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현대 윤영준 vs. 한화 최광호, ‘잠실 외나무다리’서 격돌
스크롤 이동 상태바
‘닮은꼴’ 현대 윤영준 vs. 한화 최광호, ‘잠실 외나무다리’서 격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2.07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최광호 한화건설 부회장이 '잠실 외나무다리'에서 펼치는 한판승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비 2조1672억 원 규모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이하 잠실 마이스사업) 수주전 결과에 두 사람의 위상이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잠실 마이스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대표 시공사 현대건설), 한화 컨소시엄(대표 시공사 한화건설)에 대한 평가작업에 이날부터 3일 간 돌입한다. 평가는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은 서울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가 맡는다. 해당 사업을 따낸 승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일대 35만7576㎡ 부지(수상면적 포함)에 전시·컨벤션, 야구장, 스포츠콤플렉스, 수영장, 수상레저시설, 호텔 등을 비롯한 문화·상업·업무시설을 자비를 들여 짓는 대신, 준공 후 40년 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게 된다.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부회장 ⓒ 각 사(社) 제공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부회장 ⓒ 각 사(社) 제공

이번 수주전에서 윤 사장과 최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닮은꼴'인 두 사람이 '닮은 과제'를 수행하는 모양새여서다. 윤 사장은 청주대학교 행정학과 출신으로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주택사업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 사령탑으로 우뚝 선 인사다. 최 부회장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산업대) 건축설계학과 출신으로 한화건설에 입사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등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어 사령탑으로 우뚝 선 인사다. 두 사람 모두 학력, 지연 등 장애물을 깨고 자수성가를 이룬 것이다. 같은 또래(프로필상 윤영준 1957년생, 최광호 1956년생)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잠실 마이스사업의 의미가 큰 이유는 '처지'다.

우선, 윤 사장의 경우 전임인 정진행 전 부회장, 박동욱 전 사장 등과 달리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끈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사장직 내정이 발표됐을 당시 정의선 체제가 본격 구축되는 과정에서 정 전 부회장과 박 전 사장이 돌연 사임한 데 따른 '땜빵 인사'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왔을 정도다. 현대건설의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그룹에 과시해야 윤 사장이 연임 등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3년 연속 업계 1위·수주 4조 원 목표'라는 숫자를 강조하며 수주에 혈안이 된 이유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나쁘지도 않지만 좋게도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4000억 원대로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며,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3% 감소한 2022억4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아직 2% 부족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윤 사장 입장에서 잠실 마이스사업은 부족한 2%를 채움은 물론, 그룹 내 입지까지 제고할 수 있는 현장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와 연계된 프로젝트여서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은 대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GBC 시공을 수행 중인 만큼, 코엑스와 GBC, 탄천, 그리고 잠실 마이스로 이어지는 구간에 대한 종합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잠실 마이스사업 수주가 지지부진한 GBC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고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사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사업에 우호적인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가 오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판단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그룹은 건설업계 출신 인적자원을 일부 수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도 비슷한 처지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신임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최광호 당시 한화건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인사는 한화건설에서 10년 만에 선임된 부회장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40년 이상 한화건설을 위해 헌신한 노고, 미수금 수령 등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정상화, 재무구조 개선 등 성과와 김승연 회장의 의리·신뢰가 함께 작용한 인사라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김 회장은 과거 최 부회장이 한화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을 때 사장단 인사에 그의 이름이 빠진 걸 보고는 최 부회장을 따로 불러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신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근'인 동시에 '채찍'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화건설의 실적이 하락세를 걷는 와중에 이뤄진 부회장 승진이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한화건설의 연결기준 매출·영업이익은 2019년 4조499억8855만 원·2949억8013만 원에서 2020년 3조5927억864만 원·2488억1588만 원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2조1151억6634만 원, 영업이익 1551억6454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0%, 29.62%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2019년 8월 새롭게 선보인 주거 브랜드 '포레나'가 분양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친환경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도 했지만 전문경영인인 최 부회장 입장에선 이것만으론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수합병·지배구조 개편 전문가이자 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조현일 사장(한화그룹 ESG위원장)이 최근 한화건설에 적(총괄사장)을 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리조트, 한화큐셀, 한화시스템 등 그룹 계열사들이 함께하는 한화 컨소시엄을 한화건설이 주도하며 잠실 마이스사업 수주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윤 사장과 최 부회장이 '잠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현재까지 잠실 마이스사업 수주전 판세는 윤 사장에게 다소 유리한 흐름이라는 분석이 건설업계 내 중론이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등 시공능력평가상 10대 건설사 중 다수가 현대건설의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 역량만이 아닌 사업단 구성 전반에 있어서는 최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건설의 한화 컨소시엄이 더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건설, 10대 업체 중 하나인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 건설사 이름만 보면 밀리는 것처럼 보이나 하나금융투자, 신한은행, 이지스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개발사업을 좌우하는 재무적투자자들의 경쟁력은 앞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사업임에도 이처럼 시가 서두르는 건 차기 지방선거 전 잠실 마이스사업을 자신의 업적 중 하나로 내세우고픈 오세훈 시장, 역시 지선 전 사업을 본격화하고픈 민간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로 풀이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