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 숨겨진 김무성의 가치 [정치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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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 숨겨진 김무성의 가치 [정치人]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3.28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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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 이미지 강했던 김무성…대립보단 타협 우선했던 정치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은 ‘무대’로 불린다. ‘무성대장’이라는 뜻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은 ‘무대’로 불린다. ‘무성대장’이라는 뜻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은 ‘무대’로 불린다. ‘무성대장’이라는 뜻이다. 특유의 리더십에 풍채도 좋아 붙은 별명이다.

그러나 긍정적이기만 한 별칭은 아니다. 이면이 있다. 대장은 ‘무리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권위적 이미지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했다. 거구(巨軀)에 느린 말투의 대장.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바라볼까. 분명 21세기형 수평적 리더 느낌은 아닐 터다.

김무성은 1951년생이다. 만70세. 한국전쟁 중 태어난 사람이다. ‘신세대 리더’라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민주주의자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웠다. YS는 의회주의자였다. 항상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거리로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권 내 투쟁이 우선이었다. 김무성도 그랬다. 싸움으로 몰고 가지 않고 타협점을 찾았다.

2013년.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노조는 팽팽하게 대치했다. 청와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강제진압에 나섰다. 이때 민주당이 김무성에게 도움을 청했다. “국토위에서 최고 중진이 김무성 의원인데 그분이라면 당과 정부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한 말이다.

당시 김무성은 지역구인 부산에 있었다. 연락을 받은 그는 곧바로 열차에 올라탔다.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청와대와 여당을 오갔다. 파업철회 합의 관련 허락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박기춘과 민주노총 김영환 위원장을 만났다. 협상 타결. 사상 최장기였던 22일간의 철도파업은 그렇게 끝났다.

2020년 5월, 국회의원회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 씨가 현관 지붕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흘째 되던 날. 김무성이 창문으로 몸을 내밀었다. 최 씨와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사연을 들은 그는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또 각서를 써줄 테니 농성을 풀라고 설득했다. “차라리 내 방에서 농성을 해라.”

김무성은 곧바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와도 만났다. 5월 20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제20대 국회 내 과거사법 처리를 여야가 합의해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3일 만에 농성을 풀었는데, 중재에 애써준 김무성 의원께 감사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당대표 시절. 김무성은 ‘덩칫값 못한다’는 조롱을 받았다. ‘30시간의 법칙’이란 말도 들렸다. 목소리를 냈다가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반발하면 30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러나 김무성은 참았다.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고서야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고 참았다. 제가 힘이 없고 용기가 없어 몰매를 맞았겠느냐. ‘내가 당 대표로 있는 한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치인은 누구나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 칭한다. 정말 그럴까. 민주화운동 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난 5년. 우리 사회에 대화와 타협은 없었다. 나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 나만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었다. 악에 대한 선의 투쟁. 거기에 설득과 양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무대’는 달랐다. 항상 충돌 대신 협상을 택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역할에 충실했다. 말로 갈등을 풀어냈다. 누구나 인정하는 ‘말이 통하는’ 정치인이었다. 그 때문에 오해도 받았다. 보수 지식인마저 그를 ‘졸장부(拙丈夫)’라고 했다.

하지만 극한 대립은 정치의 본질이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치다. 서로 반목하기 바빴던 5년. ‘갈등 해결사’야말로 우리가 원했던 정치인 아니던가. 어쩌면 우리는 김무성의 진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무대’라는 별명 때문에.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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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9단 2022-03-28 16:41:21
김무성은 민주화에서부터 정치권에서 뛰었던 인물이라 시야가 넓은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