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롯데 하석주…건설업계 CEO 연쇄 교체 신호탄?
스크롤 이동 상태바
물러나는 롯데 하석주…건설업계 CEO 연쇄 교체 신호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1.22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 속 쇄신이냐, 안정이냐…"안정 택할 가능성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룹 정기 임원 인사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유동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그룹 차원의 문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내에선 롯데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CEO 연쇄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사태에 따른 돈맥경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영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 만큼, 연임을 통한 안정을 택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22일 각 업체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국내 10대 건설업체 중 오는 2023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3곳이다. 이중 GS건설은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니라 오너일가인 허창수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 만료일이 눈앞에 온 것이고, 앞서 거론했듯 롯데건설은 이미 하석주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만료 전 자리에서 내려왔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업체는 사실상 포스코건설이 유일한 것이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 1월 취임 후 회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포스코건설의 매출(연결기준)은 2019년 7조6502억 원, 2020년 7조7943억 원, 2021년 8조1986억 원 등을 기록하며 한성희 체제에서 8조 원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2475억 원에서 지난해 4409억 원으로 78.13% 증가했다. 수주잔고 역시 2019년 31조5323억 원에서 2021년 35조6550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재무구조도 소폭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36.57%에서 118.97%로 낮아졌고, 유동비율은 145.10%에서 147.14%로 확대됐다.

그러나 해당 시기는 국내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대부분 건설사들이 호황을 누리던 때였고, 올해 들어서는 포스코건설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건설은 2022년 3분기 누계 연결기준 매출 6조8640억 원, 영업이익 2868억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0.0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9.67% 줄었다. 원가 방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같은 기간 모기업과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얻은 일감(특수관계자 매출)이 20.77% 확대됐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특히 지난 3분기만 한정하면 10대 건설사 중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하락폭(61.07%)이 가장 컸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대다수 업체들이 비슷한 실정이라는 측면에서 한성희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에 중대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포스코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 가능성이다. 포스코는 지난 9월 태풍 한남노의 습격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사태로 포스코의 매출이 2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정치권, 시민사회 등에서 제기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타격도 받았다. 그룹 이미지를 회복하고, 최정우 회장을 향한 책임론을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연말 정기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마창민 DL이앤씨(구 대림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만료 시기와 무관하게 언급되고 있는 CEO다.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누계 연결기준으로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감소한 업체다. 영업이익 하락폭(45.2%)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다만, DL이앤씨는 지난해 업계 최고 영업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고, 올해 성적표엔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점은 분명 감안해야 할 대목으로 평가된다. 마창민 대표이사 사장에게 정말 뼈아픈 건 4분기 연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유임하더라도 중대재해 문제는 그에게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은 실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최근 이재용 회장 체제로 전환한 삼성그룹 차원에서 세대교체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각 업체들이 위기 속에서 변화 대신 안정에 더 무게를 둬 CEO들의 유임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 대표의 사의 표명은 어쩔 수 없는 거다. 이번 사태로 그룹 전체가 흔들린 만큼, 책임을 질 인사가 반드시 필요했다. 경질성이라고 봐야 하는 거다. 건설업계 전반에 CEO 연쇄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과거에도 어려울 땐 그냥 쭉 갔다"며 "현 시점에선 오너일가가 맡긴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가 CEO 거취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