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운명 바꾼 국회법 개정안…이번에는?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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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운명 바꾼 국회법 개정안…이번에는? [옛날신문보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6.18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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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뇌관 부상한 국회법 개정안…2015년 박근혜 삼권분립 이유로 거부권 행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정국의 뇌관(雷管)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4일 행정기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다수당 권력을 극대화해 행정부를 흔들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본질”이라고 반발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국이 냉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는 처음이 아니다. 그 유명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바로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에 <시사오늘>은 유 전 의원의 운명을 바꿨던 2015년 국회법 개정안 합의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시작은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법 개정안이 이슈로 떠오른 건 2015년이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2014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뉴스
국회법 개정안이 이슈로 떠오른 건 2015년이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2014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뉴스

국회법 개정안이 이슈로 떠오른 건 2015년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시작점은 2014년 2월 2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이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이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서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 개정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을 개혁한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 연금에 대해서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 개정도 하겠다”고 밝혔다.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빠져든 이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재정 운용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공무원연금의 누적적자는 9조8000억 원에 달한다. 안전행정부는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으로 2조5854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군인연금의 적자보전액은 1조373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현재 기금액이 14조6000억 원인 사학연금은 2022년에 23조8000억 원으로 정점에 오른 뒤 이듬해부터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2033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2월 25일 <국제신문> ‘만성 적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손본다

여당은 곧바로 공무원연금 개혁에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같은 해 4월 규제와 공기업, 공적연금 3개 분과로 구성된 경제혁신특별위를 발족시켜 청와대와 함께 공적연금 개혁안을 논의했다.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난 10월, 새누리당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새누리당이 ‘하후상박’ 원칙 아래 국민연금과 장기적으로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한다.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23년부터 연금 지급 시기를 단계적으로 연장해 현행 60세 이상인 연금 지급 연령을 2031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높이고, 월438만 원 이상 고액 연금을 수령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10년간 연금액을 동결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이한구 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을 위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너무 많아 이를 적절한 선에서 줄이겠다는 게 제도개혁 첫 번째 목표”라며 “공무원 연금이 사기업이나 국민연금보다 후한 측면을 개선하면서 생활 수준을 위협하지 않도록 적정 수준에 맞추고자 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27일 <메트로신문> 與, 공무원연금 개혁안 발표…“2031년부터 65세 돼야 공무원 연금 지급”

그러나 개혁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가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사자인 공무원과의 협의 없이 ‘하박상박의 개악안’을 만들었다면서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과 공무원 노조가 당장 들고 일어서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발표를 앞두고 공적연금발전태스크포스팀(TF) 회의를 열고, 공적연금 전반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강기정 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항상 정부와 공무원 간 협상을 통해서 단일안을 만들었는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사자인 공무원과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했다”며 “특히 하후상박이 아닌 하박상박의 개악안이다. 중하위직 공무원 연금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지급시기 연령을 65세 올리는 안에 대해서도 58~60세 때 정년퇴직해 65세부터 받으면 5~7년 동안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지급 시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역시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드러냈다.

2014년 10월 27일 <뉴시스> 與공무원연금 개혁안에 野·노조 반발…첩첩산중

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 새누리당은 물밑 협상에 돌입했다. 그리고 2014년 12월 1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우윤근 원내대표는 ‘2+2 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조·민생법안 처리와 사회적 타협기구 구성·자원외교 국정조사를 교환하는 ‘빅딜’을 이끌어냈다.

“오랜만에 ‘정치가 좀 멋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 활짝 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대표 둘은 원내 문제에 관해선 조수다. 우윤근·이완구 원내대표가 주역이고.”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여야의 10일 2+2 연석회의가 빅딜로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2+2 회담이란 이름과 어울리게 여야 모두 2가지씩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야당 협조를 이끌어냈고 29일 본회의를 열어 부동산 관련법 등 민생법안을 최대한 처리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새정치연합도 연금개혁 관련 사회적 타협기구 구성을 관철했다. 줄기차게 요구한 이른바 ‘사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가운데 일단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얻어냈다.

2014년 12월 11일 <머니투데이> ‘빅딜’ 손익계산서…새정치 완승? ‘2+2 윈윈’

 

‘원내대표 유승민’ 등장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를 이끌어냈다. ⓒ연합뉴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를 이끌어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교착 상태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대회 준비 모드에 접어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음 지도부의 임무로 남겨졌다. 바로 이때 등장한 인물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였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야당과의 협상에 돌입했다. 길고 긴 줄다리기 끝에, 여야는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합의안 도출에 성공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가 지급률(공무원이 받는 돈)을 향후 20년간 단계적으로 1.70%까지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단일안에 전격 합의했다. 현행 지급률은 1.9%다.
실무기구는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급률은 20년간 단계적으로 1.70%로 내리고, 현행 7%인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돈)은 9%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공무원 단체는 전날 실무기구에서 지급률과 관련해 내년부터 20년 기간을 두고 매년 0.01%씩 인하해 2036년 최종적으로 1.7%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15년 5월 1일 <뉴시스> 공무원연금 기여율 9%, 지급률 1.70%로 합의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당시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8월 말까지 운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여 5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는데, 국회 규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연금 제도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느냐 여부를 두고 이견이 발생한 까닭이다.

여야는 다시 한 번 협상에 나서 문구 조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다른 조건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동시켰다. 하나는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 해임건의안이었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세대간 도적질”, 야당의 국민연금 구상을 “은폐 마케팅”이라고 비난하며 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행정입법을 제어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는 진상 조사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조사위원회의 정원, 조직, 권한 등을 축소하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제출함으로써 시행령을 통해 상위법인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28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결론을 내지 못한 결정적 원인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물론 이와 맞물린 공적연금 사회적 기구 구성안까지 사실상 합의돼 ‘9부 능선’을 넘어 결승점에 이르는 듯 했지만, 세월호법 시행령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발목을 잡았다.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2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가시적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여야는 세월호법 시행령을 수정하기 위한 ‘이행 담보’에 대한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핵심 보직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도록 시행령을 수정할 것을 새누리당이 확약하라고 요구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조위) 진상규명국 조사 1·2·3과 중 검찰 서기관이 하도록 된 조사 1과에 진상규명의 실질적 권한이 몰려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 수정을 국회 차원에서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시행령은 국회 소관이 아니라 정부 소관”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하고 정부·청와대와 입장을 조율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본질적으로 무관한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 문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2015년 5월 28일 <국민일보> 野, 세월호 시행령 카드 왜 들고 나왔나…쟁점은?

 

합의, 그리고 사퇴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을 맞교환한 이 합의는 ‘정치인 유승민’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연합뉴스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을 맞교환한 이 합의는 ‘정치인 유승민’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연합뉴스

결국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대신, 공무원연금법과 57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합의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28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중간 타협점을 찾으면서 공무원연금개혁안 등을 처리할 본 회의 개최가 가능해졌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2+2회동을 열고 이 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여야는 우선 이날 오후 본 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또 공무원연금법 등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57개 법안에 대한 처리에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이날로 종료되는 5월 임시국회 회기를 다음날인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자정 이후까지 본회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다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 문제와 특조위의 핵심인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임명토록 한 부분은 6월 국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같은 합의 사항을 각각 의원총회에서 추인 절차를 거친 뒤 합의서에 최종 사인할 계획이다.

2015년 5월 28일 <뉴시스> 여야, 세월호 시행령 타협…오늘 공무원연금법 처리

그리고 이 합의는 ‘정치인 유승민’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우선 당내에서부터 비판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야당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며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위헌 논란도 터져 나왔다. 헌법이 삼권분립 보장을 위해 시행령의 위법성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하고 수정에 대한 권한도 행정부에 남겨둔 만큼, 입법부가 시행령 수정·변경권을 행사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29일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입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행정부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은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의 최종적인 심사권은 대법원이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명령 자체에 대한 심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개별 사건에 대해 명령 적용을 거부할 수 있다. 시행령의 수정은 전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이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 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하게 보면 행정부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시행령 수정·변경권을 국회가 일정부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입법부가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이 없는 만큼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헌 변호사는 “헌법이 원칙적으로 시행령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수정하는 것은 행정부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시행령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률전문가는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부가 국회의 수정 요구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국회의 수정 요구가 강제력으로 행사될 경우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29일 <머니투데이> 국회법 개정안 “헌법에 위배” vs “시행령 통제 필요”

그러나 이런 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합의 이틀 뒤인 5월 30일. 청와대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취소하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나온 게 이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위헌 논란에 휩싸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여야 관계와 당·청 관계가 모두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의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헌법이 규정한 3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헌정사상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73번째다.
박 대통령은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만 이기겠다는 생각에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면서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2015년 6월 25일 <문화일보> 朴, 국회법 거부하며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유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이뤄내서 이 정부의 개혁 성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 국회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 다했다고 생각한다만 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응은 냉랭했고, 당내 친박(親朴)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을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당 의원총회의 권고를 수용,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의총을 열어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추인했으며, 유 원내대표는 이 같은 의총 결정사항을 전달받고 즉각 수용했다. 지난 2월 2일 원내사령탑에 오른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40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언급한 지 13일 만에 중도 하차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권고 수용 의사를 측근을 통해 전달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오랜 기간 사퇴 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퇴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던 유 원내대표의 일관된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원내대표 자리를 지키는 것이 헌법에서 규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맞다는 자신의 신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 원내대표는 또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면서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2015년 07월 08일 <문화일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직 사퇴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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