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지주형 전환 관심"…증권가 "지금이 적기, 2023년 예상"
올해 IPO 라인업은 밀리의서재·케이뱅크…구현모 "BC카드 염두"
박종욱, 투표 직전 돌연 사퇴…국민연금과의 표 대결 무산됐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31일 KT가 제40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로서의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주총장에선 고성이 오가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과징금 처분과 ‘쪼개기 후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종욱 안전보건총괄(CSO) 대표이사 등 임원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구현모 대표가 나서서 사과하고 박종욱 대표가 돌연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구현모 “지주형 전환 관심” 깜짝 발언…올해 밀리의서재·케이뱅크 IPO
구현모 대표는 이날 지주회사 체제로의 개편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실제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 주가 상승을 위해 지주형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구 대표는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면서 “그러면 KT의 주가가 더욱 상승할 여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 콘텐츠는 ‘KT스튜디오지니’로 묶었고, 금융은 ‘BC카드’ 중심으로 아래에 ‘케이뱅크’를 두는 등 사업구조 조정을 진행했다”며 “앞으로 사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봤을 때, 지주형 회사로 전환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인 지주회사까진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형태로 자회사들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KT의 지주사 개편을 예상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KT의 지주사 개편 예상 시점은 2023년으로, 올해부터 서서히 준비 과정에 돌입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 등 신사업의 이익 턴어라운드(흑자전환) 시점이 임박했고, 과도한 이익 증가를 반기지 않는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상 현 시점이 통신산업(MNO) 분할을 통한 사업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적기”라고 분석했다.
구 대표는 이날 KT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 “올해는 전자책 기업 ‘밀리의서재’,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케이뱅크’ 등이 IPO 준비를 하고 있다”며 “BC카드 등 몇몇 회사도 (IPO)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욱, 국민연금·ISS 반대 속 돌연 사퇴…구현모, 사퇴 요구에 사과
구현모 대표와 함께 2명의 각자대표 중 한 명이던 박종욱안전보건 업무 총괄(CSO)은 이날 사내이사 재선임에 도전하지 않고 안건 투표 직전에 자진 사퇴했다.
앞서 KT는 올해 1월부터 구현모 대표 단독 체제에서 구현모·박종욱 대표 공동 체제로 변경한 바 있다. 당시 KT는 체제 변화의 이유로 ‘안전보건 분야의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경영체계 마련’을 꼽았다. 올해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자, 관련 대표를 따로 두고 안전·보건분야를 강화한 것. 그러나 이번 사퇴로 인해 KT는 다시 단독 대표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구 대표는 이날 “일신상의 이유”라고 일축했으나, 박 대표의 사퇴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KT 측이 밀어붙였다면 주총 안건 통과가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최대주주와의 표 대결로 인식되는 데 대한 부담이 작동한 것.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박 대표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로 지목하며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한편, 이날 주총장에선 지난해 10월 발생했던 전국 통신장애 사고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스로를 KT 직원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통신대란이 났을 때 현장에서 막느라 죽는 줄 알았고, 현재는 인터넷 해지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며 "그런데 회사는 SEC 과징금 등 문제를 저질렀다. (구 대표가) KT의 발전과 ESG 경영을 위해 사퇴할 생각은 없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구 대표는 "SEC 조사에 대한 합의는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 혐의사실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제조건을 포함해 SEC의 합의조건을 받지 않는다면 관련 비용이 더 늘고 불확실성과 제재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란 위험이 있었다"며 "회사입장에서 재발하지 않아야 한단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발전을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하겠다. 회사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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