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지난 5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에 총 6조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알린 지 5개월 만에 사업 공식화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 위한 반등 발판 마련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산 30만 대’ 전기차 핵심 거점 기공식…정의선 회장, “최고 수준 생산 시설 구축”
지난 25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이하 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사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그룹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파트너를 드디어 찾았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파트너십은 전례 없는 경제 성과"라며 "이번 파트너십과 투자 효과가 양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부지 내 연산 30만 대 규모를 갖춘 혁신 공장으로 지어진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한다. 제조기술 혁신과 인공지능, 로보틱스 시스템을 갖춘 친환경 저탄소 공장을 지향한다. 메타플랜트라는 명칭부터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공장'의 의미가 담겼다.
HMGMA 건설과 관련해 조지아 주 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에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발전소 용지와 도로 건설 비용 일부도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신공장 효과 업고 2030년 전기차 점유율 12% 목표…국내 생산 거점 마련도 가속화
현대차그룹은 HMGMA 설립에 발맞춘 중장기 플랜도 수립했다.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게 골자다. 이중 핵심 거점이 될 미국 시장에선 전기차 수요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 84만 대 판매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HMGMA 인근에 배터리 셀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해당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에 최적화한 배터리 제품을 개발·생산하면, HMGMA에선 이를 탑재한 경쟁력있는 전기차를 생산해 현지 판매하는 식이다.
HMGMA와 함께 국내 전용 생산공장 설립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다. 두 공장 모두 오는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연간 14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판매 차종은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18종, 기아 13종 등 31종의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업계는 현대차의 HMGMA 설립 공식화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국내산 전기차 세금공제 혜택 제외 등 불이익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에서 판매할 때 전기차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인만큼,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했다"며 "전기차 생산 거점 이원화를 통해 향후 리스크를 상쇄하고, 자국보호주의에 대비할 수 있는 공급망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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