되기까지 기다릴 경우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시행 보류로 결론이 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특정 금투업계만의 고충만은 아니다. 다른 금투업계 역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초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예정돼 있던 만큼, 보류 여부와 별개로 기존 스케줄대로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간이계산기 등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보류 또는 폐지를 예상하고 시스템 도입을 미루다가 얻게 될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2020년 12월29일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 1월1일 시행을 명문화하고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유예하려면 소득세법을 연내 개정해야한다는 말이다.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또는 폐지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응할지도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져 시행이 보류된다고 해도 확정되는 시기는 올 4분기 즈음일 텐데, 그때까지 시행 여부를 기다리며 시스템 구축을 미룰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 "설사 시행이 안 되더라도 인력,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을 안고 가는 게 시스템 미구축에 따른 리스크보다 현저히 적다는 게 금투업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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