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AAM'(Advanced Air Mobility)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자동차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다양화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정의선 회장의 미래 전략 일환이다. 최근에는 AAM 사업 구체화를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난다는 목표에 한 발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현대차 AAM사업, 글로벌 공식 데뷔전…6년 후 나올 eVTOL 내부 ‘첫선’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글로벌 항공산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국 판버러 에어쇼를 통해 AAM 사업 부문의 데뷔전을 치렀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법인이 지난해 11월 ‘슈퍼널’로 명명된 이후, 자체 기술력과 사업 방향성을 만방에 알릴 수 있는 공식 무대에 처음 오른 것이다.
AAM은 최근 각광받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RAM(Regional Air Mobility,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거점간 이동을 위한 친환경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개발과 전용 공항 등 관련 제반 인프라 시설을 필요로 한다. 현대차의 경우 2020년부터 슈퍼널을 통해 AAM 사업 진출을 알리고, 기체·기술 개발과 사업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판버러 에어쇼에서 오는 2028년 상용화 예정인 eVTOL 기체의 내장 콘셉트 모형을 공개했다. 항공기 대신 자동차 내장 디자인 요소를 적극 차용해 친숙함과 세련미를 높이면서도, 그간의 자동차 개발 경험과 대량생산 노하우, 첨단기술 등을 접목한 현실적인 기체 출시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슈퍼널이 선보이게 될 UAM은 현대차그룹이 선도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 로보택시·로보셔틀 등의 도심 모빌리티 실증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대거 반영돼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수소연료시스템 기술력과 전기차 개발을 통해 쌓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노하우는 보다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 기체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개발 경험, 자율주행 등 첨단 자동차 기술과 대량 생산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혁신적이면서도 안전한 기체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AAM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모터쇼 아닌 에어쇼가 더 주목?…정의선 회장, 영국 출장 성과 혁혁
정의선 회장도 판버러 에어쇼에 직접 등판했다. 영국 출장길에 올라 UAM 사업을 돌보며 대대적인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물론 글로벌 항공 기업들과의 협력을 이끌며 소기의 성과까지 달성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 18일 영국 판버러 에어쇼 현장에서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CEO와 직접 만나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 추진 시스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항공기 엔진 분야 내 탑티어 기술력을 자랑하는 롤스로이스와의 협력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항공업계에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로 부각된다.
프랑스 항공 엔진 기업 사프란과는 AAM 기체에 탑재될 추진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게 협약을 맺었다. 이어 정 회장은 보잉 등 주요 항공 업체의 최고 경영진과 만나 AAM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항공업체들과 긴밀한 교류를 통해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은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슈퍼널도 자체적으로 AAM 생태계를 이끌어 가기 위한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어반에어포트와 파트너십을 통해 도심 내 교통허브 건설에 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항공기 배터리 제조 업체인 EPS와도 힘을 합쳐 안전하고 가벼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폭발적 성장 예고하는 AAM 시장…리더십 선점 위한 물밑경쟁 치열
현대차가 AAM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무궁한 성장 잠재력이 단연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23년 61억 달러(약 8조 원)에서 2040년 6090억 달러(약 800조 원) 규모로 급증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글로벌 UAM 시장이 2035년 5000억달러(650조), 2040년 1조5000억 달러(1960조)에 달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 내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상용화 직전의 기술 개발과 실증이 이뤄지는 단계인 만큼, 기술 고도화와 완전 자율 주행 등의 선행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에선 미국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에비에이션'과 독일 '블로콥터' 등 일부 회사들이 UAM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실증 사업을 벌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 한화시스템, 대우건설 등이 다양한 사업 부문의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추진하고자 민관 합동 대규모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를 꺼내든 바 있다. UAM 생태계 구축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는 만큼, 현대차그룹 역시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대한항공 △인천공항공사 △현대건설 △KT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미래 시장 선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에서 미래 신사업 확대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AAM 부문의 비중과 역할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회장 역시 2019년 일찌감치 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미래 준비를 서둘렀다. 현대차그룹의 매출 30%를 AAM이 책임지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신사업에 대한 남다른 인사이트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색깔을 새롭게 입혀가고 있다"며 "정 회장의 속도감있는 전동화, 자율주행 등의 미래차 사업 전개가 UAM과도 맞물려 기술 내재화와 사업 구체화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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